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이렇게 막자)②남인순 의원 "보육교사 지원 획기적으로 늘려야"
"보육교사 임금 인상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발의"
"8시간-2교대 근무제 도입 등 근무환경 개선해야"
2015-02-23 16:35:00 2015-02-23 16:35:00
[뉴스토마토 최병호] 아동학대는 단순히 아동에 대한 신체적·정신적 가혹행위만 해결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다. 여기에는 인권과 교육시스템, 복지문제, 예산, 건전한 가정 만들기, 중앙과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배분 등 온갖 이슈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놓는 아동학대 근절대책을 보면 정부도 아동학대를 없애려고 나름 고민한 흔적이 드러난다. 하지만 아동학대가 여러 사회 이슈와 관련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의 대책은 어린이집만 감시·처벌해서 성난 민심을 가라앉히겠다는 의도에 불과하다.
 
새정치민주연합 '아동학대 근절 및 안심보육 대책 태스크포스' 위원장인 남인순 의원(비례대표)은 지난 6일 <뉴스토마토>와 만나 "아동 그 자체와 아동을 위한 활동, 아동 위해 일하는 다양한 관계자들, 아동을 돌보는 보육교사들에 대한 전반적인 지원을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에 더이상 아동의 인권은 없다"고 강조했다.
 
남 의원은 "아동학대 원인을 분석해 보니 아동에 돌보미 서비스를 제공하는 교사의 격무 환경, 부실한 보육교사 양성체계, 아동 인권과 관련한 보수 및 교육 미흡 등이 문제였다"며 "CCTV 의무화만이 아동학대를 막는 유일한 해법인 것처럼 접근하는 것은 문제가 있고 이번 기회에 아동학대 방지 종합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정치민주연합은 '보육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하다'는 입장에서 보육교사의 임금을 인상하는 내용의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며 "가정 내 아동학대에 대해서도 부모들을 교육하고 아동에 대한 신체적·도구적 폭력을 금지하는 내용을 영유아보육법과 아동보호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의원은 세종대 국어국문학과와 성공회대 시민사회복지대학원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으며,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국장을 시작으로 시민활동에 뛰어들었다. 이후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실업극복국민재단 이사, 한국여성재단 이사, 시민정치행동 내가꿈꾸는나라 공동대표 등을 지냈고 19대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비례대표로 정치에 입문했다.
 
◇1월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아동학대 근절 및 안심보육 대책 태스크포스' 위원장인 남인순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News1
 
다음은 남인순 의원과의 일문일답.
 
-정부의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절대책에는 어린이집 CCTV 의무화, 아동학대 기관·교사 영구 퇴출, 보육교사 국가시험 도입 등의 내용이 담겼다. 현재 새정치민주연합도 '아동학대 근절 및 안심보육 대책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두번의 아동학대 근절대책을 냈다. 큰 방향에서 야당의 대안과 정부의 대책은 어떻게 다른가.
 
▲사실 지금 와서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방안이나 정부의 대책이 비슷해진 것 같다. 하지만 처음에는 어린이집 내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더 중점을 뒀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아동학대가 일어나는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해서 그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려고 했다. 아동학대 원인을 보니까 아동에 돌보미 서비스를 제공하는 교사의 격무 환경, 부실한 보육교사 양성체계, 아동 인권과 관련한 보수교육 미흡 등이 문제였다.
 
예를 들면 보육교사의 근무시간만 봐도 현행 영유아보육법에서는 12시간 근무하도록 됐다. 이렇게 되면 교사가 하루 평균 8시간 정도 아동을 돌보고 나머지 시간은 행정업무나 잡무에 시달린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동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
 
그래서 지금은 8시간 근무제-2교대 근무제 도입 등 근무환경 개선에 방점을 찍고 있다.
 
-정부의 아동학대 근절대책 중 CCTV 의무화가 논란이다. 야당은 CCTV 의무화에 찬성하면서도 신중한 입장인데, CCTV 의무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어린이집 CCTV 의무화에 대해서는 그것 자체가 아동학대를 막는 해법이라고 보지 않는다. CCTV가 아동학대를 막는데 어느 정도는 도움을 주고 부모들이 CCTV를 통해서 안심하는 측면도 있지만 거기에는 분명히 역작용도 있다.
 
정부는 어린이집당 4개를 설치해서 총 150만원 지원하려고 하는데 4개를 설치해서 어디를 감시하겠다는 것이냐? 어린이집에는 보육실 여러개, 원장실, 화장실, 식당 등 공간이 많은데 사각지대가 없게 CCTV를 설치하려면 적어도 20개 이상은 필요하다.
 
정부의 대책처럼 CCTV 의무화가 아동학대를 막는 유일한 해법인 것처럼 접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번 기회에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CCTV 의무화와 아동학대 기관 영구 퇴출 등은 사고가 발생한 후에 대처한다는 점에서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어린이집 내 안심보육여건 조성과 프로그램 개발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기본적으로 '보육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하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보육교사의 근무환경을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구보고서를 보면 보육교사들은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직무 스트레스(71%), 과다한 업무(64%) 등을 꼽았다. 
 
영유아보육법 시행령에는 보육교사가 돌볼 아동 수를 규정했는데, 만 1세 미만 영아 3명당 교사 1인, 만 1~2세 미만 영아 5인당 교사 1인 등이다. 
 
