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제약업력 120년만에 첫 매출 1조원을 달성한 제약사가 탄생했다. 유한양행이 주인공으로 19일 현재 1조1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동아제약이 연결기준으로 1조원으로 넘어선 적이 있지만 단일법인이 이를 넘어선 경우는 유한양행이 최초다.
업계에선 유한양행이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며 큰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의 제약산업을 진일보시켰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질적 변화를 가져오는 전환점을 가져올 사건"이라며 "제약업계 전체가 글로벌 경쟁력의 한계를 넘어서고 도전의지를 가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제공=유한양행)
이 같은 시각은 글로벌화를 위해선 '규모의 대형화(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제약업계 특수성에 터잡고 있다.
기술집약적인 신약개발은 막대한 투자와 장기간의 연구가 필요하다. 하나의 신약이 개발되는 데 평균 10∼15년이 걸리고 1억~6억달러의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글로벌 신약개발에 성공할 경우 1년에 10억달러를 벌어들일 만큼 부가가치는 막대하지만, 성공확률은 4000~1만분의 1로 지극히 낮다.
신물질탐색에서부터 신약이 탄생하기까지 과정을 전부 진행시키기 위해선 규모의 대형화가 필수적인 이유다.
하지만 국내 제약업계 실정은 이와 거리가 멀었다.
국내 제약산업(19조원)이 세계 시장(7175조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3%에 불과하다. 국내 제약사는 500여개가 있지만, 한해 1000억원 매출을 넘는 업체는 30개사에 그친다.
복제약과 내수 위주의 사업모델로 인해 제약산업이 영세화되고 하향평준화된 탓이다. 이런 국내 제약업 환경에서 신약개발 비용은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했다.
유한양행의 1조원 돌파를 제약산업이 규모의 경제로 나아가는 첫걸음으로 보는 업계의 시각도 이 같은 배경에 기인한다. 제약산업 선진화 과정에서 하나의 물꼬를 튼 상징적 사건인 셈이다.
제약사의 대형화는 다양한 R&D 전략을 사용해 신약개발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기업의 덩치를 키워 신약개발 역량도 끌어올릴 수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1조원 매출 달성은 국내 제약사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의 모태를 이룩한다는 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자평했다.
다만 유한양행이 안고 있는 숙제가 남아 있다.
유한양행은 다국적사로부터 도입한 신약들이 많아 상품매출 비중이 매출 대비 70% 수준에 달한다. 매출에서 자사가 개발한 약물의 비중이 낮다는 의미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R&D 비용은 418억원으로 매출액의 5.6% 수준이다. 상위사인 한미약품(939억원, 37.6%), 녹십자(612억원, 16.8%), 대웅제약(660억원, 14.8%), 동아에스티(463억원, 24.9%) 등과 비교할 때 낮은 수치다.
신약 개발라인은 역류성식도염, 과민성대장증후군, 당뇨병 치료제 등이 있지만 대부분 임상 초기거나 물질탐색 단계라 차세대 먹거리로 성장하기에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1조원 매출 달성으로 R&D 투자를 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한 만큼 이제라도 신약개발 전문회사로 체질 바꾸기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내년 하반기부터 신약 후보들의 임상이 속도를 내면서 R&D 비용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신약들이 출시되면 자연스럽게 자체 제품의 매출 비중도 늘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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