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변호사가 자신이 변호를 맡았던 사건에 관련된 판례평석을 변호사 협회지에 기고하면서 관련자의 실명을 일부 게재했더라도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한 것은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1부(재판장 배준현)는 양모씨가 "수임했던 사건을 판례평석으로 게재하고 관련자 실명을 밝혀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며 사건을 수임했던 변호사 이모씨와 이씨의 소속 법무법인 바른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논문은 공개된 법정에서 심리한 양씨의 형사사건에 관해 사실심 및 법률심인 대법원 판결에서 판시한 사실관계에 기초해 작성한 것"이라며 "대법원 판결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에서 종전 대법원 판결과 비교한 것에 불과하므로 논문에 포함된 회사의 실명과 공소사실 등이 업무상 취득한 비밀정도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씨의 논문이 협회지에 게재됨으로써 '명예훼손 및 프라이버시가 침해됐다는' 양씨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논문에 게재한 범죄사실의 내용은 판례평석을 위해 사안의 개요와 평석을 위한 쟁점 등을 정리하기 위한 최소한의 정도에 그친 것으로 보이고, 논문이 게재된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지의 성격과 배부처 등에 비춰볼 때 그 독자들도 판례평석 및 법리적인 관점에서 게재된 글로 이해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논문에서 회사의 명칭을 완전하게 비실명화 또는 변환 처리를 하지 못한 채 2회에 걸쳐 회사의 실명이 그대로 나타났더라도 논문에서 피고인의 지위, 회사와의 관계 등이 차지하는 비중, 회사 설명이 언급된 횟수와 정도 등에 비춰볼 때 이로 인해 피고인이 양씨라는 것은 확정적으로 특정됐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 사건 논문은 양씨의 형사사건 중 업무방해죄 부분의 대법원 판결에 대해 법리적인 관점에서 비판하기 위한 공익적 성격을 가진다"며 "이씨 등이 논문을 게재함으로써 양씨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프라이버시 등 사생활 영역에 관한 사항을 노출시키려는 의도나 목적은 없었다"고 판시했다.
양씨는 2008년 7월 업무상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된 자신의 상고심 형사사건을 법무법인 바른과 소속 변호사인 이씨에게 위임했으며, 이후 대법원에서 일부 유죄판결이 확정됐다.
이씨는 2011년 7월 양씨의 형사사건에 관한 대법원 판결 중 유죄가 인정된 업무방해죄의 쟁점에 관해 변협에서 발행하는 협회지에 논문을 게재했는데, 양씨를 고소한 회사의 명칭을 비실명처리 하는 과정에서 일부가 누락돼 실명이 2차례에 걸쳐 게재되자 양씨가 바른과 이씨 등을 상대로 5500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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