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진출 한국기업, 소송 철저히 대비해야"
美 기업, 소송 통해 현지 진출기업 발목..'소송은 통상적 비즈니스' 인식 촉구
"코오롱-듀폰 재심 1년 소요될 듯"
2014-06-03 17:04:25 2014-06-03 18:05:31
◇코오롱과 듀폰 간 소송을 승소로 이끈 제프 랜달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사진=폴 헤이스팅스)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미국에 진출하고자 하는 한국 기업은 현지 기업과의 소송을 통상적인 비즈니스라고 인식하고 철저히 대비해야 합니다."
 
제프 랜달 변호사는 3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미국계 로펌 폴 헤이스팅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금융위기 이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기업들이 현지 기업들로부터 집중적인 견제를 받고 있다며 체계적 대응을 주문했다.
 
랜달 변호사는 미국 화학기업 듀폰이 코오롱인더스트리를 상대로 아라미드 섬유에 관한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제기한 영업비밀 사건 항소심에서 코오롱의 승소를 이끈 주역이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기업 내 법무팀의 역할이 변모했음을 강조하고, 미국에 진출한 해외 기업에 민사소송을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랜달 변호사는 "미국 기업들의 법무팀은 단순히 경영을 지원하는 역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윤을 창출하는 부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면서 "경쟁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적극 제기해 합의금을 받아 내거나 소송에서 승소해 회사 수익에 기여하는 자세로 전환하면서 외국 기업에 민사소송을 적극 제기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기업들은 장기간 연구와 투자를 통해 기반을 잡았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해외 경쟁 업체들이 현지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으면 영업비밀을 불법으로 취득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소송에 나선다"면서 "현지 시장에서 빨리 자리를 잡는 해외 기업일수록 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표적인 사례로 듀폰이 코오롱인더스트리를 상대로 제기한 아라미드 영업 비밀 사건을 꼽았다. 아라미드는 경찰과 방탄복, 헬멧, 타이어 등에 사용되는 초강력 합성섬유로, 같은 무게의 강철보다 5배나 강도가 높고, 열과 화학약품에 대한 내성이 강해 '꿈의 섬유'로 불린다.
 
듀폰은 지난 2009년 2월 코오롱이 자사의 퇴직 엔지니어를 고용해 아라미드 섬유에 대한 영업비밀을 빼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인 미 버지니아 동부법원은 2011년 11월 코오롱의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해 손해배상금으로 9억1990만달러와 징벌적 손해배상금 35만달러 지급을 판결하며 듀폰의 손을 들어줬다.
 
코오롱은 2012년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1년8개월 만인 지난 4월 초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재심 판결을 받았다. 재판은 1심을 맡았던 버지니아주 동부법원으로 다시 넘어가 코오롱은 다른 재판부 아래서 재판을 받게 됐다.
 
랜달 변호사는 양측의 합의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듀폰이 코오롱을 상대로 장기간에 걸쳐 소송을 계속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면서 "새 재판부의 재심 결과가 나오는데 1년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랜달 변호사는 또 코오롱과 듀폰의 소송전에서 민사와 형사 소송이 동시에 진행된 점을 주목하고, 국내 기업에 미국 기업의 전방위적 공세에 대비할 것을 조언했다.
 
듀폰은 미국 정부에 아라미드 섬유가 군대의 방탄복으로 쓰이기 때문에 안보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득하며 수사를 요청했고, 정부가 이를 수용해 코오롱에 대해 압수수색을 펼쳤다. 검찰이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자 듀폰은 민사소송을 통해 증거수집에 나섰고, 이를 검찰 측에 넘겨 형사재판에서 이용하려 했다.
 
랜달 변호사는 최근 미국 기업들이 해외 기업들에게 민사와 형사 소송을 동시에 제기하는 게 흔한 일이 됐다고 강조하며 적극적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한국 재벌 기업들이 새 먹거리 창출을 위해 미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면 정부의 수사와 기업의 소송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며 "특히 현지 컨설턴트를 고용할 때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하고, 사내 보고서를 쓸 때 언제든 내부 보고서가 경쟁사에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표현 등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지 기업의 소송은 통상적인 비즈니스로 인식하고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미국 기업들 사이에선 제품을 통해 경쟁을 하기 보다 소송을 통해 경장사를 견제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면서 "현지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 매몰되지 말고, 사전에 수년간의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을 철저히 대비한 상태에서 미국 시장에 진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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