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상장사 임원 개별 연봉 공개, 늦출 이유 있나?
2012-05-07 15:00:00 2012-05-07 15:00:00
[뉴스토마토 김용훈기자] 이명박 대통령은 노동의 대가로 얼마를 받을까. 
 
2012년 공무원 보수규정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 대통령은 올해 연봉으로 지난해보다 4.1% 오른 1억8941만9000원을 받는다.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의 연봉조차 인터넷을 통해 쉽게 공개가 되는 '좋은 세상'이 도래했지만 여전히 베일에 가려진 집단이 있다.
 
바로 국내 상장기업 임원들의 연봉이다.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의 연봉이 얼마인진 알 수 있어도, 주요그룹 회장이 얼마의 보수를 받고 있는지는 추측만 할 뿐 정확한 액수를 알 수 없다.
 
하지만 선진국 가운데 상장기업 임원의 개별 연봉이 공개되지 않는 곳은 드물다.
 
현재 미국·독일·프랑스·영국 등은 개별 보수 공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10년부터 연간 1억엔(약 10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는 임원은 개별적으로 공시토록 했다.
 
때문에 만약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1년 동안 회사로부터 얼마의 돈을 받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찾아보면 된다.
 
실제 미국 포드자동차의 앨런 멀러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70만 달러의 연봉을 받았다.
 
또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아키오 도요타 최고경영자는 2400만엔의 보너스를 합쳐 1억3600만엔을 받았다.
 
이에 비해 한국을 포함해 멕시코·태국·필리핀·포르투갈·브라질 등은 총액 보수 공시를 채택한다.
 
예컨대 최고경영자(CEO), 이사, 상무 3명이 각각 5억원, 1억원, 60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면 현재는 '등기임원 1인당 평균 2억 2000만원'이라고 밝히면 된다.
 
지난해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상장기업 등기 임원들의 개별적인 보수를 밝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맞는 것일 뿐 아니라 투자한 이들의 알 권리 차원에서도 개별 보수 공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상장기업 임원의 개별 보수 공시는 기업의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임원들이 과도한 임금을 가져가는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주주총회는 임원보수 총액만 승인하고, 재벌총수가 지배하는 이사회가 개인별 보수지급액을 결정하는 현재의 시스템을 개선할 여지도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관련 내용을 담고 있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2008년 3월 발의됐지만 18대 국회에서 제대로 심의조차 이뤄지지 못한채 사실상 물 건너 가버렸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재계의 반대 여론이 한 몫을 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기업들은 임원의 보수를 일반 대중에 공개하는 것은 지나친 사생활 침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보수가 공개되지 않는 비상장법인 임원과 형평에 맞지 않다는 것도 반대 주장의 근거다. 
 
무엇보다 이들은 임원 보수가 공개되면 보수의 하향평준화로 경영자를 꿈꾸는 직원들의 사기를 저하에 생산성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선 재계가 임원 연봉 개별 공시가 부담스럽다면 3년이나 5년 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하는 것도 방법이란 해결책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과연 5년이 지난 후엔 재계의 '사생활 침해' 주장이 잦아들지 의문이다.
 
사생활 침해는 차치하고라도 앞서 임원 개개인의 연봉을 공개한 글로벌 기업들이 이로 인해 생산성이 떨어졌는지 차분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여담이지만,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는 소셜네트워크(SNS)기업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는 지난해 연봉으로 149만달러(약 16억6000만원)를 받았다.
 
올해 28살인 그는 내년부턴 1달러의 연봉만 받기로 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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