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창사 이래 최대 전성기를 이끌고 있는 '윤부근-신종균 콤비'의 투톱체제를 대폭 강화했다. 완제품 사업을 양분하고 있는 신종균 무선사업부(IM) 사장과 윤부근 생활가전사업부(CE) 사장의 '세계 1등 성장동력'을 모든 사업부문으로 확산시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12일 발표한 조직개편안의 핵심은 DMC(완제품)와 DS(부품)로 이원화돼 있던 기존의 사업구조를 전면 개편해 DMC 부문을 폐지하고 CE담당과 IM담당을 각각 '부문'으로 격상시킨다는 것이다.
이로써 삼성전자의 사업부문은 3개(무선사업부-생활가전사업부-부품사업부)로 확대됐고, 사실상 윤부근-신종균 사장이, 현재 대표이사로 DS부문을 맡고 있는 권오현 부회장과 '트로이카 체제'를 갖추게 됐다.
또 IT솔루션사업부의 PC사업이 무선사업부에 통합되고, 의료기기사업팀이 부로 승격된 것 등도 스마트폰, TV 부문에서 세계 1위를 질주하고 있는 무선사업부와 생활가전사업부의 성장동력과 영업·마케팅 역량을 전 사업부서에 확산시켜 전반적인 체질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번 개편과 관련해 삼성전자 한쪽에서는 이번 조직개편이 결과적으로 지난 5일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재용 신임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 부회장은 내년부터 삼성전자의 3대 사업부문을 골고루 총괄할 예정인데, 이번 사업부문 통폐합을 통해 전자의 실적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데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TV '1등 신화' 전사로 확산
신종균 사장이 담당하고 있는 무선사업부는 IT솔루션사업부가 맡고 있는 PC(데스크톱·노트북) 사업을 흡수했다. 이는 PC와 스마트 디바이스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일원화된 사업진행이 필요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IT솔루션사업부를 이끌어온 남성우 부사장은 최근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삼성전자 태블릿PC는 무선사업부와 IT솔루션사업부가 공동 생산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PC업계의 업황부진과 중국 업체들의 저가공세로 수익성과 규모 모두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삼성전자의 PC사업은 삼성전자 전체 매출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또 이르면 내년부터 데스크톱 PC 부문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선정될 가능성마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모바일과 PC 사업을 통합한 이번 조직개편에 대해 이미 예정된 수순이라는 평가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비(非)스마트폰 분야에서도 통신기능을 탑재하는 것이 트렌드인 만큼 두 사업 부문의 합병은 불가피해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에서 '데이터 셰어링' 요금제를 본격적으로 내놓으면서 태블릿PC, 스마트카메라 등 통신 기능을 탑재한 전자기기의 성장세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무선사업부는 PC사업뿐만 아니라 네트워크사업부, 디지털이미징사업부 등의 마케팅을 총괄하는 기능을 맡게 된다. 이번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 담당에 임명된 이돈주 사장이 이 역할을 맡게 된다.
윤부근 사장이 진두지휘할 CE에는 기존의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생활가전사업부에 이어 이번에 의료기기사업부와 프린팅 솔루션사업부가 새롭게 추가됐다. 특히 '신사업 전문가'로 불리는 조수인 사장이 의료기기 사업을 맡아 사업진행에 속도를 붙인다는 전략이다.
다만 의료기기 산업에는 GE, 지멘스 등 강력한 경쟁자들이 자리 잡고 있어 삼성에게 쉬운 시장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조직 개편과 함께 향후 사업진행의 강도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삼성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조수인 사장은 새로운 사업을 맡아 추진하는 속도에 있어서 최단기간에 사업을 일정 궤도에 올려놓는 능력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며 "의료기기 사업을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삼성전자의 주축 사업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용 부회장 역할은?
이번 조직 개편을 앞두고 가장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이재용 신임 부회장이 수행하게 될 역할이었다. 업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과거 최지성 미래전략실장이 맡았던 DMC 부문장을 이어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개편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은 특정한 사업부문을 직접 담당하지는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이 승진인사에서 밝힌대로 앞으로 삼성전자의 모든 사업부문을 총괄하며 경영 보폭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개편에서 현재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신종균-윤부근' 투톱체제가 강화됐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지난주 인사에서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게 된 이상훈 사장의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 출신 '재무통'으로 이 부회장의 핵심참모로 알려진 이상훈 사장은 여러 사업부문의 경영 실적을 챙기면서 다소 미흡한 사업부의 역량을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데 실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신수종사업 등을 비롯해 이 부회장의 향후 사업행보에 힘을 보태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과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부문을 대대적으로 재정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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