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IT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구글과 모토로라의 조립식 모듈 스마트폰 '아라 프로젝트'가 이달 중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낸다. 세계 최대의 3D 프린터 기업인 3D 시스템즈가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이번 프로젝트는 향후 IT 하드웨어·부품사업 지형도에 큰 변화를 일으킬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우선 상용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일각의 비관적 견해와 달리 구글은 지난 4일 공개한 아라 개발팀 영상에서 완성 수준을 향하고 있는 개발 과정을 영상에 담아 공개했다. 이번 영상에서 아라 개발팀은 '엔도스켈레톤(endoskeleton)'이라 불리는 프레임에 각종 모듈을 꽂는 장면을 선보이기도 했다.
흥미로운 점은 사실상 본격적으로 스마트폰 시장에 관여하기 시작한 3D 시스템즈의 역할이다. 3D 시스템즈의 아비 레이첸탈 CEO는 7일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부품이 단 한 개가 만들어지든, 수백만개가 만들어지든 소비자들에게 가격은 동일할 것"이라며 "전통적인 부품 양산 방식에 비해 더 자율적이고 복잡한 기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모듈형 스마트폰과 3D 프린팅 기술이 기존 하드웨어 시장에 의미하는 것이 질적 혁명보다는 '생산단가의 혁명'에 가깝다는 설명으로 풀이된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핵심 디바이스의 가격을 최대한 낮춰 가능한 많은 소비자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사용하기 원하는 구글의 전략과 일치한다.
◇구글의 조립형 스마트폰 프로젝트.(사진=프로젝트 아라)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번 아라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보다는 조립식 스마트폰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졌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구글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소비자는 자신이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에 따라 스마트폰 사양을 결정한다“며 ”아라 프로젝트는 합리적 관점에서 소비자 가치를 최대한으로 구현하는 한 예시"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아라 프로젝트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면서 하드웨어, 부품업계의 시선은 기대보다는 우려에 치우쳐 있다. 표면적으로 구글은 모로토라 모빌리티를 매각하며 하드웨어 분야에서 손을 떼는 행보를 보였지만, 아라 프로젝트가 활성화될 경우 하드웨어 기업에 대한 구글의 지배력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소비자가 구글의 아라 프로젝트를 통해 스마트폰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구글이 제공하는 플랫폼 위에서 부품을 직접 골라야 한다. 가령 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 퀄컴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넣고, 배터리는 삼성SDI 제품을 사용할 수도 있다. 고사양 스마트폰이 불필요하다면 모든 주문을 중국, 대만산 부품으로 구성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구글이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 앱 또는 안드로이드 사용환경과 호환되거나 일치하지 않는 하드웨어들은 모두 배척될 가능성이 크다. 더버지, BGR 등 현지 IT 전문 매체들이 "프로젝트 아라는 구글이 제공하는 앱과 서비스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입을 모으는 것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다.
실제 최근 구글이 자사의 높은 OS 점유율을 바탕으로 제조사들에게 앱 탑제를 강요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져나가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월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들에게 자사의 검색 앱을 기본 검색 서비스로 설정하고 구글이 만든 앱을 탑재하도록 계약서를 통해 규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IT업계 일각에서는 '조립폰'이 극복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많다고 지적한다. 국내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조립식 스마트폰을 만든다고 해도 현재 기술 수준에서 모바일 D램의 경우 외장형으로 구현하기 어렵다는 점과 운영체제의 안정성 문제 등이 있다”며 “당분간은 개발자용으로만 사용될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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