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1분기 일자리 증가 폭이 1년 전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인 자동차, 조선 등 주력산업에서는 신규 고용은 커녕 오히려 일자리가 줄었다. 이 가운데 제조업, 건설업 등 중소기업의 일자리 급감은 고용시장의 그림자를 드리웠다.
4일 현대경제연구원 '산업 수요 측면에서 본 고용 상황과 시사점'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 사업체의 총 종사자수는 1508만명으로 1년 전보다 2만7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1분기 16만7000명 증가 규모와 비교하면 1년 만에 증가폭이 대폭 줄었다.
일자리 규모는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다. 지난해 2분기를 보면 전년 같은 분기보다 9만8000명, 3분기와 4분기에는 각각 4만5000명, 3만3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자료=현대경제연구원)
경기 불황에 일자리 급감이 심각한 업종은 제조업과 건설업 등 우리 경제의 근간이 되는 주력산업들이었다. 특히 중소기업과 대기업으로 분류해 일자리 상황을 살펴보면 중소기업의 일자리 급감이 눈에 띈다. 경기 불황에 고용시장도 대기업 쏠림이 가속화되면서 산업기반이 뿌리부터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다.
지난 1분기 중소기업의 제조업 일자리를 보면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1만1027개나 감소했다. 반면 대기업은 168개가 증가했다. 경기 불황에 부진을 면치 못했던 건설업에서는 중소기업이 3만2492개나 일자리가 줄었다. 제조업과 건설업에서 사라진 일자리만 해도 4만3519개에 달했다.
제조업 중에서도 주력산업의 중소기업 일자리 감소는 심각했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일자리가 2797개 줄었고, 조선에서는 6767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ICT에서도 3534개가, 섬유·의복에서는 9782개의 일자리가 없어졌다. 전기장비도 3925개의 일자리가 줄었다.
반면에 대기업은 일자리가 늘어난 곳도 있었다. 자동차 업종은 1856개, ICT는 1080개, 섬유·의복에서는 483개가 증가했다. 조선과 전기장비는 대기업도 일자리가 감소했지만 소폭에 그쳤다.
또 종합건설업에서는 300인 이하 중소건설업에서 1만4000명이 감소했다. 전문직별 공사업체의 종사자도 지난해보다 1만8000명이 줄었다. 전문직별 공사업체란 미장공, 목공, 도장업 등으로 대부분이 중소업체다.
서비스업에서도 중소기업 일자리 감소는 눈에 띈다. 도소매업 업종에서는 대기업이 248개의 일자리가 증가한 반면, 중소기업은 1719개의 일자리가 감소했다. 숙박음식업은 대기업이 323개의 일자리를 늘린 반면, 중소기업은 1만1000개가 줄었다.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도 중소기업은 3505개의 일자리가 감소한 반면, 대기업은 4926개 증가했다.
조호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내외수 동반부진으로 국내 기업들의 생산이 정체되고 업황 불확실성도 확대되며 제조업, 건설업에서 고용 감소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 연구위원은 "경제 전반의 고용 창출력 확대와 산업의 성장잠재력 제고를 위해서는 산업의 고용 확대를 가로막는 경직적 노동시장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면서 "특히 중소기업의 고용 창출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으므로 특성화된 고용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의 신규투자 유도, 정부의 고용지원금 확대 등 산업별 차별화된 고용지원 전략이 필요하다"며 "중소 사업체의 자유무역협정(FTA) 활용도 제고와 고용 지원 등으로 고용 감소를 방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고부가가치 및 고기술화에 투자를 집중으로 새로운 주력 산업과 일자리를 발굴해야 한다"며 "경기 불황 지속에 따른 실직자를 위한 맞춤형 일자리 정책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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