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살생부'내린 공공기관, "왜 우리만"
영진공·소비자원 등 4개 기관장 퇴출
2009-06-19 18:33:48 2011-06-15 18:56:52

[뉴스토마토 김세연기자]  경영실적이 계획에 미달했거나 선진화 노력에 미흡했던 일부 공공기관 기관장에게 해임건의라는 철퇴가 내려졌다. 
 
19일 기획재정부는 '2008년 공공기관과 기관장 경영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이번 평가에서 '미흡'판정을 받은 영화진흥위원회 등 4개 기관의 기관장들에 대해 해임건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해임건의 대상 기관들은 평가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는 반면 좋은 평가를 받은 기관들은 미소를 감추지 못하는 등 기관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재정부는 전체 117개 대상기관중 올해 3월말을 기준으로 재임기간이 6개월이상을 넘긴 92개 공공기관장에 대해 교수·회계사 등 45명의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기관장평가단(단장 이만우 고려대 교수)을 지난 4월부터 경영평가를 실시했다.

 

평가단은 기관장 평가지침을 기준으로 기관장이 임기중 중점 추진해야하는 기관의 핵심 고유과제와 선진화, 경영효율화 등을 포함한 공통과제에 대해 ▲ 매우 우수(90점 이상)▲ 우수(70~90점) ▲ 보통(50~70점) ▲ 미흡(50점 미만) 등 4단계의 평가를 내렸다.

 

평가 결과 92개 공공기관장들 중 영화진흥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 한국청소년수련원 등 3개 준정부기관과 한국산재의료원 등 4개 기관장들은 평가에서 50점 미만을 받아 퇴출 위기에 처했다.

 

이미 평가추진 당시부터 50점 미만의 미흡판정을 받는 기관장들에 대해서는 해임건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통보한 바 있고 지난 3월 1차 평가 당시에도 4~5개기관장들이 미흡판정을 받을 것으로 보고돼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해임건의를 받은 이들 기관의 경우 평가기준 중 고유과제에 대한 평가보다 선진화와 효율화 등 공통과제에 대한 경영실적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 반발과 체념.."왜 우리만" vs. "노력의 결과"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기관들은 상당한 충격 속에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는 모습이다.

 

영화진흥위원회는 강한섭 위원장의 독단경영 논란 속에 리더쉽 부분에서 큰 문제를 보인 점과 평가대상 기관중 유일하게 정원 감축을 완료하지 못한 점, 노사관계 선진화 부실 등이 평가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영진위 관계자는  "계량적 평가에서는 부실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예년과 비해 크게 차이나진 않았다"면서 "다만 조직슬림화와 정원감축, 대졸초임 인하 부분에서 정부의 기준을 맞추지 못한 것이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 같다"고 어느 정도 예견된 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반면 소비자원 관계자는 "전체적인 평가에서 크게 부족하거나 떨어지는 부분이 나타난 것은 아닌데 이 같은 평가를 받은 것은 다소 의외"라며 어리둥절한 반응이었다.

 

실제 소비자원의 경우 기관평가는 전체 6단계 등급중 상위 등급인 'B' 등급을 받았지만 기관장 평가는 '미흡'을 받아 퇴출대상에 포함됐다.

 

이만우 기관장 평가단장은 "기관장 평가는 선진화 고유과제의 수행상 기관장의 의지와 노력성과, 노사관계가 주안점인 반면 기관평가는 리더쉽, 전략, 경영효율화, 경영성과와 관련한 기관경영시스템의 전년대비 개선실적이 평가되기 때문에 결과가 달리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기관장 평가와 기관평가에서 각각 '우수'와 'B'등급을 받은 한국조폐공사는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4개 기관중 12위를 차지할 정도로 부실한 평가를 받았던 조폐공사는 지난해 8월 전용학 신임사장의 취임이후 글로벌 지식창조형 기업으로 경영방침을 새롭게 정한 뒤 임금반납과 조직 슬림화, 노사관계 선진화 등 비계량부분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조폐공사 관계자는 "비계량부문에서 정부 정책수행에 만족할 만한 결과를 보여  생산성 향상과 수익 등을 포함한 계량부문에서의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했기 때문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 기관장 해임건의..파장 적지 않을 듯

 

하지만 이번 평가에 따른 해임 건의와 퇴출을 놓고는 난항이 거듭될 전망이다. 

 

윤증현 장관은 누누이 "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실적이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기관장에 대해선 해임을 건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윤 장관은 평가결과 발표를 앞둔 이날 오전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에서 "경영평가는 기관구성원에게 목표달성에 대한 책임 의식을 부여해 기관 효율화에 큰 기여를 해왔다"며 "기관장평가와 기관평가를 별도로 실시해 책임있는 경영환경을 만드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다. 

 

그러나 평가결과에 따른 무조건적인 해임 건의는 해당 기관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다. 

 

재정부는 우선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에서 해임건의가 심의·의결됐기 때문에 최종 해임 결정권은 임명권자인 이 대통령이나 주무장관에게 넘어갔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주무장관이나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용 없는 일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평가 결과가 100%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다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해당 공공기관의 태생적 한계로 인해 기관장 능력과 무관하게 성과가 나타나는 기관이 있는 등 기관장 개인의 능력과 공공기관 자체의 실적을 명확히 구분하는 일이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결과발표전 해임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장들이 행정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이야기도 흘러 나오는 등 선진화와 책임경영을 모토로 내세운 정부의 이번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가 몰고 올 파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래저래 공기업 선진화는 멀고 먼 길이다. 
 

뉴스토마토 김세연 기자 ehous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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