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금융당국은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가계대출 증가 속도 조절을 위한 카드인 주택저당증권(MBS) 의무매입을 꺼냈다.
당장 은행권은 다음달 시행되는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와 관련해 대출전환 대출 100% 규모에 해당하는 MBS를 강제로 떠안아야 할 판이다. 주담대 구조개선 실적이 은행 혁신성 평가지표에 반영되다 보니 은행권은 결코 무시 할 수도 없다.
금융위원회가 26일 브리핑을 통해 가계부채가 다소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발표한 데 대해 일부에선 지나치게 안이한 인식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MBS 할당, '시장자율'은 사라진 채 경영간섭만 남아
일단 1년간 20조원 규모의 MBS를 은행들에게 100%매입 부담을 지우다보니 볼멘소리가 나올만한 상황이다.
은행은 MBS의 수익률이 2%대에 불과한 데다 분할상환으로 갈아타는데 드는 중도상환수수료 한 푼 받지 못하고 전환해줘야 한다. MBS 매입으로 건전성엔 큰 문제는 없지만 비이자수익 등 수익성엔 타격을 입게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 주택담보대출도 정부정책 여파로 예대마진이 많이 줄어들었다"며 " 일반 가계신용대출 금리가 평균 5%대, 담보대출도 3~4%대 금리인 점을 보면 반길 수 만은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주담대와 관련된 실적은 큰 비중은 아니지만 혁신성 평가 항목중 구조개선 항목에 포함돼 있다"며 "수익성 하락을 감내하며 (금융권의)혁신을 도모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러다보니 연초 범금융 대토론회 등을 통해 경영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다 던 금융당국의 약속이 1달도 채 안되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관치(官治)'로 비쳐지는 데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업계와 당국 모두 가계부채와 관련된 고통을 분담하자는 결론을 내렸다는 게 금융위의 해명이다.
김용범 금융정책국장은 "은행도 MBS를 갖고 있으면 유동성 비율 등에 도움이 되고 은행 입장에서는 다른 은행으로 고객 뺏기지 않을 수도 있다"며 "은행은 수익성을 내야하는 민간회사이지만 금융시스템 안정에 기여할 의무도 있으며 주택금융공사도 이번 프로그램하면서 출연료를 줄이는 등 희생을 했다"고 설명했다.
◇가계대출 구조개선 프로그램 체계도. (자료=금융위원회)
◇"관리 가능한 수준"만 되풀이..바뀌지 않는 인식
가계부채에 대한 정부의 인식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가계부채에 대한 경고등을 가장 먼저 켠 곳은 정부였다. 그렇지만 가계부채가 국내 경제의 '뇌관'으로 인식된 이후 정부의 평가는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한결같다.
전직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국 내부에서) 가계부채 관련 모니터링은 꼼꼼히 하는 편이지만 속내를 완전히 밝히게 되면 시장에 여파가 커 항상 조심스럽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정한 올해 대출전환 목표인 20조원은 자체적인 기대치라는 지적도 적지않다.
금융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미 작년부터 고정금리·분할상환 전환과 관련해 오히려 가계부채의 총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경고가 있었지만 당장 정부에서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은 (오늘 대책이) 최선일 것"이라며 "근본적으로 가계부채가 줄어들려면 경기가 살아나고 산업이 활성화 돼야하는데 현재상황이 쉽지 않으니 추상적인 이야기밖에 할 수 없다"고 일침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