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산업은행이 과거 소매금융 강화 차원으로 시작한 아파트 집단대출 업무 중단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산업은행 여의도 본점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 내부에서는 아파트 집단대출 업무를 점진적으로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기존 고객들이 있기 때문에 고객 불편을 초래하지 않는 선에서 업무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산은은 지난 2010년 이명박 정부때 기업공개(IPO)를 통한 민영화 방침에 따라 소매금융 강화 명분으로 아파트 집단대출 등 개인 여신업무에 뛰어들었다.
IPO에서 제값을 받기 위해선 수신과 여신부문에서 시중은행에 버금가는 경쟁력을 갖춰야한다는 게 당시 정부와 강만수 산은 회장의 생각이었다. 함께 추진한 다이렉트뱅킹과 영업점 확대도 같은 연장선이다.
4년의 시간이 흐른 현재 산은의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정부와 산은 회장이 바뀌면서 금융공기관 민영화는 무산됐고, 정책금융공사을 재통합한 통합산은 출범을 앞두고 있다. 이제는 민영화 대신에 본연의 정책금융기관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파트 집단대출 등 민영화 추진 당시의 사업들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말로만 정책금융 강화라는 볼멘소리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홍기택 산은 회장이 꾸준히 강조하고 있는 '정책금융 맏형론'과 상반된다는 지적이다.
경기도 소재 산업은행 영업점 직원인 A씨는 "집단대출 업무 특성상 중도금이나 잔금대출은 하루에 몇백 건 이상씩 집중적으로 이뤄진다"며 "특정 기간에 몇 안되는 지점 직원들이 모두 동원돼야한다"고 말했다.
특히 중도금대출을 취급하려면 지점 직원들이 모델하우스에 파견돼 소비자 자필 서명을 받아 관리하는 등 서류작업이 까다롭다. B씨는 "시행사의 잡무들까지 대신 할때는 '정책금융하고 있는 게 맞나'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민영화 방침이 계속됐으면 일반 시중은행처럼 전담 인력을 늘리고 업무 노하우가 쌓였을텐데, 시작한지 1여년만에 정책금융으로 회귀했다"며 "지금은 집단대출이 지점 근무를 회피하는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산은 노조에서도 집단대출 영업에 대한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경영진에 전달했다. 노조 관계자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노사협의회가 논의 중"이라고 말했지만 산은 입장에서는 당장 중단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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