[뉴스토마토 남궁민관 기자]
SK(003600)그룹을 엄습한 위기감이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지난해 말 불거진 최태원 회장의 내연녀 파문이 우려했던 대로 사정당국의 손에 넘겨지면서 그룹을 또 한 번 뒤흔들 태풍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에 이어 국세청마저 움직이면서 검찰 행보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SK그룹의 당혹감도 커졌다. 표면적으로 태연함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지만 "올 게 왔다"는 말과 함께 검찰 움직임에도 촉각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18일 열리는 SK 주주총회에서 최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통해 책임경영 강화에 나선다는 계획도 일정 부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9일 사정당국과 SK그룹에 따르면, 국세청은 최근 SK그룹 계열 싱가포르법인인 버가야인터내셔널유한회사(이하 버가야)와 최 회장의 내연녀 김모씨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1월 김씨에 대한 금감원의 외환거래법 위반 조사에 이은 것으로, 국세청마저 덮치면서 SK그룹의 긴장감은 높아졌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해 말 내연녀 김모씨와 혼외자식을 공개하고,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결심을 밝히며 충격을 안겼다.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지 4개월만에 메가톤급 고백이 있으면서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이 과정에서 김씨가 서울 반포동에 있는 아파트를 지난 2008년 15억5000만원에 분양받은 뒤 2010년 버가야에 당시 시세보다 높은 24억원에 되판 과정이 함께 드러났다.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를 통해 버가야가 김씨에게 부당차익을 건네려는 목적으로 김씨 아파트를 매입했다는 의혹과 함께 당시 세금 탈루가 있었는지 등의 여부를 놓고 진위 파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선 금감원은 미국 시민권자인 김씨가 버가야에 아파트를 매각할 당시 외국환거래 신고가 없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외환거래법 위반 여부를 조사했다.
두 차례의 조사 모두 최 회장과 김씨의 내연 관계에 따른 것으로, 최 회장의 도의적 책임이 부각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만약 부당차익 여부와 탈세, 외환거래법 위반 등이 모두 사실로 드러날 경우 최 회장에 대한 비난도 높아질 수 있다. 벌금형과 같은 가벼운 처벌에 그칠 가능성도 있지만, SK그룹이 내세우고 있는 사회적책임을 고려하면 그룹 이미지와 경영 현안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사정당국의 수사확대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다. 국세청의 세무조사 결과, 탈세와 함께 의도적으로 부당차익을 남긴 것이 확인될 경우 검찰이 움직일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버가야가 최 회장을 위해 김씨의 아파트를 비싸게 사준 것이라면 배임죄도 새로 성립된다. 현재 김씨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사정당국의 칼날이 최 회장으로 향하게 되는 만큼 그룹 경영도 큰 차질을 빚게 된다.
국세청이 지난달 25일부터 SK해운에 대한 세무조사에 돌입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SK그룹 측은 "5년마다 실시하는 정기 세무조사"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조사 담당이 국세청의 중수부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라는 점에서 최 회장을 겨냥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조사4국은 통상 특별 세무조사를 통해 비자금 조성이나 탈세 혐의에 집중하며, SK해운에는 요원 70여명이 투입돼 오는 5월까지 심층 세무조사를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4국의 경우 이미 최 회장과 악연을 갖고 있다. 최 회장이 지난 2013년 징역 4년형을 확정받았을 때 조사4국의 세무조사 결과가 큰 영향을 끼쳤다. 당시 국세청은 2009년부터 SK건설, SK텔레콤, SK해운 등 SK그룹 계열사 전반에 대한 세무조사에 돌입했으며, 이중 조사4국은 SK텔레콤 등을 집중 조사해 최 회장에 대한 검찰 기소까지 이끌어 낸 바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언론 등을 통해 (김씨 아파트를) 비싸게 사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으니 국세청 입장에서는 세금 탈루 가능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라며 "금감원의 검토 역시 얼추 정리가 됐으며 이번 국세청 조사 역시 의혹 제기에 따른 통상적인 수준의 조사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세 차익을 남긴 것은 SK그룹 쪽이 아니다"며 "그쪽(김씨)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회사가 관여된 부분이 있으니 함께 들여다보는 수준"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또 "국세청의 두 조사는 서로 연관성이 전혀 없다"며 "SK해운 세무조사는 5년마다 하는 정기 조사로, 누가 조사를 나오는지는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15일 광복절 특사로 자유의 몸이 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출소 직후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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