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영평가 B'에 기금 논란까지…정은보, 금융자사고 속도조절
부지 매입·법인 설립에 7~8개월, 임기 내 매듭 어려워
2029년 개교 추진 계속…설립·재원 최종결정은 차기 몫
사업비 확보·운영 방식 등 핵심 쟁점 후속논의 불가피
2026-08-31 11:34:00 2026-08-31 14:42:33
[뉴스토마토 김현경 기자] 한국거래소가 추진해 온 부산 금융자율형사립고(자사고) 설립이 차기 이사장에게 넘어갈 전망입니다. 최근 거래소 경영평가에서 B등급을 받은 데다 사회공헌기금을 자사고 설립·운영에 활용하는 방안까지 논란이 된 가운데, 부지 매입과 학교법인 설립 등 준비 절차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면서 정은보(사진) 이사장 임기 내 사업을 마무리하기 어려워진 데 따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31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정 이사장은 최근 거래소 내부에 금융자사고 설립과 관련해 자신의 임기 중 사업을 마무리하지 않고 후임 이사장에게 넘기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당초 거래소가 2029년 초 개교를 목표로 추진해 온 사업의 주요 의사결정을 사실상 다음 집행부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의미입니다.
 
거래소 안팎에서는 경영평가 결과와 재원 논란 등이 정 이사장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거래소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금융위원회 경영평가에서 전년도 S등급보다 두단계 낮은 B등급을 받았습니다. 성과급과 예산 편성에도 영향을 미치는 평가에서 등급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설립비 1000억원 이상과 연간 운영비 수십억 원이 예상되는 대형 사업을 현 경영진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기에는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입니다. 거래소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경영평가 B등급 등으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자사고 추진이 중단된 것으로 안다"며 "사업을 아예 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다음 이사장에게 결정권을 넘기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업 추진 작업은 당초 정해진 일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라면서도 "현 이사장 임기 내 학교법인 설립까지 마무리하기는 시간상 쉽지 않을 수 있다. 사업 자체를 접는다는 의미는 아니며, 현재 진행 중인 준비 절차를 이어가면서 향후 판단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사업 추진에는 부지 매입과 학교법인 설립 등 넘어야 할 절차가 적지 않습니다. 현재 부지는 주거지역으로 용도 변경 등 행정절차가 필요하고, 부산시의 매각 절차까지 거치면 부지 매입에만 최소 6개월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후 환경영향평가 등 관련 절차를 거쳐 학교법인을 설립해야 해 전체적으로 최소 7~8개월이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정 이사장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입니다. 이 같은 절차와 소요 기간을 고려하면, 현 이사장 임기 내 부지 매입과 학교법인 설립 등 1차 추진 절차를 모두 마무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입니다.
 
이 같은 사업 추진의 시간적 제약과 함께 재원 마련을 둘러싼 논란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자사고 재원으로 사회공헌기금을 활용하는 방안도 논란이 됐습니다. 거래소 산하 KRX국민행복재단의 기금 자산에서 발생하는 투자·이자 수익 등을 학교 운영비로 활용하는 방안(<뉴스토마토> 2월9일 보도, (단독)한국거래소, 금융자사고에 사회공헌기금 투입 논란>)이 내부적으로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재단은 2024년 말 기준 2100억원이 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연간 사회공헌 사업비는 약 50억원 수준입니다. 반면 금융자사고 운영비는 연간 80억원 안팎으로 거론돼 기존 사회공헌 재원 축소와 재단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지를 두고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거래소는 2024년 부산시, BNK금융지주 등과 함께 금융자사고 설립을 추진해 2029년 초 개교를 목표로 했습니다. 부산의 금융 중심지 위상을 높이고 금융 특화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거래소는 공식적으로 금융자사고 설립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현재 글로벌 경영컨설팅사 AT커니와 함께 자사고 설립 용역을 진행하며 학교 규모와 교육과정 등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부산시가 매각할 수 있는 부지 면적에 맞춰 학교 설계를 조정하는 작업도 진행 중입니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준비 작업과 별개로 현 경영진 임기 내 사업을 마무리하기는 어려운 만큼, 금융자사고의 최종 설립 여부와 재원 조달 방식은 차기 이사장의 주요 경영 과제로 넘어갈 전망입니다. 설립비 1000억원 이상과 연간 운영비를 어떤 방식으로 마련할지, 국민행복재단 기금을 활용할지도 차기 이사장이 풀어야 할 과제로 남습니다.
 
거래소 관계자는 "차기 이사장이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로 결정할 경우 현재 진행 중인 준비 작업을 바탕으로 사업을 이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거래소 서울 사옥. (사진=한국거래소)
 
김현경 기자 kh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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