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거문화 꿈이룬 '우주하우스' 3호점에 가다
'살고싶은 집' 테마 있는 셰어하우스
새로 꾸미고 함께 나누는 주택
2013-04-19 09:52:27 2013-04-19 09:54:54
[뉴스토마토 최봄이기자] 지난 18일 찾은 서울시 종로구의 셰어하우스, '우주(woozoo)하우스' 3호점, 이곳에 우주하우스를 만든 공동창업자 5명의 업무공간이 함께 마련돼 있다. 셰어하우스의 입주민들과 이 집을 만든 사회적 기업 '프로젝트 옥(OK)'이 거실을 함께 나눠(share) 쓰고 있다.
 
거실과 붙어 있는 부엌에서는 입주자들이 모여 단란하게 점심을 먹고 있었다. 인터뷰를 위하 찾아온 기자가 낯설었던지 식사는 조용한 분위기이서 이뤄졌다. 식사를 마친 입주자들은 즉석 가위바위보로 설거지 당번을 정한 후 각자의 공간으로 돌아갔다. 몇몇은 자리에 남아 티타임을 갖는다.
 
우주하우스는 노후 주택을 반전세로 계약한 후 리모델링해 대학생, 청년들이 살 수 있는 셰어하우스로 제공하는 대안 주택사업이다. 입주자들이 각자의 방을 두고 부엌, 거실, 화장실 등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우주하우스 3호점 리모델링 전(왼쪽), 후(오른쪽) 모습
 
지난해 12월 서울시 종로구 권농동에 1호점을 연 뒤 남산 시민아파트에 2호점, 종로구 돈의동에 3호점이 탄생했다. 월세는 1,2호점 30만원대, 3호점 50만원대(공과금, 관리비 포함)로 지역 시세에 비해 저렴하다.
 
박형수 공동창업자는 "월세도 저렴한 편이지만 우주하우스에는 돈의 가치로 따질 수 없는 주거의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곳은 단순히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곳이 아니예요.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새로운 주거문화를 만들어가는 문화 공간이죠."
 
계현철 프로젝트 옥 공동창업자는 "셰어하우스에는 정답이 없다"고 말한다. '우주'라는 말에 담긴 의미처럼 발전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뜻이다.
 
식사, 청소 등 집안일을 함께 하고 번갈아 가며 각자의 지인들을 집으로 초대하기도 한다. 외부인도 참여할 수 있는 '오픈하우스' 행사를 통해 새로운 인연도 만들어진다. 한 마디로 소셜네트워크의 거점이 되고 있는 것.
 
1호점은 '창업지망생', 2호점은 '미대생', 3호점은 '사회초년생'이라는 테마를 갖고 있다는 점도 우주하우스의 특징이다. 공통점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자연스럽게 교류가 이뤄지고 주거공간이 '꿈을 키우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1호점의 창업지망생들은 프로젝트 옥에서 제공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1호점 주민과 3호점 주민이 함께 예술 공모전에 참여한 일도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태어난 신생아, 우주하우스
 
우주하우스를 만드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처음에는 옥탑방을 조립식(모듈러) 주택처럼 개조하는 방안을 구상했는데, 옥탑방을 둘러보기 위해 발품을 팔던 중 옥탑방 대부분이 무허가 건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 때 파리에서 셰어하우스 생활을 직접 경험했던 계현철씨가 아이디어를 냈다. "유럽은 부분임대를 하거나 룸메이트를 구해 함께 사는 게 일반적이잖아요. 셰어하우스 문화가 우리나라보다 10년 정도 앞서 있죠."
 
셰어하우스로 만들 집을 구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이곳저곳 현장답사를 해 '쓸 만한 집'을 구하는 것도 일이지만 집주인들에게 셰어하우스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 또한 쉽지 않았다.
 
 
'게스트하우스로 만든다는 거냐', '사람들이 자꾸 드나들어 집이 어수선해지는 것 아니냐'는 식의 부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부분전세 계약으로 집주인에게 매월 월세를 지급하고 리모델링 비용도 우주하우스가 부담하기 때문에 집주인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지금은 셰어하우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집주인들이 먼저 찾기도 한다. 좋은 뜻에 공감해 내 집을 제공하고 싶다는 사람들도 많고 소유한 집이 예쁜 새집으로 재탄생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우주하우스에 입주하고 싶다는 문의도 늘었다. 입주자는 각 집의 테마에 맞게 간단한 티타임을 통해 선정하고 있다.
 
계현철 씨는 "셰어하우스가 아직 보편화되지 않은 상황이라 새로운 주거문화에 대해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사람들로 꾸리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안에 10호점 까지 목표..새로운 시도 이어갈 것"
 
우주하우스는 올해 안에 10호점을 여는 것을 목표로 현재 4, 5, 6호점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5월말에 문을 여는 4, 5호점은 각각 서울 종로구 옥인동, 마포구 홍익대 부근에 위치한다. 미아삼거리 인근의 6호점은 6월말 오픈 예정이다.
 
이 중 홍대에 위치한 5호점의 테마는 지역 특성에 맞게 '크리에이티브(Creative)'로 잡았다. 음악, 영화, 미술, 공예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살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인데 새로운 문화콘텐츠가 탄생하는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6호점은 우주하우스가 비용을 제공하고 입주자들이 세부 인테리어를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살고 싶은 집'이라는 취지에 맞게 입주자 참여범위를 늘려나가는 것이다.
 
◇18일 우주하우스 3호점에서 만난 공동창업자 계헌철 씨(왼쪽), 박형수 씨(오른쪽)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계현철 씨는 "셰어하우스를 위탁운영하거나 프랜차이즈로 키우는 것도 좋을 것 같다"며 "셰어하우스 포털이나 단기 임대가 가능한 타임셰어링 주택도 구상 중"이라고 답했다.
 
지금까지 시도되지 않았던 새로운 형태의 주거문화를 실현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대학생들은 월셋값에 허덕이고 주거불안에 시달리는데 임대사업자들은 공실을 걱정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이들이 살고 싶은 집, 일과를 마친 후 빨리 돌아가고 싶은 집, 즐거운 집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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