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이승우(16·바르셀로나 후베닐A)를 받아들이는 일이 한국 축구의 과제로 남았다.
이승우는 지난 20일 북한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챔피언십에서 한국 축구계에 희망으로 떠올랐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득점왕을 해보겠다고 단언한 뒤 5골(4도움)을 터뜨려 득점왕에 올랐다. 일본과의 8강전을 앞두고는 쉽게 이길 것이라고 인터뷰 한 뒤 60m를 돌파해 수비수 3명과 골키퍼까지 제치고 골망을 흔들었다.
◇지난 8월28일 오후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이승우(오른쪽). ⓒNews1
적어도 "말 만 앞선다"는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득점왕과 대회 최우수선수(MVP)는 이승우의 몫이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승우는 "우승을 못해서 아쉽다. 끝까지 함께 뛰어준 코치 선생님들과 선수들에게 고맙고 내년에 있을 U-17 월드컵서 우승하겠다"고 다음을 기약했다.
2년 전부터 줄곧 '바르셀로나 유스'로 유명세를 탄 이승우가 사실상 국내 축구팬들 앞에서 처음으로 그 진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자신감 있는 모습과 강한 인상의 골 세리머니를 해 더 큰 화제를 모았다.
축구팬들을 비롯한 축구계는 이같은 이승우의 행동을 놓고 의견이 갈렸다. "자신감과 자유분방함에서 나오는 창의성의 원천"이라는 평가와 "더 큰 선수로 크기 위해서는 자칫 인성으로 비춰질 수 있는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라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과거 한국 축구에 혜성처럼 등장했던 재능 있는 선수들의 이름까지 거론됐다. 그들과 이승우를 비교해 성장 가능성을 언급하는 얘기도 나왔다.
◇일본전에서 골을 넣은 뒤 관중석을 향해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이승우. (사진캡쳐=KBS N 중계화면)
이런 논란은 한국 축구의 과도기적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어린 시절부터 해외 축구 유학을 경험하거나 K리그 산하 유소년 팀에서 성장한 선수들이 커가면서 이들의 연령별 대표팀 차출도 늘어난 모양새다. 학원 축구로 대변되는 과거 선수들의 성장과는 다르게 축구에 대한 접근 자체가 다르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승우의 자신감 넘치는 인터뷰와 세리머니 등 과거 선수들에게 볼 수 없었던 모습은 앞으로 더 많아질 전망이다. 달라진 환경에서 큰 어린 선수들이 더 많아질수록 '축구 신세대'로 대표되는 이들의 색다른 행보는 더 나올지도 모른다.
국내 축구계가 이들의 축구 실력과 더불어 가치관과 태도를 받아들일 자세가 됐느냐 하는데 관심이 쏠린다.
한 유소년 축구 관계자는 "지금 어린 선수들과 학부모들 모두 우리 축구할 때와는 분위기가 다르다"며 "분명 축구계의 분위기가 바뀌어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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