현재 보육교사는 행정업무와 잡무를 많이 하는데 보조교사를 둬서 교사가 보육에만 전념하게 해야한다. 청소나 식사준비 등을 보조교사에 맡기면 업무부담이 줄어든다.
 
보육교사가 되는 과정도 손 봐야 한다. 현재 보육교사가 100만명인데 60% 이상이 사이버교육이나 교육원에서 단기 교육을 받았다. 
 
국가고시를 도입한다면 교사가 될 때 이수할 과목 중 아동 인권 관련 부분을 필수 과목화해야 한다. 더구나 현재 보육교사가 100만명이나 있는데 새로 진입하는 사람들에게만 국가고시를 보게 하는 것은 오히려 교사가 되려는 지망생들에게는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 지금 있는 교사들에 대한 보수교육과 재교육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
 
교사의 임금도 보장해야 한다. 보육교사는 하루 9.6시간을 일하고 월 112만원 정도를 받는다. 다른 직종은 학력·경력을 따져서 호봉제를 적용하는데 민간 어린이집은 호봉제가 아니다. 어린이집을 옮기면 기존 경력은 다 없어진다. 그래서 민간 어린이집과 가정 어린이집도 호봉표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자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재 국내 보육시장은 민간 어린이집이 90%의 비중을 차지한다. 반면 국공립 어린이집 등 공공보육 인프라는 부족하다. 또 정부가 민간 어린이집을 늘리기만 하고 예산 등에서 제대로 된 지원을 하지 않아 부실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보육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한편 민간 보육시장을 내실화할 방안은 무엇인가.
 
▲우선 새정치민주연합은 개인이 어린이집을 개설해서 민간 보육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어느 정도 줄이고 법인이나 지자체가 하는 것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30%까지 늘려야 한다. 정부에서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만들려면 돈이 많이 든다고 말하는데, 최근에 주택법과 영유아보육법에서는 3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의 관리동을 의무적으로 국공립 어린이집을 설치하도록 했다. 이곳을 활용하면 된다.
 
그동안 민간 어린이집 내실화는 전적으로 평가인증제에 의존했다. 그런데 인천 연수구 아동학대 어린이집을 보면 평가인증 점수가 95점이었다. 평가 기준과 점검체계를 개선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평가인증이 3년마다 이뤄지는데 평가인증을 받은 후 불시 확인점검을 통해 평가인증 당시의 질을 유지하게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단순히 물리적 여건이나 교보재 구비현황 등만 평가할 게 아니라 아동학대와 관련된 부분도 부모가 평가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요즘 어린이집 아동학대가 문제지만 사실 가정 내 아동학대가 전체 아동학대의 80%나 된다. 가정 내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도 함께 설명해달라.
 
▲먼저 가정 내 체벌에 대한 부모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 과거에는  체벌과 아동학대의 경계가 모호하다고 했고 부모들은 '내 아이를 내가 때리는 데 무엇이 문제냐'는 식이었다. 
 
이런 것을 부모들에게 교육해서 아동학대가 무엇인지 알려야 한다. 아동에 대한 신체적·도구적 폭력을 금지하는 내용을 영유아보육법과 아동보호법에 명시해야 한다.
 
◇아동학대 피해 아동의 연령분포.(2013년 기준, 자료=보건복지부)
  
현재 정부는 의사·보육교사 등 24개 직군에 걸쳐 아동학대를 발견하면 신고하게 된 신고의무자 제도를 운영 중이지만 이 제도가 유명무실하다. 신고의무자에게 제도를 제대로 교육해야 하고 아동학대 체크리스트 등을 활용해 신고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아동학대가 일어나면 신고하는 곳이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다. 이게 지금 전국에 51개다. 이 정도로는 전국의 아동학대를 다 커버할 수 없다. 아동학대방지법을 바꿔서 아동보호전문기관을 모든 시·군에 하나씩 설치하고 예산과 인력지원도 늘려야 한다.
 
결국 관건은 아동 그 자체와 아동을 위해 일하는 다양한 관계자들, 아동을 돌보는 보육교사들에 대한 전반적인 지원을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정부는 어린이집 아동학대와 가정 내 아동학대 증가의 근본적으로 원인을 가정 내 양육시스템이 무너진 상황, 어머니가 아이의 보육에 전념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하는 듯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가정 내 양육시스템이 무너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정확히 표현하면 '돌봄의 공백'이다.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핵가족화되고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아동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돌봄의 공백에 생겼다. 이런 공백은 국가나 사회가 함께 메꿔줘야 한다.
 
어린이집과 가정 내 아동학대 증가가 가정 내 양육시스템이 무너졌고 부모가 보육에 전념하지 못해 생긴 일이라고 말한다면 보육에 전념하지 못하는 워킹맘이 아동학대를 가장 많이 하게 될 것 아닌가.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아동학대를 가족의 책임으로만 돌리면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외면할 수 있다. 아동학대는 사회적인 문제로 봐야 한다.
 
물론 돌봄의 공백을 국가나 사회가 메꾸려고 할 때 거기에 얼마나 비용이 들고 개인과 국가가 어떻게 역할을 분담할지는 고민해야 한다. 육아휴직 확대나 무상보육 실시, 안심할 수 있는 보육시설을 확충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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