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최지성 체제가 지난 26일로 출범 50일을 맞았다. 그는 지난달 7일
삼성전자(005930) 수장에서 그룹의 컨트롤타워 책임자로 옷을 갈아입었다. 전격 인사를 단행한 배경은 역시 그에 대한 이건희 회장의 절대적 신임이었다.
최 신임 미래전략실장은 부임 이후 주말도 반납한 채 현안 파악에 몰두했다. 직위에 상관없이 수시로 관계자들을 불러 보고를 받는가 하면 밤늦게까지 그의 방에 불이 켜지는 일이 빈번해졌다. 전자를 벗어나 그룹 전체를 총괄해야 할 위치에 자리한 이후 웃음도 부쩍 줄어들었다는 게 주변의 공통된 전언이다.
그 앞에 놓인 현안은 대략 5가지로 요약된다. 이는 곧 삼성의 과제이기도 하다.
첫째가 오너에 대한 확실한 실드(shield.방패) 역할이다. 이 회장은 형 맹희씨, 누나 숙희씨 등이 제기한 상속소송에 휘말려 있다. 금액이 무려 1조원에 이를 뿐만 아니라, 분쟁 과정에서 이 회장의 감정발언이 여과 없이 전달돼 여론의 질타를 받는 등 삼성으로선 상처를 크게 입었다.
이 회장이 외부 법률 전문가로 구성된 TF에 소송 관련 일체를 맡기고 그룹 경영에만 전념하겠다고 밝혔지만 삼성으로선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특히
CJ(001040)그룹과의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는 등 상황 자체가 복잡해졌다. 또 전임자였던 김순택 실장의 갑작스런 사임은 CJ 소송에 소극 대응한 게 원인이라는 관측도 있어 최 실장으로선 부담이 더하다.
두 번째로 대(對) 애플전이 눈에 들어온다. 최 실장은 삼성전자 부회장을 맡고 있던 지난 5월 미 법원의 중재로 팀 쿡 애플 CEO를 만나 특허분쟁 관련해 한차례 담판을 벌인 바 있다. 이어 이달 중순 한 차례 더 쿡을 만났다. 결과는 예상대로 결렬이었다.
오는 30일 본안소송 심리를 시작으로 양사 간 분쟁은 본격화의 길로 접어든다. 성패의 갈림길은 현재 힘의 균형을 이루고 있는 시장 지배력이 격차를 보이는 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를 위해선 스마트폰은 물론 태블릿 PC 경쟁에서 애플을 압도해야만 한다. TV 등 가전과 모바일을 세계1위로 끌어올린 그의 역량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다.
스마트폰의 경쟁력을 이어감과 동시에 무선사업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모순에 처한 것도 그로선 어려운 숙제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 매출액 47조6000억원, 영업이익 6조7200억원을 기록했다. 사상최대 분기실적을 달성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갔지만 뜯어보면 무선사업, 특히 갤럭시 시리즈로 대표되는 스마트폰에 대한 의존도가 한층 심화됐다.
무선사업부의 성과는 전자가 올린 전체 매출액의 51%, 영업이익은 무려 62%에 달했다. 이를 두고 한 관계자는 “그룹 전체로 보면 전자의 비중, 또 전자 내에선 무선사업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기 때문에 전체적인 밸런스(균형)를 맞추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갤럭시가 삼성 전체를 먹여 살린다”고까지 했다. 사업구조 개편이 동반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안정된 후계구도의 정착 또한 최 실장 앞에 놓인 중대과제임에 틀림없다. 최 실장을 그룹 2인자로 밀어올린 배경의 근원에는 후계구도를 풀어낼 적임자라는 믿음이 내재했다는 게 그룹 안팎의 분석이다. 이재용 사장 또한 오랜 후견인이었던 그의 인선에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선 이 사장의 경영능력을 대내외에 검증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3대 세습경영에 대한 안팎의 불안과 비판을 잠재우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때문에 최 실장으로선 최근 이 사장이 적극적 관심을 기울여온 자동차 전장부문이 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할 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지원할 것으로 관측된다.
마지막으로 경제민주화, 특히 재벌개혁을 앞세운 정치권의 공세를 어떻게 풀어내느냐도 직면한 과제로 지적된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여야 할 것 없이 고강도 경제민주화를 들고 나섰다. 핵심은 재벌개혁이며, 집중 공격대상은 삼성일 수밖에 없다. 19대 국회는 개원 초기부터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정치권이 칼을 들게 된 동인에 성난 민심이 있다는 데 있다. 한국경제에 있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이 곱지 않은 이유를 삼성 스스로 풀어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최 실장이 최근 들어 연일 “고개 숙일 줄 아는 삼성이 되라”며 준법경영에 매달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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