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아, 대한民국? 대한官국!
2014-04-30 15:20:15 2014-04-30 15:24:32
[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금융권 CEO와 유관 협회장과 모임을 갖는 장면을 한번 떠올려보자.
 
명함은 은행장, 00연합회장이지만 은행연합회장도 생명보험협회장 모두 관료 출신이다. 금융투자협회장만 유일하게 업계 출신이다.
 
이명박 전(前)대통령이 경제단체장들과 회동하는 사진에도 경제인이 아닌 관계부처 장관출신들의 얼굴이 더 많았다. 시대를 더 거슬러 올라가도 예나 지금이나 차이가 없다. 
 
이처럼 재취업시장에서 관료의 수요가 줄지 않는 이유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바로 대관(對官) 때문이다.
 
비단 경제부처에만 국한된 모습은 아니다.
 
보통 행정부처 전직(前職) 장관이 업계에 재취업을 하면 연봉 5억원을 웃돈다고 한다. 연봉 10억원을 넘나드는 자리도 있고 3억원이 채 안되는 곳도 있다. 이 두자리의 차이점은 현직에 있는 후배들에게 거는 전화의 질(質)의 차이다.
 
관료들은 '규제' 덕분에 살아간다. 산하단체 낙하산 수가 규제권력의 크기와 비례한다는 말이 전혀 틀린말도 아니다.
 
규제는 밀턴 프리드먼이 말한 ‘철의 삼각형(Iron Triangle)’에 의해 만들어진다. 철의 삼각형은 ‘특수이익집단’ ‘정치인’ ‘관료’ 간에 형성되는 강철처럼 단단한 정치관계를 말한다.
 
특수이익집단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부와 정치인에게 입맛에 맞는 규제를 만들어 달라고 청탁하고 관료들과 정치권은 여기에 영합하여 규제를 만들어 준다.
 
역시나 핵심은 모피아라 불리는 경제관료다. 그들 자신도 금융업은 '규제산업'이라는 말을 주문처럼 왼다. 한동안 엘리트 관료라고 불리는 경제관료 덕에 언론과 여론의 저격대상은 모피아였다. 
 
인사철 마다 항상 맞던 '매' 정도로만 생각했지만 세월호참사로 인해 제대로 칼날위에 서게됐다.
 
행정수반인 대통령이 "관(官)피아의 철밥통을 깨겠다"고 천명했기 때문이다. 참사를 계기로 변명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관료들의 '민낯'이 만천하에 공개돼 버린 탓이다.
 
화살은 돌고돌아 결국 '관료 공화국'을 이루는데 가장 큰 일조를 한 금융권에게 꽂혔다. 하마평만 무성하던 손해보험협회장 인사도 사실상 불투명하게 됐다.
 
대통령의 한마디에 관가는 술렁이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그 자리를 민간에서 대체할 전문가는 있나"라고 시작하는 인사파괴에 대한 회의적 시각은 여전하다.
 
지난 2012년 국장급 이상 전보자 415명 중 2년내 자리를 옮긴 공무원이 총 89.7%에 달한다는 통계를 보고 민간에서는 오히려 관료사회의 전문성을 의심한다. 
 
전직 관료출신인 한 인사가 관료사회를 바라보며 이러한 고백을 한적이 있다.
 
"관료들이 득세하면 3년상, 5년상하며 붕당 투쟁하던 옛 조선 시절 그런 전통국가와 다를 게 없다. 결국 능률과 실질이 아닌 명분과 형식의 사회로 흘러간다. '그들만의 리그'를 깨야깊게 뿌리박힌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오랜 전통을 없앨수 있을 것이다"라고.

물론 철밥통속에서 다음 자리만 물색하는 '복지부동'하는 관료들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공직을 천직으로 생각하고 공복(公僕)임을 잊지 않은 관료들도 적지않다.
 
관료집단이 마피아라는 범죄집단에 비유돼 비판을 받는 일이 이번이 마지막 이길.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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