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LG전자(066570)가 3년 만에 영업이익 1조원 시대에 재진입할 것이 확실시된다.
LG전자는 올해 3분기까지 매출액 37조4627억원, 영업이익 1조117억원을 달성했다. 4분기에 117억원 이상의 순손실을 기록하지 않는 이상, 2009년 이후 3년 만에 명가(名家)로서의 자존심 회복이 예상된다.
LG전자가 무엇보다 고무되는 대목은 휴대폰을 이끌고 있는 MC(Mobile Communications) 사업부의 회생 조짐이다. 과거 피처폰의 전성기를 이끌며 LG전자의 든든한 캐시카우 역할을 도맡았던 MC 사업부는 2010년 이후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하다시피 했다.
2010년 MC 사업부는 654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시장에 충격을 줬다. 이듬해인 2011년 또 다시 2812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애플이 아이폰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삼성전자가 모방을 통해 부지런히 애플을 뒤쫓던 2년간 LG전자는 무엇을 해야 할 지 전략조차 세우지 못했다.
“스마트폰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다. 세상을 바꿀지 내부의 누구도 인식하지 못했다”는 뒤늦은 고백이 LG전자의 당시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준다. LG가 방향조차 잡지 못하고 헤매던 기간 세상은 빠른 속도로 스마트 기기 체제로 급변했다.
애플과 삼성은 주거니 받거니 양강 체제를 구축하며 세계 시장을 누볐다. 무한대로 창출되는 이익 또한 독점했다. 공룡이 된 양사를 뒤쫓기 위해 LG가 뒤늦게나마 절치부심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미 격차는 뒤집을 수 없는 수준까지 벌어졌다.
올 3분기 기준 영업이익 8조1200억원이란 삼성전자의 경이로운 실적은 사실상 스마트폰 하나에서 나온 것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같은 기간 LG전자는 220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무려 37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스마트폰으로 좁히면 격차는 262배까지 이른다.(삼성전자 5조6300억원, LG전자 215억원)
삼성과 함께 전 세계 휴대폰 시장을 주름 잡던 LG로서는 뼈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순간의 잘못된 판단과 뒤늦은 대처가 악몽 같은 결과를 낳았다. 홀로 손실을 메우며 자리를 지키던 가전(HE·HA·AE)에 더 이상 볼 낯이 없을 정도였다. TV·냉장고·에어컨 등 전통적 주력군만이 삼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시장 지배자 위치를 지켰다.
희망은 절망 속에서 태어난다고 했다. “손익 분기점만 맞춰도 다행”이라던 MC 사업부가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려 하고 있다. 옵티머스 LTE2로 가능성을 열었던 LG가 옵티머스G를 앞세워 반격의 계기를 마련하려 하고 있다. 등 돌렸던 시장 또한 다시 한 번 LG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옵티머스G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이다. LG전자를 이끄는 구본준 부회장은 최근 부쩍 G를 강조하며 “4분기 실적이 G폰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자신감의 발로일 수 있지만(취임 2년 미진한 실적에 대한 조급함일 수도 있다) 해당 사업부엔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한다.
시장은 냉혹하다. 다시금 LG전자 휴대폰에 눈길을 주고 있다고는 하나 일순간 구도를 바꿀 만큼은 아니다. 삼성과 애플은 이미 스마트폰의 대명사로 소비자들 뇌리 깊숙이 자리했다. LG전자로서는 꾸준히 제품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 첩경은 없다. 스스로 자초한 일인 만큼 죽기살기로 노력해야만 한다.
혹여 G, 그리고 뷰2에 대한 실적이 기대만치 따르지 못할 경우 되돌아올 패배감도 생각해야 한다. 그룹의 모든 역량을 투입한 역작인 만큼 타격이 더욱 클 수도 있다. 조직을 다독이고 다시 전열을 가다듬는 모양새를 취해야 한다. 그래야 제2, 제3의 G가 등장할 수 있다.
버려야 할 것이 또 있다. 삼성에 대한 ‘트라우마’다. 이미 삼성은 스마트폰에 있어서만큼은 저만치 달아가 있다. 선두주자에 대한 노이즈 마케팅은 스스로에 대한 또 다른 족쇄다. 삼성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야 LG의 색깔을 낼 수가 있다. 초코릿폰, 프라다폰 등 삼성이 생각지도 못한 디자인과 차별성으로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던 LG전자의 영예가 추억이 되지 않는 길이다.
답은 디스플레이의 부활을 목격하는 LG전자 스스로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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