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 이슬람 무장 세력인 이슬람국가(IS)의 동시다발적 테러로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당한 가운데, 이번 사태가 글로벌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테러 당시만 해도 이번 사태가 글로벌 경제에 ‘블랙스완’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컸지만 의외로 금융 시장은 침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이번 사태가 장기적으로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역사적 관점 충격 크지 않아 vs 유로존 경제 타격 불가피
16일 뉴욕증권거래소(NYSE) 트레이더들이
개장 전 파리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는
침묵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사진/로이터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는 전문가들을 인용해서 이번 사태가 글로벌 경제에 미칠 영향은 일시적이라고 전했다.
특히 우려와 달리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테러 후 첫 거래일 뉴욕 증시는 오히려 1%대의 상승을 보였고 유럽 증시도 크게 요동치지 않았다.
이 뿐 아니라 역사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인재로 비롯된 테러에는 자연 재해나 다른 재해들보다 금융 시장이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샘 스토발 S&P캐피탈IQ 전략가는 “역사에 비추어보면, 이러한 사건 후 금융시장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며 "따라서 증시 영향은 제한적이고 글로벌 경제 둔화도 미미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그동안 세계 2차대전이나 911 테러, 존F케네디 암살과 같은 사건 이후 S&P500은 다음날 평균적으로 2.2% 하락했고 이후 5.8%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평균 20일만에 다시 수익률이 회복된 것으로 알려졌다.
JP모건 이코노미스트인 말콤 바는 “거시경제 결과 측면으로 봤을 때 테러에 의한 결과는 제한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의 영향은 제한적이라 하더라도, 유럽 실물 경제에 미칠 영향은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특히 프랑스 경제 위축은 불가피한 상황으로, 지난 3분기 0.3% 성장했던 프랑스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유럽 국가간 국경이 강화된다면 무역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는 유로존과 많은 교역을 하고 있는 중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중국 경제는 전 세계 경제에 영향을 준다.
특히 추가 테러 위협감 등으로 소비가 악화된다면, 미약한 회복을 보이고 있는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더욱 다운될 수 있다.
지난 10월 유로존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0.1% 상승하는데 그쳤다. 전달 수치와 전문가 예상보단 개선된 것이지만, 여전히 물가 압력이 낮은 수준이라 소비 심리가 위축된다면 그나마 보여왔던 회복세가 꺾일 수 있다.
또한 차분한 증시와 달리 장중 유로화는 0.8% 내린 1유로당 1.0686달러까지 떨어지며 지난 4월15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유럽 경제 둔화 우려감이 유로화를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비토 콘스탄시오 ECB 부회장은 “물론 시장은 차분하게 반응하고 있지만 우리가 이미 겪고 있는 모든 문제가 겹쳐져 악화될 수 있다”고 전했다.
◇연준과 ECB, 다른 행보 보일까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와 유럽중앙은행(ECB)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집중된다.
먼저 연준의 금리 인상과 관련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CNBC는 “파리 충격에도 연준 12월 금리 인상할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연내 금리 인상론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채권 선물 시장에서는 여전히 12월 인상 가능성을 여전히 65%로 테러 이전과 동일하게 높게 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사태가 악화되면 충분히 금리 인상이 연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한다. 특히 만약 연쇄테러가 일어나게 된다면,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는 가운데 연준이 금리를 올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조셉 라보그나 도이치뱅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 자체가 금리를 올릴 정도로 강하지 않은 가운데, 테러까지 걱정해야 한다면 금리를 올릴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테러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유럽 국가들 같은 경우에는 경우가 다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ECB의 추가부양이 기정 사실이라고 밝혔다.
ECB 대변인은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현재 파리 테러 후 유럽 실물 경제 상황 변화에 대해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드라기 총재는 테러 발생 전에도 12월 부양 가능성을 언급했었다. 설상가상으로 테러까지 겹치면서 12월 양적완화 확대는 거의 기정사실화 되어가고 있다.
심지어 프랑스 언론인 레스 에코스는 ECB가 양적완화 규모를 늘릴 뿐 아니라 유로존의 마이너스 금리를 더욱더 떨어뜨리는 등 강력한 부양책을 펼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성문 기자 suw1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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