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알샤밥과 1년 계약한 박주영. ⓒNews1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박주영의 결정에 또다시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 그가 K리그에 돌아오길 바랐다. 충분히 감각을 끌어올려 다시 해외진출을 모색할 수도 있다고 봤다. 하지만 박주영의 선택은 사우디아라비아 리그의 알샤밥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 리그는 K리그와 비교해 경기력에서 결코 우위에 있지 않다.
대다수의 축구팬들도 같은 생각이라 본다. 한때는 한국 축구 최고의 재능으로 꼽혔던 선수가 사우디로 떠났다. 분명 박주영이 청소년 시절 보인 파괴력은 '바르셀로나'라는 이름값만 빼면 지금의 이승우보다 절대 떨어지지 않았다.
지독히도 안 풀렸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과정을 훑어보면 프랑스(AS모나코) 이후가 문제였다. 잉글랜드(아스널·왓포드)와 스페인(셀타비고)을 거치는 동안 벤치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았다.
다만 알샤밥과 1년 계약이라는 점에 주목할 수 있다. 사우디를 거쳐 다시 유럽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이 엿보인다. 그래서 더 K리그 복귀가 아쉽다.
하지만 이 계약 자체를 비판할 수 없다. 가치관의 차이다. 실리와 명예 사이의 고민이다. 29살인 박주영의 선수 생활은 10년도 남지 않았다. 직업인으로서 실질적인 이득을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
누구는 돈을 포기하고 자신의 명예를 되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전북의 이동국이다. 최강희 감독을 만나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이동국은 몇 차례 중동 이적 제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때마다 이동국은 높은 연봉을 거절했다. 실리를 떠나 국내 팬들 앞에서 화려하게 부활하는 명예를 원했다.
박주영이 아예 명예를 포기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짧은 계약으로 더 큰 무대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축구대표팀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출전 시간을 강조했다. 사우디 이적 후 박주영은 대표팀 합류까지 바라볼 수 있다.
박주영의 구체적인 연봉은 알려지지 않았다. 10억에서 16억 사이라는 추측만 돌고 있다. 축구 선수가 받을 수 있는 꽤 높은 수준의 연봉이다.
이 과정에서 박주영이 돈만 좇는 선수라는 날 선 비판도 나오고 있다. 아스널에서의 높은 연봉에 이어 이번에도 연봉이 우선시 됐다는 시각이다. 아주 잘못된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게 비판의 중심이 돼선 안 된다. 그의 최근 선수생활을 돌아봤을 때 화살이 날아갈 곳은 사우디 이적이 아니다. 가치관의 차이에 따른 결정을 무조건 틀렸다고 치부해버리면 정작 중요한 부분을 놓친다.
박주영이 틀린 부분은 예전에 몇 가지가 있었다. 공식 해명이 늦거나 아직도 하지 않아 스스로 논란을 키운 부분도 있다.
2011년 릴(프랑스) 이적 직전 갑자기 아스널로 방향을 튼 사례가 그렇다. 박주영은 릴과 1차 메디컬테스트를 받고 2차 메디컬테스트와 최종 사인만 남겨둔 상황에서 갑자기 아스널과 계약했다. 아스날 벵거 감독의 전화를 받은 박주영이 야밤에 호텔 방을 나와 런던으로 떠났다는 말이 여전히 돌고 있다. 릴 현지 언론과 팬들의 원성도 많이 터져 나왔다.
2012년 런던올림픽 직전 터진 병역 문제도 거론할 수 있다. 박주영은 당시 소속팀인 AS모나코의 도움을 얻어 모나코 영주권을 얻었다. 국내 병역법상 해외 거주권자가 만 37세까지 입대를 미룰 수 있다는 점을 이용했다고 여기저기서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박주영은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 합법적으로 병역특례를 받았으나 당시 병역법 개정 등 큰 파문을 몰고 왔다.
브라질월드컵 직전 뒤늦게야 왓포드로 이적한 점도 지적할 수 있다. 당시만 해도 유럽 하위권 팀들이 박주영을 원한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월드컵을 앞두고 충분한 출전경험을 쌓기위해 하루빨리 팀을 옮겨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박주영은 월드컵 개막을 넉달 남긴 2월에서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부 리그인 왓포드로 이적했다. 홍명보 감독의 '출전 시간 원칙'에 겨우겨우 구색을 갖췄다.
당시 이런 부분에 대해 좀더 예리한 비판이 나왔어야 한다.
선수가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좀 더 큰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도왔어야 한다. 건설적이고 설득력 있는 비판을 못했던 결과, 박주영은 팬들의 기대와 어긋나는 결정을 거듭했다.
이번 사우디 이적에 대해 또다시 많은 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결정에 대해서는 섣불리 판단하기 이르다고 본다. 실리와 명예를 모두 거머쥐는 한 수가 될지는 좀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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