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최근 한달여동안 아시아와 미국 증시에 상장된 대형 인터넷 기업 시가총액의 5분의1이 증발했다.
인터넷 업종은 급락 직전인 지난 2월까지도 고공행진을 이어온만큼 이번 하락으로 닷컴버블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동시에 일부 월가 전문가들은 이번 조정이 고평가됐던 인터넷 기업들이 적정가치를 찾아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진단하기도 했다.
◇주요 인터넷기업, 한달새 10~40% 하락..시총 2800억달러 증발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최근 한달새 시가총액이 200억달러 이상인 미국과 아시아의 14개 대형 인터넷 기업의 시가총액이 모두 2750억달러나 줄었다. 이는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의 합 1조4000억달러의 5분의1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히 대형주들의 하락이 눈에띈다. 페이스북은 지난달 고점을 기록한 이후 20% 가량 떨어졌고, 트위터와 링크드인 역시 고점대비 40% 폭락했다. 구글도 최근 한달동안 12% 하락했다.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 어플리케이션 제공업체 '워크데이'와 빅데이터 분석업체 '스플렁크' 등 일부 중소형 종목은 30~40%까지 하락했다.
(자료=스톡차트닷컴)
아시아지역에서는 중국의 대형 인터넷업체인 텐센트가 한달동안 20% 가까이 하락했고, 우리나라에서는 네이버가 10% 가량 하락했다. 일본의 전자상거래업체 라쿠텐은 7% 조정을 받았고, 야후재팬은 무려 26% 급락했다.
FT는 신규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대형 인터넷 업체에 대해서도 적정 가치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기업공개(IPO)에 경고등이 들어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증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상장 후 시가총액이 페이스북을 넘어서는 2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너무 고평가됐다는 분석이다. 알리바바 이외에도 중국 2위의 전자상거래 업체 'JD.com',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등 중국의 대형 인터넷 업체들이 미국 증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닷컴버블 재현?.."과거와는 달라"
최근의 기술주 급락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제2의 닷컴버블 붕괴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꾸준히 시장을 괴롭히는 가운데 미국의 경제회복에 따른 금리 인상 리스크도 커지면서 기술주를 시작으로 전세계 금융시장의 약세 현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월가 전문가들은 광부가 탄광에 들어가기 전에 카나리아를 먼저 보내 유독가스를 점검하는 것처럼, 인터넷 기업들이 증시의 대규모 조정을 예고하는 '탄광의 카나리아'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이는 자연스러운 조정이라고 평가도 나오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모멘템에 몰렸던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며 인터넷 기업들이 실제 가치를 찾아가고 있다는 것. 기술주의 주가 급락세가 안정을 되찾을 경우 전반적인 밸류에이션이 낮아진 만큼 새로운 인터넷 기업의 상장이 쉬워질 것으로 기대하기도 했다.
토비어스 레브코비치 씨티그룹 수석스트래터지스트는 "과도하게 상승했던 주식이 조정을 받고 있긴 하지만 시장 전체가 하락장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FT는 대부분의 월가 전문가들이 이번 상황이 과거 닷컴버블과는 다르다고 진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터넷 업종의 역사가 쌓인만큼 투자자들의 이해도가 높아졌고, 최근 주목받고 있는 모바일 분야도 결국 인터넷의 연장선상이라는 것이다. 즉, 과거 인터넷 업종의 성장을 지켜본만큼 모바일 분야에 대해서도 현재의 기준이 아닌 성장성을 바탕으로 미래 가치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헐버트 파이낸셜다이제스트 창립자 마크 헐버트도 "현재 상황과 2003년 닷컴버블 붕괴를 비교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무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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