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내란 책임' 직위해제 경찰…"해야 하는 일 한 거니깐" 문자
'12·3 계엄 가담' 경찰 간부, 직위해제 '징계' 돌입
'선관위 출동' 지시 전파해…일선엔 "다시 만나자"
2026-02-20 16:12:53 2026-02-20 16:12:53
[뉴스토마토 김백겸 기자] 12·3 비상계엄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점거에 관여된 경찰 고위간부가 직위해제로 자리에서 떠나면서 일선 직원들에겐 "아내가 부끄러운 일로 가는 것이 아니고 해야 하는 일 한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다시 만나자"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걸로 확인됐습니다.
 
20일 <뉴스토마토>의 취재에 따르면, 지난 19일자로 직위해제를 당한 박규남 전 대구동부경찰서장(총경)은 그날 오전 경찰서 직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고별인사를 전했습니다.
 
박 총경이 보낸 문자메시지를 보면 "뵙고 인사하고 가는 게 도리인 줄은 알지만 일단은 그냥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떠난다"면서도 "조금의 시간이 지나면 다시 만나게 될 날이 올 것 같다"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이어 "아내가 부끄러운 일로 가는 것이 아니고 해야 하는 일을 한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며 "하나님 은혜라고 믿고 담대하게 잠시 떠나겠다. 또 뵙겠다"고 했습니다.

박 총경, 계엄 당시 '선관위 경찰력 배치 지시' 전파
 
박 총경은 앞서 지난 2014년 12월3일 비상계엄 당시 경기남부경찰청 경비과장으로 재직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윤씨가 계엄을 선포하자 '경기도 과천에 위치한 선관위 청사, 수원에 있는 선관위 선거연수원에 경찰력을 배치하라'는 경찰 지휘부의 지시를 과천경찰서와 수원서부경찰서 등에 전달했습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이 지난 2024년 12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조지호 경찰청장은 계엄 선포 당시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으로부터 "우리가 선관위 쪽에 갈 예정"이라는 전화를 받고, 김준영 전 경기남부경찰청장에게 "우발 사태를 대비하는 게 맞겠다"고 전달했습니다. 그러자 김 전 청장은 경기남부청 경비과장인 박 총경에게 선관위와 선거연수원에 대한 안전조치 및 우발대비를 지시했고, 박 총경은 이를 일선에 전파했다는 겁니다.
 
지난 2024년 12월3일 계엄 선포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된 계엄군이 선관위 시스템 서버를 촬영하는 모습.(사진=뉴시스)
 
이런 지시에 따라 당시 선관위와 선거연수원엔 각각 105명, 106명의 경찰력이 배치됐습니다. 당시 선관위 청사에 배치된 과천경찰서 초동대응팀 경찰관들은 K-1 소총 5정에 실탄 300발까지 소지한 걸로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계엄군과 경찰이 선관위를 통제하려고 했던 시도는 윤씨의 내란 우두머리 선고에서도 중요한 지점으로 다뤄졌습니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윤씨에 대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비상계엄 선포, 포고령의 공고, 국회 봉쇄 행위, 국회의원 및 정치인 등 체포조 편성 및 운영, 선관위 등 점거, 서버 반출 및 직원 등 체포 시도 등은 모두 그 자체로 폭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인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계엄 불법행위' 경찰 간부 등 22명 '징계 대상' 올라 
 
박 총경은 지난해 12월 인사를 통해 대구 동부경찰서장으로 영전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청이 12·3 비상계엄 관련 불법행위에 가담했다고 판단되는 총경급 이상 22명에 대해 중징계하기로 방침을 정하자 박 총경도 서장 임명 2개월여 만에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습니다. 앞서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는 지난 12일 박 총경을 포함한 경찰 고위직 22명에 대해 중징계를 요구했습니다.
 
경찰은 이미 직위해제된 김 전 청장을 제외한 나머지 21명에 대해 19일자로 직위해제 조치를 내렸습니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조만간 징계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박 총경이 "다시 만나자", "해야 할 일을 했다"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건 비록 그것이 고별인사라고 하더라도 자칫 자신에 대한 중징계에 관해 항의하고 부당함을 호소한 걸로 읽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경찰 관계자는 "(문자메시지를 받은) 일부 경찰관들은 이번 징계가 타당한지, 계엄의 적법성 여부 등에 대해 혼란을 겪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박 총경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그날 아침에 내가 직원들 얼굴을 못 보고 나오게 됐다"면서 고별인사 취지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문자는) 중징계 대상에 오른 것에 대한 부당함을 호소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게 해석할 게 아니다. 징계가 끝나면 다시 만날 것이라는 내용"이라며 "부당함에 대해서는 징계위원회에서 할 이야기이지, 일선 직원들에게 할 이야기는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선관위 점거가 폭동행위로 인정된 데 대해서는 "군인들은 그렇게(점거) 했겠지만, 당시에 경찰은 선관위에서 군인들이 그렇게 하는 것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무관함을 주장했습니다.
 
 
* 다음은 박규남 총경이 일선 경찰들에게 보낸 문자의 전문. 
 
설 명절 잘 보내셨습니까. 박규남 총경입니다. 
 
다들 고맙고 보고 싶은 얼굴이라 뵙고 인사하고 가는 게 도리인 줄은 알지만 일단은 그냥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떠납니다. 너그러이 혜광해 주시기 바랍니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면 다시 만나게 될 날이 올 것 같습니다.
 
아내가 부끄러운 일로 가는 것이 아니고 해야 하는 일 한 거니깐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합니다. 
 
하나님 은혜라고 믿고 담대하게 잠시 떠나겠습니다. 또 될게요. 늘 행복하시고 기도 많이 해주세요.
 
2026. 2. 19 박규남 올림
 
김백겸 기자 kb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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