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5합의 6개 항목 중 당일 이행된 남측의 확성기 방송 중단과 북측의 준전시상태 해제를 제외하고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분야는 이산가족 상봉이다. 8·25합의 5항에는 “남과 북은 올해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고, 앞으로 계속하기로 하였으며, 이를 위한 적십자실무접촉을 9월초에 가지기로 하였다”고 되어 있다.
남·북은 29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을 내달 7일 판문점에서 갖기로 최종 합의했다. 남측이 실무접촉을 제안하는 김성주 한적 총재 명의의 통지문을 전날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 강수린 위원장 앞으로 보낸데 대해 북측이 하루 만에 수정제의 없이 동의한 데 따른 것이다. 통일부는 “적십자 실무접촉과 관련해 제기되는 제반 문제들은 앞으로 판문점 남북연락사무소를 통해 계속 협의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판문점 실무접촉에서는 추석 이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일시와 장소, 규모 등이 구체적으로 협의될 예정이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통상 적십자 실무접촉으로부터 한 달 후 진행되어 왔다. 이번에는 10월 상순이나 중순이 되어야 열릴 가능성이 크다. 그간 상봉행사는 남쪽 100명, 북쪽 100명이 각각 2박3일씩 가족을 만나는 일정으로 총 6일간 진행됐다. 그러나 정부가 이번에는 그 2배의 인원이 상봉하게 하자고 북한에 제안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 경우 전체 일정은 12일로 늘어난다.
하지만 상봉 대상자 선정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 인력 등을 감안할 때 상봉 규모를 2배로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이산 상봉을 정례적으로 하겠다는 과도한 목표를 내세웠던 이명박 정부가 정례화는커녕 기존 규모의 상봉을 두 차례밖에 못했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라며 “규모를 늘리고 정례화한다는 목표를 장기적으로 추구하되, 그 목표 달성만을 앞세우는 바람에 당장 마련된 상봉 기회를 날리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한적은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과는 별도로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연내 남·북 이산가족 명단 교환을 준비하기 위해 이산가족 6만여명의 생사 확인 작업을 곧 시작한다. 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6만여명의 남한 이산가족 명단을 북한 측에 일괄 전달할 것”이라며 “북한도 이산가족 명단 교환을 연내에 실현할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적은 조만간 적십자사 4층 강당에 전화기 100여대를 설치하고 자원봉사자 등을 동원해 생사를 직접 확인할 예정이다. 전화 확인이 어려우면 우편 등을 통해 확인한다. 대상은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 자료에 등록된 이산가족 12만9698명 중 생존해 있는 6만6292명(51.1%)이다. 이를 끝낸 후 명단을 북쪽으로 보내면 북에서 이들의 가족을 찾는 방식이다. 이 과정은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계획은 남측의 제안을 북한이 받아야 실현 가능한데, 정부는 별도의 당국자 접촉에서 의제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절차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해서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3년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금강산에서 열기로 합의했지만 북측이 행사일 직전 무산시켰던 것과 같은 상황이 또 벌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남·북의 다른 갈등 요소가 튀어나오거나, 이산가족 상봉 자체에서 과도한 목표를 달성하려 할 경우 판이 깨질 우려가 있는 것이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27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본사 이산가족민원실에서 김의순(97) 할머니와 아들 김진관 할아버지가 이산가족찾기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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