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다툼을 하고 있는 멕시코의 지오바니 도스 산토스(왼쪽)와 네덜란드의 브루노 마르틴스 인디. (사진=로이터통신)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수비수 3명을 기본으로 두는 '스리백(three-back)' 전술이 브라질월드컵에서 재조명받고 있다.
한동안 세계 축구 흐름에서 변방으로 밀렸던 전술이 섬세하게 다듬어져 환영받는 분위기다.
30일(이하 한국시간) 펼쳐진 네덜란드와 멕시코의 2014 브라질월드컵 16강에서도 두 팀은 나란히 스리백을 들고 나왔다. 공격하는 팀은 역습이 아니라면 촘촘히 늘어선 상대 수비진을 흔들어야 했다.
브라질월드컵에서 볼 수 있는 스리백은 과거와 다르다. 흔히 스리백에서 '윙백'으로 불리는 양쪽 날개는 적극적인 수비 가담으로 순식간에 수비수 5명이 되는 '파이브백'으로 발전했다.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지난 2010 남아공월드컵 우승국인 스페인을 5-1로 꺾은 네덜란드의 승리에도 이 같은 스리백이 기본으로 자리했다.
과거 중앙 수비수 2명과 좌우 풀백 2명을 기본으로 삼은 '포백'을 전 세계에 널리 퍼트린 네덜란드는 전통적인 자신들의 색을 버리고 3-4-3을 들고 나와 스페인을 혼쭐냈다.
일반적으로 스리백은 포백보다 더 수비적인 전술로 분류된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이를 "네덜란드의 루이스 판 할 감독이 경험이 부족한 어린 선수들을 데리고 성적을 내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라고 평가했다.
코스타리카는 조별리그에서 이탈리아를 상대로 3-4-3과 5-3-2를 오가는 변형 스리백을 사용해 1-0 승리를 챙겼다. 1980년대 스리백 전술을 가장 잘 사용했던 이탈리아는 코스타리카의 변형 스리백 앞에 무기력했다.
◇(왼쪽부터) 브라질의 헐크를 막고 있는 칠레의 곤살로 하라와 유제니오 메나. (사진=로이터통신)
앞서 지난 29일 16강에서 브라질을 승부차기까지 몰고 가 아쉽게 패한 칠레는 이번 대회에서 스리백에 전방압박을 더한 전술로 재미를 봤다.
칠레는 브라질월드컵에서 가장 짜임새 있는 스리백을 운영한 팀으로 꼽혀 8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대회 내내 큰 관심을 받았다.
칠레는 전방에 확실한 공격수인 알렉시스 산체스(바르셀로나)의 왕성한 활동력을 바탕으로 공격 진영에서부터 상대를 거세게 압박하며 수적 우위를 가져갔다.
칠레의 호르헤 삼파올리 감독은 다소 수비적일 수 있는 스리백 전술에 현대 축구의 가장 기본인 전방압박을 강화해 칠레만의 공격 축구로 만들었다.
칠레는 공격수부터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며 양쪽 윙백과 수비수까지 지치지 않는 체력을 자랑했다. 중앙 미드필더들은 지능적으로 공수 간격을 유지하며 자칫 흐트러질 수 있는 위치를 메우는 데 주력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도 스리백의 향수가 있다.
과거 2002 한일월드컵에서 대표팀을 4강으로 이끈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은 김태영-홍명보-최진철을 나란히 수비로 두는 스리백 전술로 재미를 봤다.
히딩크 감독은 부임 이후 당시 정석과도 같았던 포백 전술을 여러 차례 대표팀에서 시험했으나 선수들의 특성과 아시아 최고의 리베로로 불리던 홍명보의 활용방안을 고심한 끝에 월드컵을 앞두고 스리백을 가동했다.
당시 각각 왼쪽 윙백과 오른쪽 윙백으로 뛴 이영표와 송종국의 활동력도 더욱 눈에 띄었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이번 월드컵이 끝나면 전 세계 많은 감독이 스리백에 대해 생각할 것이다. 과거는 수비에 중심을 둔 스리백이지만 최근 나온 스리백은 전체적으로 앞쪽부터 적극적으로 수비한다"면서 "수비 숫자는 뒤쪽에 많이 두지만 압박은 오히려 앞쪽부터 강하게 하고 있다"고 과거와 현재의 혼합 형태인 스리백을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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