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의 경제성과만 자랑하고 환경성과는 외면하나
2014-11-17 17:55:02 2014-11-17 17:55:10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박근혜 대통령이 8박9일간 진행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등 해외 정상회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귀국했다. 귀국하는 박 대통령의 마음은 어느 때보다 뿌듯했을 것이다. 3년 넘게 난항을 겪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해 한-뉴질랜드 FTA까지 깜짝 타결하며 우리 경제영토를 확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유리한 성과만 알리고 다른 협상이나 소득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과 중국이 장기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로 했지만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어느 곳도 언급이 없어서다.
 
◇17일 박근혜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등 8박9일간의 해외 일정을 모두 마치고 귀국했다.ⓒNews1
 
17일 정부가 박 대통령의 APEC 회의와 동아시아국가연합(ASEAN)+3(한·중·일)&동아시아(EAS) 회의, G20 회의 등에 대해 홍보한 성과는 경제영토 확장으로 요약된다.
 
9일간 박 대통령은 한-중 FTA와 한-뉴질랜드 FTA를 잇달아 성사시키며 우리 경제영토를 73.45%까지 넓히는 한편 농산물 수입은 막고 제조업 부문 수출을 늘렸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 박 대통령과 장관들이 일련의 정상회의를 통해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 Free Trade of Asia Pacific) 실현을 위한 진전된 논의를 진행했고, 우리나라가 주도한 중소기업의 글로벌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s)에 대해서도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해외 일정 중에는 경제성과와 관련된 일만 있었던 게 아니다.
 
대표적으로 APEC 회의를 통해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온실가스 감축에 합의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은 202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28%까지 줄이고 중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더 늘리지 않기로 했다.
 
그동안 미국과 중국은 세계 산업발전을 이끌며 G2로 불렸고 2011년 기준으로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을 차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합의는 앞으로 다른 나라들에도 기후변화와 온실가스 감축을 강요하는 포석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의 이번 합의는 큰 의미를 지닌다"며 "그러나 우리나라를 비롯해 인도와 러시아, 일본, 유럽 등이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지 않으면 기후재앙을 막기에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1·2위 국가이자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 자발적으로 나섬에 따라 우리나라와 다른 주요국 역시 반강제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까지 정하고 당장 내년부터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시작하기로 했으며 2020년 말부터는 저탄소차협력금 제도를 시작하기로 한 만큼 온실가스 배출에 관한 국제 동향에 누구보다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 합의에 큰 의미를 안 둔 모양새다. 환경부 등 정부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미·중국의 온실가스 감축안 합의는 어디까지나 양국의 문제일 뿐이라는 것.
 
또 이번 합의가 사전에 주요국과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교감을 통해 나온 게 아닌 데다 이미 2012년까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로 한 교토의정서마저 미국과 중국의 비협조로 무용지물이 된 상황에서 이번 합의가 실효성을 가질 수 있느냐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전경련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정치적 쇼"라며 "온실가스 감축을 통해 주요국의 경제활동에 영향력을 더 확대하고 환경산업을 주도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연합 등은 "온실가스 감축이 국제적인 추세임을 부인할 수 없다"며 "정부가 FTA 타결을 통해 세계경제에 우리의 영향력이 커졌다고 자랑하는 만큼 온실가스 장기 감축목표를 담은 기후변화법을 제정해 환경분야에서도 우리의 영향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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