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석에서)이재명정부, 위기는 시작됐다!
2026-06-24 06:00:00 2026-06-24 07:53:12
8·17 민주당 전당대회는 권력투쟁의 서막에 불과합니다. 전당대회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검찰의 보완수사권 존폐를 놓고 격한 충돌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여기에서 끝이 아닙니다. 지금까지는 진영 내의 갈등이었다면, 공소 취소는 진영의 공멸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전개가 너무도 뻔해 보인다는 점입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등 유럽 순방 일정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통령 이재명-당대표 정청래, 시작부터 ‘삐걱’
 
정청래 대표에게 이번 전당대회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입니다. 여기에서 물러선다고 그 어떤 정치적 미래가 보장되지 않을 것임을 잘 압니다. 때문에 선택지는 없습니다. 맞붙고, 돌파하고, 이기겠다! 외길뿐입니다. 상대는 김민석 총리, 송영길 전 대표가 유력합니다. 사실상 2 대 1 싸움입니다. 
 
정 대표 입장에서 보면, 내심 이재명 대통령에게 서운함도 상당할 겁니다. 당대표 취임 이후 제대로 된 독대 한 번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당대표 선출(2025.8.2) 직후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8.23)과 한미 정상회담(8.26)을 앞둔 중차대한 시기임에도 휴가(8.4~8.8)를 떠났습니다. 8월12일에서야 정 대표를 만났지만 당대표 경쟁자였던 박찬대 의원도 함께한 자리였습니다. 8월20일 만찬 역시 신임 지도부가 모두 초대된 자리였습니다. 9월8일에서야 두 사람이 따로 만났지만, 대통령은 이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함께 불렀습니다.
 
내심 주례 회동을 통해 대통령과 국정을 논의하겠다던 계산은 처음부터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여당 대표로,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읽혔기에, 정 대표가 속으로 끓고 있다는 얘기가 들렸습니다. 그럼에도 집권 1년 차의 대통령에게 도전하는 것은 무모했습니다. 나름 대통령 심기를 읽으려 애썼고 때로는 비위를 맞추려고도 했지만, 단단히 돌아선 대통령의 마음은 요지부동이었습니다. 대통령은 처음부터 ‘정청래’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고 봐야 정확할 것입니다.
 
정 대표도 자기 길을 갔습니다. 당·청 갈등은 애써 없는 것으로 치부하면서, 자신만의 진지를 구축했습니다. 세력이 없었던 정 대표는 ‘노무현’을 계속해서 입에 올렸고, 그렇게 민주당 본류에 자신을 세우려 애썼습니다. 대통령과의 갈등 외에는 주어진 환경 또한 좋았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마치 X맨처럼 활약했고, 이에 더해 대통령이 보인 정치적 효능감은 6·3 지방선거 압승을 담보했습니다. 지방선거 승리에, 호남까지 단단하게 다져놓는다면 대통령의 비토에도 당대표 연임 길이 열릴 것이라 봤습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지난 22일 딴지일보 자유게시판에 남긴 글. (사진=딴지일보 자유게시판 화면 캡처)
 
◇또 다른 전선 ‘보완수사권’
 
그런데 예상치 못한 서울에서 일격을 당했고, 무엇보다 연임 기반으로 생각했던 호남이 크게 흔들렸습니다. 김영록과 김관영, 두 전직 전남·북 도지사의 반정청래 선언은 호남의 균열을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무리한 호남 다지기가 불러온 역효과였습니다. 정 대표는 애써 “전국적 큰 승리”라고 자평했지만, 당원들도 의원들도 대통령도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노골적으로 정 대표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김민석은 치켜세우고, 정청래는 깎아내렸습니다. 
 
궁지로 몰린 정 대표는 전선을 지방선거 책임론이 아닌 다른 곳으로 돌려야 했고, 그렇게 시선을 돌린 전선은 역시 ‘보완수사권’이었습니다. 보완수사권을 둘러싼 충돌의 본질은 권력투쟁이지만, 외형은 검찰개혁 즉 정체성의 싸움입니다. 여기에는 유시민, 김어준 두 사람도 정 대표와 노선을 같이합니다. 정 대표로서는 든든한 우군이 있는 싸움인 겁니다. 노무현을 잃고 조국이 멸문지화 되는 과정을 눈으로 확인한 수많은 이들이 정 대표 편에 설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를 잘 아는 정 대표는 딴지일보 게시판을 찾아가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약속했습니다. 대통령과의 전선은 더욱 굳어졌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김민석 국무총리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해묵은 감정싸움
 
외견상 검찰개혁을 둘러싼 충돌로 보이지만, 이면에는 해묵은 감정싸움이 있습니다. 20년 넘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유시민 작가는 노무현 대통령 호위무사로 활약했습니다. 그의 눈에는 정몽준으로 돌아선 김민석 현 총리는 물론 참여정부 황태자로 군림하다 냉정히 등을 돌린 정동영 현 통일부 장관은 용서 못 할 위인인 셈입니다. 정동영 팬클럽 ‘정통’(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 공동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감정도 좋을 리 없습니다. 유 작가는 부인하겠지만 ‘민주당 본류는 나’라는 선민의식도, 연장선에서 이 대통령에 대한 은근한 무시도 발동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당연히, 정동영(DY)계였던 정청래 대표와도 해묵은 감정이 있습니다. 오랜 시간 단절됐던 두 사람이 힘을 합친 계기는 이 대통령에 대한 못마땅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두 사람은 언제든 헤어질 수 있습니다. 내심 ‘차기는 조국’으로 생각하는 유 작가와 스스로 차기를 노리는 정 대표 간 간극 때문입니다. 다만 지금은 서로의 힘이 필요하기에 마치 국공 합작과도 같은 연대를 이룰 뿐입니다. 그렇다면 김어준씨는 어떨까요. 그 역시 정 대표를 하나의 수단이자 도구로 생각할 뿐, 목적 자체로 인식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목적도 방식도 같은 사람은 현재로서는 유시민과 김어준, 두 사람인 겁니다.
 
