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방서후기자] # 서울 성동구에서 전용면적 59㎡짜리 전셋집에 살고 있는 A씨는 곧 있으면 다가올 계약 만기를 앞두고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집주인이 재계약을 명목으로 전세금 1억원을 올렸고, 증액된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을 찾았지만, 전세금이 3억 원을 초과한다는 이유로 더 높은 금리의 대출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현재 A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전세 시세는 3억3000만원, 2년 전 대비 1억 원이나 오른 것도 부담스러운데 이자까지 더 내야 한다니 막막하기만 하다.
전셋값은 매일 사상 최고치 기록을 넘고 있는데 반해 정부의 저금리 전세 대출 혜택은 축소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부부합산 연소득 5000만 원 이하 무주택 세대주를 대상으로 하는 국민주택기금 대출 상품인 버팀목 전세자금대출(구 근로자서민전세자금대출)이 고액 전세 주택에 지원되는 것을 막고자 지난해 5월부터 전세보증금 상한을 6억 원에서 3억 원 이하로 낮춰 운영하고 있다.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저렴한 상품인 만큼 보다 형편이 어려운 계층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은 물론, 고액 전세에 대한 수요를 매매로 전환시키고자 했다.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낮아 전세로 수요가 몰리고, 이는 전셋값 폭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고가 전세주택 지원에 대한 논란이 항상 있어왔고, 전국 평균 전셋값을 감안하면 전셋값이 3억 원을 넘는 주택은 수도권에서도 강남 등 일부 지역에 몰려 있을 것으로 판단, 고가전세로 보고 한도를 줄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의 생각과는 달리 이미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평균 3억 원을 돌파한 지 오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지난해 3월 3억 원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달에는 3억1153만원까지 올랐다. 전체 25개 자치구 중 절반에 가까운 12개 구에서 전셋값이 3억 원을 넘겼고, 대출 규제로 인해 졸지에 고가 전세가 돼 버린 3억 원 이상~6억 원 미만 전세주택은 전체의 25.4%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관계자는 "물론 아파트가 전체 주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만 다가구나 다세대 등 서민들이 거주하는 모든 주택 유형을 고려해서 결정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인해 재계약을 하거나 서울에 새로 전셋집을 구하고자 하는 신혼부부 등의 주거비 부담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13만6933건으로 지난 2013년 12만587건 대비 14% 가까이 늘었다. 특히 전세대출 보증금 제한이 적용된 지난해 5월 이후에도 전세 거래량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 추이 (자료=서울부동산정보광장)
전세자금 대출도 크게 늘었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원석(정의당)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1~11월 전세자금대출 신규 취급액은 14조6000억 원으로, 지난 2013년 11조3000억 원 대비 30% 가량 증가했다. 즉, 전세수요를 매매수요로 이끌어 전셋값 안정에 기여하겠다는 정부의 발상은 실효성이 거의 없는 셈이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리서치팀장은 "주택시장이 회복됐다고는 하지만 매매가격은 이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떨어진 곳도 있는데 전셋값은 계속 오르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집값에 대한 전망 자체가 밝지 않은 것"이라며 "때문에 돈이 있어도 계속 전세를 사는 것인데 그런 근본 원인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정영엽 그랜드리얼티 대표도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낮아서 전세 거래가 늘어난 측면이 물론 있지만 금리가 높아진다고 해서 전세 거래가 위축되지는 않는다"며 "전세가율이 오르다보니 매매로 전환되는 수요도 분명 있지만 그렇다고 전셋값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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