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종 건설부장
얼마 전 이탈리아 로마에서 치러진 한 장례식이 현지 여론을 들끓게 했다. 로마 남동부 마피아 두목인 카사모니카 비토리오(65)의 장례식이었는데, 시내 한복판을 점령해 조직의 위세를 과시하는데도 정부는 이를 방관했다.
당시 장례식에는 수백명의 조직원이 모였고, 말 6마리가 끄는 거대 운구 마차가 도로를 막아섰다. 악단은 영화 ‘대부’(The Godfather)의 주제곡을 연주하고, 헬리콥터는 꽃가루를 뿌려댔다. 버스 승객들은 강제로 내려야 했고, 지나던 행인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시민들은 마피아가 어떻게 백주대낮에 집단행동을 할 수 있었는지 밝혀내야 한다고 촉구 하고 있다. 여론은 공무원과 마피아의 유착이 낳은 결과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로마 검찰은 로마시 고위공무원과 마피아가 공공계약 사업 발주과정에서 결탁한 혐의를 포착해 100여명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비록 폭력조직의 문제는 아니지만 대한민국에서도 정부가 뒷짐 지고 있는 사이 유사한, 아니 그보다 더한 일이 자행되고 있다.
동북아 허브요, 세계 최고 공항이 목표인 인천국제공항. 그 공항을 운영하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문제가 심각하다.
인천공항공사는 임대와 면세점 등 비항공 수입 급증으로 지난해 1조 679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돈을 잘 벌어들이니 직원들의 임금도 후하다. 정규직 노동자 1041명의 평균 연봉이 2013년 기준 8576만원이다. 같은 해 국내 전 공공기관의 평균 연봉이 6259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액수다. 여기에 복리후생비 707만원, 기념품비 38만4000원은 별도다. 정규직은 공사 전체 노동자의 14.1%에 불과하다. 물론 열심히 일해 수익을 낸 만큼 대우 받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문제는 85.9%(6318명) 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차이다. 이들의 평균 임금은 3300만~3600만원 이다. 공사가 매년 내는 흑자가 대다수 비정규직의 고혈을 빨아 낸 결과라면 말이 달라진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보보안 총괄 담당자가 수백건의 내부 문건을 무단 유출하고, 승객 113만명의 여권정보를 암호화하지 않고 방치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러는 사이 허브공항의 상징인 여객 환승률은 계속 내리막길을 걸으며 이웃 일본과 중국의 성장세를 쫓지 못하고 있다. 정작 수익을 낼 곳에서는 못 내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정부의 개입은 없다. 그 이유가 인천공항공사가 지난 2009년부터 상납한(?) 6793억원의 배당금이 아니었으면 한다.
마피아의 장례식은 화려해 보이지만 정부와 결탁해 국민을 저버린 범죄 행위다. 그런데 말이다. 그래봐야 결국 생을 마감하는 장례식이 아니던가.
건설부장 박관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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