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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슈퍼섬유 '아라미드'를 놓고 미국 유명 화학업체 듀폰과 벌인 1조원대 특허소송 항소심에서 승기를 잡았다.
4일 코오롱 등에 따르면 미국 버지니아주 소재 제4순회 연방항소법원은 3일(현지시간) 듀폰이 코오롱인더스트리를 상대로 아라미드 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듀폰의 손을 들어준 1심 판결을 깨고 재심을 판결했다.
1심에서 코오롱 측의 주장과 반론 근거가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채 판결이 내려져 재심이 필요하다는 게 항소법원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사건은 1심을 맡았던 버지니아주 동부법원으로 다시 넘어가 새 재판부가 심리한다.
특허분쟁의 원인이 된 아라미드는 현존하는 섬유 가운데 가장 강한 소재다. 같은 무게의 강철보다 5배나 강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섭씨 500도에도 연소되지 않는 뛰어난 내열성과 화학약품에 대해 내약품성을 지녔다. 또 금속에 비해 가볍고, 잘 마모되지 않으며, 가공이 편리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로 인해 고성능 타이어·호스·벨트·광케이블 보강재 및 방탄복·방탄헬멧·브레이크 마찰재·가스킷 재료 등 첨단산업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독점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듀폰(케블라), 일본 데이진(트와론), 코오롱(헤라크론) 3개 업체일 정도로 진입 장벽이 높은 고기능성 섬유다.
듀폰은 지난 2009년 2월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아라미드 섬유에 대한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미국 연방법원에 영업비밀 침해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1973년 일찌감치 아라미드 상용화에 성공한 듀폰은 후발주자인 코오롱이 2005년 아라미드를 선보이자 제동을 걸었다. 듀폰은 아라미드가 케블라의 제조기술을 베꼈다고 주장하며 9억1900만달러, 우리돈으로 1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한편 제품의 생산·판매 금지를 요구했다.
1심 재판부는 듀폰의 손을 들어줬다. 배심원 평결을 기초로 2011년 11월 코오롱의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해 손해배상금 9억1990만달러(약 1조120억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코오롱인더스트리 자기자본의 71%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어 2012년 8월 코오롱의 헤라크론에 대해 20년간 생산·판매금지 명령을 내린 데 이어 올해 2월 듀폰의 변호사 비용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전세를 역전시키며 한숨을 돌리게 됐다.
코오롱 관계자는 "항소심 결과는 회사의 주장을 입증하는데 결정적인 증거가 배제된 채 듀폰 측에 유리하게 내려졌던 1심 판결을 완전히 무효화한 것이어서 의미 있는 승리"라고 자평하고, "1심 재판에서 배제된 증거들을 제출할 수 있게 돼 보다 공정한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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