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준영기자] 고가의 수입차를 구입할 때 이용하는 원금유예할부 탓에 원금을 갚지 못하는 이른바 '카 푸어(Car Poor)'가 급증하고 있다.
원금유예할부는 자동차 값 일부(10~30%)를 선수금으로 낸 뒤 이자와 원금 중 10% 정도만 내고 차를 타다가 3~5년 뒤에 60%의 잔여 금액을 일시에 갚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자동차 할부금융상품은 할부기간 동안 원금과 이자를 매달 상환하는 형태다.
원금유예할부는 값비싼 외제차 구입시 초기비용이 크지 않다는 점 때문에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최근 수입차 판매가 급증하면서 업체들은 다양한 원금유예할부 프로모션을 선보이며,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2년말 유예할부잔액 중 수입차 구매 할부잔액 비중은 11.6%(813억원)로 2009년말(2.1%·130억원)보다 5배나 증가했다.
문제는 원금유예할부는 단지 원금을 유예할 뿐이어서 할부기간이 끝나면 목돈을 한꺼번에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감당할 경제력이 없는 수입차 구매자들은 잔금을 일시 상환하지 못해 차가 경매에 넘어가는 상황이 증가하고 있다.
경매업체 지지옥션은 "자동차 할부금을 갚지 못해 법원경매로 넘어간 차량 중 수입차 비율은 지난해 3526대 중 363대로 10.29%에 달한다"면서 "이는 지난 2009년 3.83%에 비해 3배 가량 증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9년에서 2012년 사이 경매로 넘어간 차량 총 대수가 3838대에서 3526대로 줄었음에도 수입차는 147대에서 363대로 오히려 늘어났다.
이는 비슷한 기간(2009년말~2012년말) 유예할부잔액 중 수입차 구매 할부잔액 비중이 5배 늘어난 것과 비례한다.
지지옥션은 법원에 경매로 넘어가는 수입차 중 채권자가 캐피탈사인 수입차 비중도 2008년 1.92%(13대)에서 2012년 10.29%(217대)로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채권자가 캐피탈사인 경우가 늘고 있다는 상황을 봤을 때 수입차 원금유예할부 이용자 증가와 할부금을 갚지 못해 경매로 넘어오는 외제차 증가는 상관관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도 "수입차가 법원으로 경매에 넘어가는 비중이 증가하는 것은 원금유예할부 이용 증가 때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원금유예할부제도가 수입차 이미지도 하락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많은 샐러리맨들이 수입차 구입 문턱을 낮게 한 원금유예할부제도로 일단 외제차를 샀지만 지난 2009년 시행한 원금유예할부 제도 만기상환이 지난해 말부터 시작해 원금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로 인한 사회적 파장이 예상된다"며 "이러한 문제가 수입차 브랜드 이미지도 하락시킬수 있어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입차를 구입할 때 이용할 수 있는 '원금유예할부' 때문에 할부기간 종료시 원금을 갚지 못하는 소비자(카푸어)가 늘고있다는 지적이 있다. (사진제공 = 폭스바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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