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개성공단 기계·전자·소재 기업들이 다음달 3일까지 남북 당국의 적절한 조치가 없을 시엔 '중대 결정'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123개 입주기업 가운데서도 투자규모가 큰 데다 장마가 시작돼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판단 아래 날짜까지 박고 나선 것.
개성공단 기계·전자·소재 기업들은 20일 오후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개성공단 기계전자부품 소재 기업인들은 20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이보라 기자)
이들은 북한 당국에 대해 단절된 군통신선을 즉시 복구하고, 기계설비 관련 인력의 방북 승인과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실무회담 재개를 요청했다.
우리 정부에는 군통신선이 복원되는 대로 기계설비 관리 인력의 방북을 승인하고, 방북 명단을 북측에 접수해 줄 것을 요구했다
김학권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공동위원장은 "7월3일 이후 개성공단이 정상화되더라도 고가의 기계 및 장비의 폐기 처분과 재설비 등의 후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면서 "개성공단 정상화 이후에도 개별기업 공장의 정상화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지 3개월 째인 7월3일까지 적절한 조치가 없을 경우에는 우리정부와 북한당국이 개성공단 정상화 의지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중대결단을 하겠다"고 밝혔다.
개성공단의 기계·전자·소재 기업은 전체 123개사 중 46곳이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전체 매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며, 각 업체당 기계설비에 약 100억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관계자는 "기계설비업체들은 초정밀 단위의 가공설비와 계측기, 금형 등 정밀도를 요구하는 가공기계들을 갖고 있는데 이 기계들이 아무 쓸모없는 고철덩어리가 되어 가고 있다"면서 "기업은 죽어가고 있는데 '격'이다 뭐다 해서 회담이 중단되어서는 안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학권 비대위 공동위원장은 "제조업체에 있어서 3개월 가동이 중단됐다는 것 자체가 이미 타격이 큰 상황인데 더 이상 공단 정상화 날짜가 지체되면 피해가 더 커지기 때문에 하루빨리 대안을 제시해 달라는 의미로 이 자리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내달 3일 내놓을 중대결정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을 피했다. 업체들 간 이견이 발생, 최종 합의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이날 회의에서 '더 이상 못하겠다', '기다려야 하는 것 아니냐' 는 등의 의견이 나왔지만 아직 하나로 모아지지는 않은 상태다.
한 관계자는 "이제는 시간 싸움인데 재개된다 해도 의미가 없다"며 "참담할 따름"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유동옥 비대위 공동위원장은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들이 국내외 핵심사업과 해외 글로벌 기업들과도 연계되고 있어 (7월3일에 있을) 우리기업들의 결정은 국제사회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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