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타이타닉과 같다.”
민주통합당이 처한 현 상황을 지켜보며 한 핵심관계자가 내뱉은 신음이다.
제 정파 간 통합과 화려한 진용으로 최대 호화 여객선으로 발돋움한 한명숙호가 총선이라는 민심의 바다로 나선 처녀항해에서 결국 자만에 빠져 좌초될 것이란 우려다.
◇공천혁명? “차라리 웃지요”
파열음은 이미 곳곳에서 새어나오고 있다.
지난 1차 공천 결과 발표 직후 당 안팎에선 ‘도로 열린우리당’, ‘통합의 실종’, ‘쇄신의 추락’, ‘기득권의 재연’ 등 갖은 조어와 비판이 쏟아졌다.
공천혁명이란 당초의 천명은 온데간데없었다. 통합의 양대 축이었던 시민통합당 출신 인사들은 “공천혁명? 차라리 웃는다”고 말했다. 현역의원 물갈이 0%라는 초라한 성적표에 대한 조소였다.
불모지인 영남권을 제외한 공천 확정 지역 56곳 중 40곳에서 17대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 간판을 달고 뛰었던 선수들이 재출전의 기회를 얻었다. 특히 서울은 14곳 중 13곳이 과거 또는 현역 선수로 채워졌다. 17·18대 기득권이 견제 없이 수성한 것이다.
운동권 출신이란 특혜는 기회주의로 변질됐음에도 486은 어김없이 등용됐다. 임종석 사무총장과 이화영 전 의원에 대한 공천은 도덕성 기준 또한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반성 없이 또 다시 당의 전면에 나선 이들을 향한 여론은 싸늘하기 그지없다. ‘오마이뉴스’가 2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당 지지도(새누리당 38.6%, 민주당 31.1%)는 새누리당에게 역전됐으며,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 또한 민주당을 앞질렀다.(새누리당 35.6%, 민주당 31.2%)
◇잇단 반발.. 무소속 연대 조짐마저
공천 탈락자들은 승복보다는 무소속 연대 결성 등 힘의 대결로 방향을 틀었다. 이들은 29일 3차 공천 결과 발표 직후 세를 규합해 본격적으로 집단 움직임을 진척시킨다는 방침이다.
이용선 초대 민주통합당 공동대표는 “통합과 개혁정신을 훼손한 시대 역행적 처사”라며 지금까지의 공천 결과를 혹평했고, 김두수 전 사무총장은 “나를 제외한 대부분이 무소속 출마로 가고 있다”며 “이건 당이 망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재심 청구건도 이미 40여건을 넘어섰다. 중앙당사는 반발하는 예비후보와 당원들의 농성장이 됐다.
그럼에도 당 관계자들 대부분은 “오히려 조용한 게 이상한 것 아니냐”며 내홍을 당연시했다. 이들의 반발 명분에 대해서도 “저마다 얘기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고 치부했다.
무소속 출마로 결심을 굳힌 한 예비후보는 기자에게 “당직자들이 ‘18대 박재승 공심위와 다르다. 그 어느 때보다 지도부와 호흡이 잘 맞다’고 공개적으로 얘기하고 다니질 않느냐”며 “지도부 입김에 놀아나니 호흡이 잘 맞을 수밖에. 독립성이 철저히 훼손된 공심위의 현주소”라고 맹비난했다.
◇텃밭 호남 어이할꼬
수도권을 비롯한 영남, 충청, 강원, 제주 등의 공천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당의 텃밭인 호남으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본게임 직전의 긴장감은 이미 당 전체를 휘어감았다.
당 관계자들은 안팎의 비판에 “호남을 지켜보라”며 강도 높은 인적쇄신을 예고하고 있지만 이는 되레 호남의 집단반발만 낳으며 전선을 고착화시켰다. 1.15 전당대회를 전후해 터져 나왔던 호남 홀대론은 한 대표 체제에 대한 노골적 감정의 골로 비화됐다.
일단 당 내외 분석을 종합하면 현역 교체지수가 높은 광주, 터줏대감들이 빠진 전북에 대한 칼날의 저항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전남이다. 이미 통합 과정에서 박지원 의원을 중심으로 결집한 전남이 방어벽을 두껍게 치고 있어 뚫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게 지도부의 고민이다.
또 무분별한 호남에 대한 칼질은 텃밭의 외면과 불신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물갈이 폭과 수위에 대한 고민은 공천에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애물단지로 전락한 국민참여경선
한명숙호 탄생의 배경이 됐던 국민참여경선(모바일투표)은 조직동원 논란 끝에 자살 사태까지 빚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한명숙 대표는 29일 이에 대해 머리를 숙여야만 했다.
특히 공천이 곧 당선인 호남과 장·노년층이 주요 유권자인 시골에서 조직 동원이 비일비재하다는 게 내부 우려다.
그러나 한 대표는 “모바일 투표는 구태정치 청산을 위해 제일 좋은 방법”이라며 현 상황이 새 정치를 여는 과도기임을 강변했고, 신경민 대변인도 “일부 문제는 있지만 모바일 경선은 현 지도부의 ‘브랜드’이자 ‘트레이드마크’로 유턴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반면 전국단위가 아닌 지역단위의 경선 특성상 조직에서 압도적인 현역 의원을 이길 방법이 전무하다는 게 정치신인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차라기 당원을 배제하고 지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로 가자는 대안론도 제기되고 있다.
◇지지부진 야권연대
야권연대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연대의 대상인 통합진보당은 이미 결렬을 선언하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지지율에 도취돼 선거연대의 필요성을 망각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김두관 경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이 2월 들어 순차적으로 입당하며 야권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중앙당 차원의 협상은 진전이 없다.
결국 부산, 경남, 인천 등 지역별 연대만 성사된 채 각자도생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이는 총선을 넘어서 대선으로까지 후유증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또한 연대 방식이 결국 지분 나누기로 끝날 경우 이미 수차례 야권연대를 접한 유권자들의 감동을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란 회의적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내우외환에 처한 한명숙호. 민심의 바다로 나선 첫 항해가 순항할지, 빙산에 부딪혀 침몰할지, 여정은 40여일 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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