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뉴스토마토 하주화 기자] 해외에 거점을 두고 판돈 1200억원 규모의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며 국내 성인 PC방에 유통해 온 기업형 범죄조직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습니다.
울산경찰청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과 도박공간개설 등의 혐의로 사이트 운영자와 총괄이사, 국내 영업총판, 개발자, 해외 콜센터 조직원, 하부매장 업주 등 15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9명을 구속했다고 31일 밝혔습니다.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총책 50대 A씨가 국내에서 운영했던 원단회사 내부 모습. (사진=울산경찰청)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5월까지 베트남에서 슬롯과 바카라 등을 제공하는 불법 도박사이트 ‘리00’를 운영한 혐의를 받습니다. 이 기간 국내 성인PC방 2133곳에 사이트를 공급·관리하며 취급한 판돈은 약 1200억원으로 조사됐습니다.
조직은 운영자와 총괄이사, 국내 영업총판, 개발자, 해외 콜센터, 하부매장 등으로 역할을 나눴습니다. 베트남에 마련한 콜센터에서는 조직원들이 24시간 3교대로 근무하며 이용자 상담과 게임머니 충전·환전을 맡았습니다.
주요 피의자들은 겉으로는 정상적인 사업체를 운영하며 범행을 숨겼습니다. 사이트 운영자들은 서울에서 원단회사를 운영하면서 직원을 베트남 콜센터에 투입했고, 울산지역 총판은 인테리어업체로 위장한 사무실을 거점으로 영업했습니다. 부녀가 함께 성인PC방을 운영하거나 친구와 회사 동료를 조직에 끌어들인 사례도 확인됐습니다.
수사는 지난 4월 울산 중구의 한 성인PC방에서 불법 환전 영업을 단속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경찰은 매장 업주를 조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이트 공급 경로를 역추적해 울산 총판 사무실을 찾아냈습니다. 이후 운영자와 총괄이사, 개발자, 국내 영업총판 등 조직의 상선을 차례로 검거했습니다.
이들은 하부매장이 단속되자 기존 사이트의 이름과 화면을 바꿔 새로운 사이트로 영업을 재개하려 했습니다. 경찰은 리뉴얼 작업이 진행되던 단계에서 운영자와 개발자를 붙잡아 기존 사이트를 폐쇄하고 재개장 준비도 중단시켰습니다.
해외 콜센터 조직원들은 운영자가 검거된 사실을 알고 필리핀으로 달아났습니다. 경찰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수배하고 여권 무효화 조치에 나서자 조직원 3명은 국내로 입국했고, 경찰은 이들을 공항에서 검거해 구속했습니다. 필리핀에 남아 있는 조직원 1명에 대해서는 국제공조를 통해 추적하고 있습니다.
전국 2000여개 성인 PC방에 불법 도박사이트를 공급한 일당의 조직도. (사진=울산경찰청)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현금 3900만원과 휴대전화 25대, PC 43대, 사이트 개발에 사용된 맥북 등을 압수했습니다. 또 피의자 13명의 범죄수익 32억6255만원에 대해 기소 전 추징보전을 신청해 이 가운데 약 27억원을 법원에서 인용받아 재산을 동결했습니다.
경찰은 압수 자료에서 확인된 전국의 하부매장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하고 범죄수익과 자금 흐름을 추가로 추적할 방침입니다.
유윤종 울산경찰청장은 “불법 PC방 한 곳을 단속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이트 공급자와 총판, 운영자, 개발자, 해외 조직 등 배후 상선까지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울산=하주화 기자 j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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