정 대표가 신뢰를 보내며 정무적 판단을 구하는 사람은 조승래 사무총장과 원외 인사 이상호씨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씨는 미키루크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노사모 출신입니다. 한때 정동영의 측근으로 위세를 떨쳤고, 이때 이재명, 정진상 두 사람을 노골적으로 무시했던 일화는 유명(?)합니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 간 갈등의 한 원인이 바로 이상호와 정진상이라는 얘기도 나돌 정도입니다.
 
감정싸움은 비단 노무현 시절에만 그치질 않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유독 이재명 대통령을 달가워하지 않았습니다. ‘문파’의 횡포는 고스란히 ‘개딸’의 보복으로 이어졌습니다. 힘을 가졌을 때 하지 않았던 포용을, 지금 상대에게 요구하기보다 사과를 통한 화해로 나아가야 하는데 그런 기미는 전혀 없습니다.
 
유시민(왼쪽) 작가가 지난 2월2일 유튜버 김어준씨 방송에 출연했다. (사진=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화면 캡처)
 
◇모두가 ‘극’의 길로
 
대통령과 정 대표 간 갈등은 극복할 수 없는 수준으로 비화되었습니다. 남은 것은 전면적인 충돌뿐입니다. 정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들 당대표 2년 임기는 청와대와의 충돌로 얼룩질 게 뻔합니다. 정 대표 입장에서는 이대로 물러서든, 전당대회에서 패하든 결론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생사를 걸고 맞붙습니다.
 
모두가 패자가 되는, 모두가 망하는 길로 접어들고 있음에도 누구 하나 이 싸움을 말리지 않는다는 것이 비극입니다. ‘난닝구 대 빽바지’ 논쟁으로 참여정부가 좌초됐고, ‘친이 대 친박’ 싸움으로 MB정부가 몰락한 과거에서 그 어떤 교훈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훈은커녕 ‘문조털래유 대 한강새똥돼주길’이라는 극혐의 신조어로 서로를 공격하기 바쁩니다. 더 자극적인 언사로 상대를 공격해야 우리 쪽의 환호를 얻다 보니 모두가 ‘극’의 길로 내달리고 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도, 빅스피커도, 유튜버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영 내에서도 또 다른 진영 싸움이 펼쳐지고, 주목을 받기 위해서는 수위를 가리지 않는 말을 동원해야 하는 비참한 현실에서, ‘중재’는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상식을 말할 용기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소 취소는 ‘자멸’
 
8·17 전당대회가 누구의 승리로 끝나든 그 후유증은 작지 않을 것입니다. 상흔이 채 아물기도 전에 더 큰 위험을 마주할 수도 있습니다. 바로 공소 취소 논란입니다.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밝혔듯, 이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공소 자체가 검찰의 억지 기소였기 때문에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다는 차원에서라도 공소 취소는 당연하다는 입장입니다. 다이내믹한 한국 정치 현실을 고려할 때 앞날의 불확실성을 미리 제거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힙니다.
 
문제는, 이리 되면 정권의 몰락을 자초할 수 있다는 염려입니다.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확인했듯 보수층은 윤어게인을 외치는 장동혁 국민의힘 지도부에게 애정이 없습니다. ‘그래도 민주당은 못 찍겠다’는 심리가 투표를 망설이게 했는데, 공소 취소 논란이 투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가라앉았던 이재명 비호감이 다시 살아났고, 중도층도 ‘이건 아니다’라며 견제 심리를 발동시켰습니다.
 
8·17 전당대회와 보완수사권 논쟁이 집안싸움에만 골몰하는 민주진보 진영에 대한 대중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면, 공소 취소 논란은 이재명정부 자체에 대한 혐오로 비화될 수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극우 세력이 다시 화려하게 부활한다면 그 역사적 책임은 누구의 몫이겠습니까. 자중과 절제. 지금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 그리고 진영 내 모든 인사들에게 요구되는 두 단어입니다. 서로를 향한 비수를 내려놓으라는 중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렇게 흥분을 가라앉힌 뒤 엄혹한 대한민국 현실을 직면하길 바랍니다. 반도체에 가려진 착시효과, 서울공화국 이면의 지방 소멸, 하루하루 버티기에도 빠듯한 자영업자들 한숨, 어렵사리 대학을 졸업해도 곧 닥칠 취업 절벽, 무섭게 올라가는 전·월세를 감당 못해 외곽으로 이사해야 하는 직장인들, 돈이 없어 아이 낳는 것조차 망설여야 하는 저출산 시대 등 주어진 민생 현안이 매우 엄중합니다. 그래서 말합니다.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편집국장 김기성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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