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500억대 원정도박 기업인 10여명 기소
도박자금, 동남아 진출 조직폭력배 돈줄로
2015-11-04 16:27:18 2015-11-04 16:27:18
마카오, 필리핀, 캄보디아 등에서 조직폭력배가 운영한 카지노 사건을 조사해온 검찰이 정운호(50)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등 기업인 10여명을 재판에 넘기면서 잠정적으로 수사를 마무리 지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심재철)는 '정켓(Junket)방' 원정도박 사건을 수사한 결과 총 33명을 입건해 14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또 상대적으로 혐의가 가벼운 12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도주한 7명을 지명수배했다. '정켓방'은 조직폭력배가 원정도박을 위해 개설한 카지노 VIP전용룸을 말한다.
 
정켓방 등을 운영한 조직폭력배에 대해서는 간부급 9명을 구속 기소하고, 2명을 지명수배했으며, 기업인과 조직폭력배 간의 원정도박을 알선한 브로커 1명을 구속 기소, 5명을 지명수배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로 밝혀진 것만 해도 10여명의 기업인이 500억원을 탕진하는 등 상상을 초월하는 고액 원정도박 사실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들 기업인의 원정도박은 강원랜드와 달리 외국 카지노의 협조가 어려워 발각될 염려가 적고, 정켓방에서는 강원랜드의 20배에 달하는 6억원을 1회에 베팅할 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정 대표 외에 구속기소된 기업인 중 해운업체 대표 문모(56)씨는 169억원을 도박판에서 날렸고 경비용역업체 대표 한모(65)씨는 37억원을 탕진했다. 불구속 기소된 중견기업인 8명도 2억원에서 최대 수십억원대 도박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목할 것은 이번 기업인들 원정도박 자금이 조직폭력배 돈줄이 됐다는 점이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조직폭력배들은 주요 동남아 지역에 진출해 기업형 도박장을 운영했다. 마카오는 범서방파 계열 광주송정리파, 충장오비파, 방배동파가, 필리핀은 청주 파라다이스파와 양은이파 계열 학동파, 캄보디아는 범서방파 계열 영산포파, 영등포파가 각각 진출해 정켓방 형태로 카지노를 운영했다.
 
주요 기업인 중 정 대표는 지난 2012년 3월 2014년 10월 마카오에서 광주송정리파 이모(39)씨가 운영하는정켓방 등지에서 1회 최고 3억원을 베팅하는 등 총 101억원 상당의 바카라 도박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는 2010년부터 마카오 카지노를 장악한 중국 삼합회 등 조직원과 함께 재력을 쌓은 후 2013년부터 카지노와 이익금까지 나누는 '쉐어정켓'으로 영업을 확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씨의 VVIP 고객으로 2013년부터 원정도박을 한 문씨는 마카오의 대표적인 하이롤러(고액 베팅 도박자)로 알려졌으며, 도박대금 정산을 위해 회사자금을 사용한 사실도 밝혀졌다.
 
검찰은 "최근 조직폭력배의 주 수익원이 해외 정켓방, 고액 원정도박 알선 등으로 변화됐고, 고액 원정도박은 '현지 외상도박', '한국 도박대금 정산'의 방식으로 이뤄지므로 수금을 위해 조직폭력배 개입이 필연적으로 수반된다"며 "폭력조직의 새로운 자금원을 차단하기 위해 원정도박에 종사하는 조직폭력배 전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범죄수익에 대해 추징보전 청구를 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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