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손효주기자] 지난 1997년 말에 불어닥친 IMF 환란 이후 최악이라 불리는 최근의 경기 침체.
이런 상황이 국내 산업을 경기불황에도 끄떡없거나 경기 침체가 오히려 약이 되는 이른바 ‘불황형 산업’과, 불황에 크게 흔들리며 민감하게 반응하는 ‘불황 민감형 산업’으로 뚜렷히 갈라 놓고 있다.
◇ 조선·항공·자전거..불황도 비켜간다
먼저 불황에도 잘 견디는 호황산업은 조선, 항공, 자전거 산업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8일 발표한 ‘불황기 호황산업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제조업, 서비스업, 도소매업을 64개 그룹으로 나눠 국내경기에 대한 민감도를 계산한 결과, ‘조선·항공·자전거’가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내려가면 2.66%포인트 생산이 늘어나는 호황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선, 항공같은 대표적인 수주산업의 경우 급격한 경기하락에도 기존 수주물량으로 출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종환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국내 조선업종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2~3년치 물량의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런 이유로 경기가 좋지 않아도 미리 받아 놓은 수주 물량에 대한 매출이 현재의 매출로 기록돼 실적이 좋아보일 수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 2~3년간 중국 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벌크선 등 고마진 선박에 대한 투기 자본 범람 등의 요인으로 선박 수주가 폭발적으로 늘었었다”며 “이 수주 물량에 의지한 실적 호조가 향후 2~3년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그 이후의 실적을 결정할 현재는 경기불황으로 수주가 거의 끊겨 2~3년 후 실적 부진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자전거 산업의 경우 불황에 오히려 호황을 누리는 대표적인 산업이라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불황으로 지갑이 얇아진 사람들이 유류비 절감 등의 경제적 이유로 자전거를 많이 찾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최근 자전거 전국일주도로 건설 계획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그린IT 선진국 액션플랜’이라는 정책효과까지 겹쳐 국내 자전거 산업은 최근 유례 없는 호황을 눌고 있다.
서울 합정동의 한 자전거 전문점 직원은 “최근 들어 기존에 자전거를 타던 고객보다 처음으로 자전거를 타려는 고객들이 더 많이 찾는다”며 “봄이 계절상 성수기이기도 하지만 경기침체로 출퇴근시 자전거를 이용하려는 고객들이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불황 여파에 흔들리는 증권·보험·자동차 산업
반면 증권과 보험, 자동차 및 부품 산업 등은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증권, 보험업의 경우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내려가면 5.77%포인트나 생산량이 감소해 경기에 대한 민감도가 가장 높았다.
김준완 ING생명 보험설계사는 “불경기이다 보니 보험계약총량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보험의 정확한 약관을 알고 자신이 왜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지 목적이 뚜렷한 가입자 비율은 더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 및 부품산업 또한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내려가면 4.32%포인트 생산량이 감소해 불황에 쉽게 흔들리는 대표적인 산업으로 꼽혔다.
실제로 지난달 국내 완성차 5사의 자동차 내수 판매량은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8%, 기아자동차는 5.8%, GM대우는 41.7%, 르노삼성은 20.8%, 쌍용차는 30.9% 각각 줄었다. 특히 생산량은 판매량 감소폭 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현대차는 17.2%, 기아차는 6.7%, GM대우 57.5%, 르노삼성 46.4%, 쌍용차가 48.8% 각각 생산량이 줄어든 바 있다.
이에 따라 완성차 산업 경기에 연동될 수 밖에 없는 자동차 부품 산업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상의 관계자는 이런 분석을 토대로 "불황에는 호황을 대비하고 호황에는 불황을 대비하기 위해 주력사업의 경쟁력을 따져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분석은 1995년 1분기부터 2008년 4분기까지 경기와 생산량 통계량을 가지고 생산함수의 계수를 회귀모형을 통해 추정한 것이다.
뉴스토마토 손효주 기자 karmare@etomato.com - Copyrights ⓒ 뉴스토마토 (www.newstomato.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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