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8개월 전만해도 많은 증권사들이 '목표주가 200만원'을 외치던
삼성전자(005930)가 요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이달 들어 스마트폰 판매부진에 따른 2분기 실적우려가 확산되면서 주가가 급락세를 이어가더니 130만원 초반대까지 추락했다. 한달만에 주가가 3개월 전 수준으로 되돌아 간 셈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아직 대체적으로 관망하고 있지만 외국계 증권사들은 앞다퉈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낮추고 있다. 일부 외국사는 150만원까지 내렸고, 우선주의 경우 130만원까지 눈높이가 낮아졌다. 황제주 삼성전자의 '굴욕'이라고 할 만하다.
삼성전자에 대한 실적우려는 삼성측 최고 경영진 스스로 인정한 상황이다. 더욱이 계열사인 삼성증권조차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7조9000억원까지 낮추는 등 시장의 우려는 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2분기 영업이익이 8조원 밑으로 떨어지면 2012년 3분기 이후 7분기 연속 이어진 연속 영업이익 8조원 기록은 깨지게 된다.
이제 투자자들의 관심은 삼성전자가 2분기 실적과 함께 내놓을 주가부양책에 모아지고 있다. 삼성이 모바일사업 부진에 따른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규모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할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중간배당 규모는 삼성전자의 향후 배당 정책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란 점에서 더욱 이목이 쏠린다.
삼성전자의 배당 규모는 최근까지 해마다 축소됐다. 당기순이익을 배당금으로 나눈 배당성향은 2009년 19.09%에서 2012년 6.93%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지난해는 배당성향이 12.03%로 늘었지만, 여전히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평균(16%)에는 미치지 못한다.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국내 상장사의 낮은 배당은 증시가 저평가받는 근본적인 원인이기도 하다. 2000년대 초 37.4%에 달했던 상장사의 배당성향은 지난해 16.1%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에 주당 배당금 수준을 의미하는 배당수익률은 1.45%에서 0.94%로 줄었다.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상장사의 배당 수준이 이처럼 낮았던 것은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등 수출로 먹고 사는 대기업들이 이익금을 주주들에게 돌려주기보다는 대규모 투자재원으로 활용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게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저배당 정책은 그 당위성을 인정받기 어려워졌다.
대기업들이 투자는 하지 않고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 현실이 그 이유를 잘 보여준다. 지난해 말 현재 10대 재벌그룹의 유보율은 1500%를 웃돌면서 금융위기(900%)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10대 그룹의 설비투자는 1년전보다 3.2% 감소했다. 기업들이 투입한 자기자본이 얼마 만큼의 이익을 냈는지를 보여주는 자기자본이익률(ROE)도 2004년 16%에서 지난해 8%대로 떨어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배당을 확대하는 정책을 활용하면 기업의 성장성에 대한시장의 우려를 가라앉히는 동시에 장기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묘안이 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19%를 차지하는 삼성전자 주가가 안정궤도에 접어들면 코스피지수도 수년째 갖혀있는 박스권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보다 중간배당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정경진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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