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 대기업에 다니는 C씨(32세)는 지난 2010년 “한 달에 22만원만 내면 수입차를 소유할 수 있다”는 말에 할부구매를 결정했다. 꿈에 그리던 수입차를 탈 수 있다는 말에 혹한 것이다.
그는 선수금으로 1000만원 가량을 지불했고, 3년 뒤 남은 원금을 갚으면 됐기 때문에 큰 부담을 갖지 않았다.
그런데 결혼을 앞두면서 목돈이 필요해지면서 원금상환금액 3000만원을 갚을 길이 없었다. 더 큰 문제는 지난 3년간 갚아온 할부금액 800만원 가량이 모두 고금리 이자비용이었던 것이다.
자동차를 팔기 위해 급급한 나머지 딜러는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았고, 구매자 역시 자신의 경제여건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무작정 구입을 결정하면서 발생한 불행한 사태다.
원금유예할부는 자동차값 일부만 선수금으로 낸 뒤 이자와 원금 중 10% 정도만 내고 차를 타다가 3년 뒤 60% 가량의 잔여 금액을 일시에 갚는 방식이다.
초기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20~30대 젊은층이 주로 많이 애용한다.
최근 수입차가 각광을 받으면서 젊은층 고객이 증가했고, 원금유예할부를 통한 거래 또한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실제 수입차 시장에서 유예할부 규모는 지난 2009년 대비 무려 5배 급증한 1조2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문제는 수입차 업체들이 과열경쟁 탓에 일단 팔고 보자는 식의 영업관행으로 무분별하게 유예할부를 남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09년 경매에 넘어간 수입차는 147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363대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산차는 3838대에서 3526대로 오히려 줄었다.
이에 대해 수입차 업체들은 “계약전 월수입, 직업 등 고객의 동의를 얻은 후 합법적으로 계약하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입차 구입 문턱이 낮아지면서 많은 소비자들이 원금유예할부 제도로 차량을 구입한다”면서 “하지만 경제상황 탓에 원금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딜러의 설명에 귀 기울이고, 본인의 경제여건을 충분히 고려해 차량을 구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올 상반기 수입차 판매는 7만4487대로 전년 대비 19.7% 증가했다. 내수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과 비교하면 성장세는 가히 폭발적이다.
높은 브랜드 이미지와 가격경쟁력 제고, 수입차에 대한 막연한 환상 등이 겹치면서 수입차가 국내시장을 빠르게 잠식했다는 평가다.
다만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원금유예할부’라는 달콤한 유혹은 ‘카푸어(Car poor)’를 양산, 사회적 문제로까지 비화됐다. 소비자의 냉정한 선택이 우선시되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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