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경영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바로 삼고초려(三顧草廬)로 유명한 중국 후한 말 사람 유비다. 유비는 제강공명을 얻기 위해 한번도 아니고 세 번을 직접 찾아갔다. 관우와 장비는 두 번이나 허탕을 치자 짜증을 냈지만, 유비는 세 번 만에 공명을 설득했고, 공명의 지략에 힘입어 삼국시대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었다. 비록 천하를 통일하지는 못했지만, 유비의 인재 경영은 중국을 넘어 온 세계에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인재가 중요하다는 데 토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다. 특히 기업은 한번의 사업 실패로도 모든 것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업무에 적합한 인재를 영입하려고 항상 혈안이 돼있다. 삼고초려가 문제가 아니다. 이들은 확실한 인재만 있다면 어떤 대가도 감내하겠다는 열의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 총수들은 뽑을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공명 같은 인재는커녕 업무에 적합한 인력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따르면 지난해 인재부족에 시달린다고 답한 미국 내 최고경영자(CEO)는 무려 73%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07년 이후 최고치다. 기업이 적합한 인재를 찾는 데 실패해 일자리 공석을 메우지 못하면 생산성은 떨어지고 마련이다. 기업이 사람을 뽑지 않으니 실업률이 엄청나게 치솟았다. 국제노동기구(ILO)의 2015년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전 세계 실업자는 2억100만명으로 지난 2008년 글로벌 위기가 시작되기 직전 보다 3000만명이나 늘었다. 종합하면 일자리 공석은 많아졌는데, 채용되는 사람은 오히려 줄었다.
(자료=Universum)
◇인재 영입은 집안 단속부터
영국의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그 이유를 2010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의 ‘탐색마찰(Search friction)’ 이론을 끌어와 설명했다. 고용·구직 과정에서 매칭(Matching) 문제가 발생해 기업이 원하는 인재와 그 조건에 맞는 인재가 서로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기업과 구직자가 지닌 정보력의 한계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 괜찮은 이성이 어딘가에 있지만, 그와 관련한 정보를 다 알 수 없어 솔로 남녀가 넘쳐나는 현상과도 비슷하다. 이런 교착 상태를 극복하려면 고용에 더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 이에 따라 기업은 구인광고나 인재채용 과정에서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는 한편, 인력자원(Human Resource) 전문가를 채용해 인재 모시기 전쟁을 치러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고용주 브랜딩(employer branding)이란 개념이 재부각되면서 HR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채용 시스템에 의문이 제기됐다. 고용주 브랜딩은 기업의 직원이나 기업이 채용하고자 하는 잠재 직원에게 고용주가 지닌 가치를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과거 HR 중심의 인재채용이 외부에 집중했다면, 고용주 브랜딩은 무게중심을 내부로 끌어왔다. 인재를 뽑으려면 지금 있는 직원들부터 제대로 대접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소셜미디어 혁명에서 비롯됐다. 기업의 내부 사정이 인터넷에서 투명하게 공개되자 구직자들은 기업의 광고 보다 내부 직원의 말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직원들의 도움 없이는 인재를 영입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페이스북나 트위터에 올라오는 직장인들의 자기 기업 평가는 기업 HR팀의 채용광고를 능가하는 영향력을 지니게 됐다. 이에 기업들이 부랴부랴 도입한 제도가 직원가치제안(employee value proposition)이다. 이 제도는 직원이 가치 있다고 느끼는 것을 충족시키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직원들의 자부심을 높여주면 기업의 브랜딩 가치가 높아져 인재 채용이 쉬워질 것이란 분석이다. 2000년대 중반 유니레버, 쉘, P&G가 이 제도를 도입해 인재 채용에 쏠쏠한 재미를 봤다. 그러나 이들의 독주는 오래가지 못했고 2000년 후반 들어 검색업체 구글이 고용주 브랜딩계의 신흥 강자로 급부상했다. 구글은 지난 2008년부터 지금까지 유니버섬(Universum)이 미국 대학 275개를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학생들이 가고 싶어 하는 기업 1위’를 한번도 놓치지 않았다. 학생들의 ‘구글앓이’에는 다 이유가 있다.
◇구글 화끈한 사원복지, 브랜딩 가치 키워
구글의 사원복지 제도를 보면 이렇게 해서 남는 게 있나 싶을 정도로 화끈하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구글 건물 한 켠에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현장의 직원들만을 위해 상주하고 있어 몸이 아픈 직원은 멀리 갈 필요 없이 구글 전용 의료진에게 즉시 진찰을 받을 수 있다. 또 구글 직원이 일하다 사망하면 10년 동안 매년 그가 받던 임금의 50%가 가족에게 지급되고, 가족 중에 누군가가 아프면 최대 22주까지 유급휴가가 주어진다. 이런 금전적인 보상만 있었다면 오늘날의 구글은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구글은 업무 시간의 20%를 가만히 앉아서 생각만 하는 데 쓴다. 직원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제도 덕분에 구글 직원들은 자신이 인류의 발전과 행복에 공헌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무인차를 개발하면 이동 간에도 쉴 수 있고 웨어러블 기기를 만들면 몸이 불편한 환자들이 건강한 사람과 동일한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다.
한편 인재 육성에 집중하는 기업도 있다. 인재를 찾는 데 드는 비용을 교육에 쓰겠다는 의도다. 중국 이커머스 알리바바는 지난 5월 해외 시장 확대 전략의 일환으로 '알리바바 리더십 발전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모집 대상은 세계 각국 경영학 석사과정 학생들이다. 뽑히면 2년 동안 이커머스 운영법, 국가간 물류관리, 사업개발 전략 등을 차례로 배우고 눈에 띄는 학생은 졸업 후 알리바바 정규직으로 채용될 예정이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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