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KB금융(105560)과 관련된 제재가 경제관료 선후배 사이의 '집안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전(前) 국민은행장의 내분에서 시작해 이제는 모피아의 내홍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임 회장에 대한 금감원의 중징계 방침을 사실상 받아들일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임 회장의 중징계를 금융위원회에 건의하면서 공은 신제윤 금융위원장에게 넘어간 상태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왼쪽), 최수현 금융감독원장(가운데), 신제윤 금융위원장(오른쪽) (사진=뉴스토마토DB)
◇돌고돌아 모피아 선후배 사이의 설전(說戰)으로
임영록 회장(행시20회), 신제윤 금융위원장(24회), 최수현 금감원장(25회)은 모두 옛 재무부 관료 출신이다. 특히 임영록 회장과 최 원장은 서울대 사범대 출신으로 재무부 시절 남다른 인연도 있었다는 게 금융당국 관계자의 전언이다.
관료조직 내에서도 가장 결속력이 강한 조직으로 알려진 '모피아'가 이처럼 볼썽사나운 상황이 전개된 배경엔 임 회장이 후배인 최 원장장의 중징계 처분에 대해 불복 선언을 하고 나선 것이 화근이었다.
최 원장의 중징계 '역공'이 시작되면서 임 회장은 최 원장을 겨냥해 "금감원장의 결정으로 KB금융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며 각을 세웠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KB의 막장드라마가 행장과 회장의 내분에서 모피아의 '집안싸움'으로 귀결되는 모양새"라며 비판했다.
사태가 격앙되면서 최종 결정권을 쥐고 있는 신 위원장의 어깨는 무거워졌다. 금감원 제재심과 달리 금융위는 합의제 의결기구다. 경징계로 될 경우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있을 수 있고 중징계로 유지되면 임 회장이 행정소송 또는 이의신청을 제기해 KB사태가 더욱 장기화될 가능성도 높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임 회장이) 지난 5일 일부 매체만 불러모아 긴급 간담회를 하고 또 기자회견을 하는 것을 보면 급하긴 급한 모양"이라며 "KB가 죽고사는 문제에 관련해 모피아의 끈끈한 인연과 관계없이 그들(모피아)의 치열한 싸움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회장 선임 때 신제윤 위원장 발언두고 "결자해지 해야"
임 회장 선임에 앞서 당시 신 위원장의 발언이 또다시 주목되고 있다. 지난해 신 위원장은 취임 후 기자들과 산행에서 "관료도 능력과 전문성이 있으면 금융그룹 회장을 할 수 있다고 본다"며 "임영록 KB금융 사장 같은 경우는 외부인사라 보기 애매하다"고 밝힌 바 있다.
신 위원장이 모피아출신 선배를 미는 듯이 비쳐져 국민은행 노조가 비난성명을 내는 등 관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었다. 업계에서는 KB사태에 대한 신 위원장의 지분도 있다며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종지부를 찍어야한다는 목소리도 적지않다.
한 관계자는 "(신 위원장이) 여론에 치우치거나 윗선의 의중에 개의치 않고 현명한 판단을 해야한다"며 "아울러 수년간 KB금융의 문제의 뿌리로 지적받아온 낙하산 인사 방지에 대해서도 고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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