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노조탄압 공판 100회)⑫"허영인도 책임 안 지는 '사회적합의'…남은 건 꼼수·탄압"
'사회적 합의' 8년…가맹점 41%' 용역 해지', 제빵기사 30% 감소
전문가·노동계 "일자리 창출은커녕 유지도 안 돼…무책임 경영"
"허영인 회장 책임 크다…현재 구조의 최대 피해자는 제빵기사"
2026-08-10 18:05:52 2026-08-10 18:34:00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용역비 부담과 SPC그룹의 권유로 제빵기사 용역계약을 해지하는 가맹점주가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동계와 전문가들은 SPC그룹의 경영 방식을 지적합니다. 앞에선 제빵기사 고용을 책임지겠다며 '사회적 합의'를 해놓고, 뒤에선 노조 파괴와 일자리 줄이기 꼼수에 열을 올렸다는 비판입니다. 특히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서 있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10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기준 전체 가맹점 3268곳 중 1928곳(59%)만 PB파트너즈와 제빵기사 용역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나머지 1340곳(41%)은 점주가 직접 빵을 굽거나 사설 기사를 고용하고 있습니다. 제빵기사 숫자도 2018년 PB파트너즈 설립 당시보다 30%가량 줄었습니다. 점주들은 용역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SPC그룹 측의 계약 해지 제안까지 이어지자 자체 점포 전환을 택하고 있습니다.
 
 
인건비 절감 노린 SPC 측 '계약해지' 유도 
 
전문가와 노동계는 SPC그룹이 인건비를 아끼려고 가맹점주들에게 PB파트너즈와의 제빵기사 용역계약 해지를 유도하며 고용 책임을 저버리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SPC그룹은 빵을 팔아 얻은 이익으로 제빵기사 인건비를 메워야 하는데, 인력 회사(PB파트너즈)를 분리해 자본잠식 상태로 방치하고 있다"며 "최대한 많은 것을 아웃소싱하는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노사관계를 갑을관계로 바꿔 비용을 절감하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임영국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정책연구원장도 "SPC그룹은 사회적 합의로 인상된 제빵기사 인건비 때문에 PB파트너즈가 자본잠식에 처했다고 주장한다"면서 "점주에게 인건비 부담을 안긴 뒤, 이제 와서 용역비 부담을 이유로 점주들이 계약을 해지한다고 설명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2024년 2월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배임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섰다. (사진=뉴시스)
 
2018년 사회적 합의와 'PB파트너즈 설립'
 
제빵기사에 대한 고용 책임이 SPC그룹에 있다는 건 10여년 전 확인된 일입니다. 앞서 2017년 9월 고용노동부는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고용 구조를 불법파견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본사가 협력업체 소속인 제빵기사들에게 실질적으로 업무 지휘를 하고 있다고 판단해서입니다. 그러나 SPC그룹이 이를 거부하며 사태가 장기화할 위기에 처하자, 이듬해 1월 노사와 가맹점주, 정당, 시민사회는 '자회사 직고용' 방식으로 사회적 합의를 타결했습니다. 그 결과로 만들어진 게 PB파트너즈입니다. 
 
임 원장에 따르면, 당시 자회사 직고용 결정은 노조의 큰 양보였다고 합니다. 사회적 합의 과정에 참여한 바 있는 그는 "당시 SPC그룹은 자회사 직고용을 요구하며 버텼는데, 신생 노조였던 파리바게뜨지회의 양보 덕분에 사회적 합의가 타결됐다"며 "회사로선 그 덕분에 수천억 원에 달하는 과태료와 체불 임금 부담을 면할 수 있게 됐다"고 했습니다.
 
이후 노조는 제빵기사 직고용에 대한 SPC그룹의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 지배구조 개편에도 의견을 냈습니다. 본사 임원을 자회사 대표로 겸임시키고, 본사가 지분 51%를 보유하도록 한 겁니다. 임 원장은 "SPC그룹은 기존 협력업체 대표들을 PB파트너즈 지배구조에 포함시키려고 했지만, 노조는 이들은 불법파견 당사자였기 때문에 배제를 요청했다"며 "황재복 SPC그룹 부사장을 PB파트너즈 대표로 임명해 그룹 차원의 관리 책임을 높이고자 했다"고 회상했습니다.

SPC, 노조 탄압 골몰…사회적 합의 뒷전 
 
그러나 노조는 명색이 사회적 합의 이후에도 SPC그룹이 고용 안정 대신 노조 탄압과 인력 감축에 집중했다고 주장합니다. 임종린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은 "회사는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노조를 없애는 데만 몰두했다"며 "2019년엔 근로자 대표 선출에 개입하고, 2021년엔 대대적인 노조 파괴를 공공연히 벌였다. 지금도 제빵기사들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걸 방치하는 수준을 넘어 (계약해지를) 적극 부추기고 있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습니다.
 
사회적 합의 이후에도 이어진 SPC그룹의 무책임한 경영 탓에 피해가 고스란히 제빵기사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임종린 지회장은 "사회적 합의 당시 본사와 가맹점주 모두 제빵기사 직접 고용에는 소극적이었다"며 "결국 자회사 직고용 구조 속에서 고용 불안을 떠안는 건 노동자들"이라고 했습니다.
 
박명준 선임연구위원도 "SPC그룹이 PB파트너즈에 실질적인 지배력을 갖고 있는 만큼, 제빵기사들의 실질적인 사용자는 SPC그룹"이라며 "SPC그룹이 제빵기사 고용의 지속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하는데, 계약 해지 제안 등으로 이를 어겨도 아무런 사회적 제약이 없다 보니 기업은 무책임으로 일관한다.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들의 몫"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SPC 본사. (사진=뉴시스)
 
허영인 책임론 제기…'피 묻은 빵' 오명만
 
무엇보다 SPC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허영인 회장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임 원장은 "사회적 합의에 따른 고용 책임을 저버리는 건 오너의 책임이 가장 크다. 이 문제에 관한 오너의 생각과 행동이 바뀌지 않으면 관리자들도 바뀌지 않는다"면서 "허 회장은 비용을 아끼려고만 하고, 사내 문제는 자꾸 덮으려고만 하다 보니 '피 묻은 빵'이라는 오명까지 썼다.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는 셈"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제빵기사 일자리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다시 한번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옵니다. 차유미 한신대 연구교수는 "SPC그룹 자체적으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워 보인다"면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든 별도의 기구든, 회사와 가맹점주, 노동자가 함께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의 틀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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