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 7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에스엘시디(SLCD)와 분사·합병한 이후 3개월 만에 대대적인 감사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31일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 등에 따르면 현재 중국 쑤저우법인(SDSZ)에 대한 감사가 진행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공식적입 입장 표명을 피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관계자들은 "일상적으로 진행되는 감사로 경영진단 성격이 짙다"고 전했다.
반면 업계에서는 연말 조직개편 또는 구조조정을 노린 사전포석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계열사들이 감사에 대해 느끼는 중압감을 고려할 때, 표면적으로는 일상적인 수준의 감사라고 할지언정 대대적인 경영점검 및 평가가 수반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충청남도에 위치한 삼성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씨티 아산캠퍼스(사진=삼성그룹 블로그)
삼성디스플레이는 합병 이후 지속적인 실적 개선세를 나타내고 있고, 또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 증가에 힘입어 아몰레드는 외형적인 측면에서는 호황 국면에 있다. 하지만 아몰레드(AMOLED) TV 양산 지연 등 기술적 문제에 대한 문제해결 능력에 대해서는 내부에서부터 끊임없이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신영증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감사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아몰레드가 예상 외로 진척 속도가 느리다는 점에 대한 질책성 성격이 강하다"며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와 삼성디스플레이의 사업영역이 상당 부분 중첩된다는 점에서 확실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도 삼성디스플레이의 ‘조직개편 및 구조조정설’은 실상 출범 초기부터 예견됐던 수순이란 반응이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는 세계 OLED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독보적인 기업이다. 막강한 제조라인을 갖춘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가 삼성디스플레이에 합병됨에 따라 양사의 일부 생산라인이 서로 중첩되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출범 초기부터 이를 효율화하기 위한 구조조정이 예상됐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시작부터 세계 최대 규모 업체로 탄생한 삼성디스플레이가 경영을 효율화하기 위해서는 감사 등을 통한 진단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또는 삼성전자 쪽에서 일종의 어드바이스(조언)를 제공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귀띔했다.
한편 이번 감사가
삼성전자(005930)의 3분기 실적이 발표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단행됐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삼성전자는 이번 3분기에 8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일궈냈다.
반면 실적 신기록 행진 이면에 삼성전자의 포트폴리오 문제가 전면에 떠올랐다. 무선사업부(IM)가 전사 영업이익의 70%를 차지하는 등 사업별 편중 현상이 심해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 실적이 호조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감사의 배경은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이 사업부별 포트폴리오 붕괴 조짐을 나타내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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