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미국의 유수한 금융업체들이 일제히 적자나 실적 악화를 기록하면서 월가에서 금융 불안이 또다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금융기관 구제책 마련과 관련, 미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씨티그룹은 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자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지난 16일(현지시간), 그룹을 '씨티코프'와 '씨티홀딩스' 두 개의 회사로 분할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말 메릴린치를 인수하는 등 상대적으로 양호한 모습을 보인 BoA는 지난 4분기 17년 만의 첫 적자를 기록하면서 정부로부터 200억달러 규모의 추가 구제금융을 지원받기로 했다.
JP모건체이스는 적자는 면했지만 흑자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6%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은 현재 금융위기 주범인 부동산 투자 외에도 자동차 대출, 신용카드 연체 등 각종 소비자 채무에 시달리고 있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대출로 인해 금융회사와 각국 투자자들이 입는 손실 규모가 약 2조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지만 현재까지 파악된 규모는 1조달러에 불과하다. 은행들 손실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은행에 투자하기를 꺼리고 은행들은 신규 대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황.
이처럼 은행들의 재무 건전성이 급속도로 악화되자 미 정부는 미 금융기관에 대한 새로운 구제 조치를 실행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17일(현지시간)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예금보험공사(FDIC) 등이 오바마 차기 정부와 함께 미국 금융기관에 대한 2단계 구제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안은 일종의 '배드 뱅크(bad bank)'인 '부실자산통합은행(aggregator bank)'의 설립이다. 정부가 설립한 별도의 은행이 은행권 부실의 근원인 악성 투자 및 대출을 모두 사들여 은행들을 부실 자산으로부터 완전히 단절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는 지난 1980년대 미국 저축대부조합(S&L) 파산사태 때 정부가 직접 정리신탁공사(RTC)를 설립한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부실자산 처리은행을 설립함으로써 정부는 시중 자금의 은행권 유입을 유도할 방침이다. 이밖에 연방 정부가 은행들의 부실 자산에 대해 대규모 추가 보증을 실시하는 계획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졋다.
그러나 부시행정부의 금융회사 구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이같은 방안이 정책 입안자들의 동의를 얻을 지는 미지수다. 최근 미 의회예산처는 7000억달러 규모 부실자산매입계획(TARP)으로 인해 납세자들이 약 640억달러의 투자 손실을 입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freen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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