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토마토 김현철 기자]
6·3 지방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선거철마다 광역단체·기초단체장으로 시선이 쏠리지만, 주민의 일상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시·군·구의원입니다. 우리 동네 골목이 바뀌는 데는 이들의 손끝에서 시작됩니다. <뉴스토마토>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중에겐 낯설지만 현장에서 발로 뛰는 우리 동네 일꾼 후보들을 직접 만납니다. (편집자)
인천 미추홀구는 전국 전세사기 피해의 진앙지입니다. 2025년 국토교통부 실태조사 기준 전세사기 피해 건수는 2145건. 경기 수원(2431건)과 서울 관악구(2265건)에 이어 전국 세 번째입니다. 인구 대비 피해율로 따지면, 미추홀구가 압도적 전국 1위입니다. 그 고통의 한복판에서 4년간 치열하게 싸워왔던 사람이 있습니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미추홀구의원에 도전하는 안상미 민주당 후보입니다. 안 후보는 미추홀전세사기대책위원장과 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지내며 피해자들의 권익을 대변해 왔습니다.
미추홀구는 상업지역에 밀집한 나 홀로 아파트와 빌라가 밀집한 서민 주거 지역입니다. 상대적으로 전셋값이 낮아 청년 임차인이 많았고, 이를 노린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도 집중됐습니다. 특히 2700여채를 보유해 속칭 '건축왕'으로 불린, 임대사업자 남모씨 사건은 국민에게 충격을 줬습니다. 남씨는 2025년 1월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이 확정됐고, 추가 기소된 사건들에 대한 재판도 현재 진행 중입니다.
지난 15일 <뉴스토마토>와 만난 안 후보는 "전세사기가 끝나지 않았다"고 단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사건에 대한 관심은 점점 시들어가고 예방책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습니다.
안상미 민주당 인천 미추홀구의원 후보. (사진=뉴스토마토)
"안 된다고 했던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 결국 해내"
안 후보가 전세사기 피해자 운동을 하게 된 건 그 역시 남모씨로부터 피해를 입은 당사자이기 때문입니다. 2022년 여름 거주하던 미추홀구 아파트가 통째로 경매에 넘어가자 그는 이웃들과 소송비를 아끼기 위해 단체소송을 주도했습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동 대표가 됐고, 그해 10월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가 출범하자 위원장까지 맡게 된 겁니다. 이듬해엔 4월 전국 피해자 단체를 하나로 묶어 전국대책위를 출범시키고 공동위원장이 됐습니다.
올해 4월 '선지급-후정산'과 최소보장제를 담은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도 안 후보가 주도한 겁니다. 안 후보는 "처음엔 변호사들조차 불가능하다고 했던 일들을 결국 해냈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는 "요구 사항의 30%라도 받아들여진 것"이라며 "개인의 책임이 아닌 사회적 재난으로 인정했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고 했습니다.
다만 아직도 많은 피해자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은 한계로 꼽았습니다. 특히 "청년들에게 '회생'보다 나은 선택지를 줄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자고 했는데, 그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결국 제도권 안으로 들어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안 후보는 "제도 바깥에서 했던 활동의 의미가 컸지만, 한계도 분명히 느꼈다"며 "구의원이라는 주민과 밀접한 공간에서 소통하고 협력해야 구청과 시청, 국회를 설득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지난 2024년 8월9일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 공모자 전원 구속 기소와 엄중 처벌 촉구 기자회견에서 당시 안상미 전세사기피해대책위 공동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전세사기피해대책위)
"과제는 피해자 원스톱 체계, 나홀로 아파트 조례"
안 후보가 구상하는 기초단체 차원의 우선 과제는 '피해자 원스톱 지원 체계' 구축입니다.
전세사기 특별법이 개정됐지만, 피해자들은 지원을 받으려고 여러 기관을 직접 발로 뛰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는 "지원 기관 역할이 분산돼 피해자 한 명이 해결책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한다"며 "피해 주택이 밀집한 곳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원스톱 지원 체계를 갖추는 것이 기초단체 차원에서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나 홀로 아파트의 관리사무소 횡포를 막기 위한 조례도 약속했습니다.
나 홀로 아파트는 자가보다 임차인이 많아 입주자 대표회의 구성이 어렵습니다. 그 빈틈을 관리사무소가 파고든다는 겁니다. 안 후보는 "임차인이 돈을 내며 살고 있지만 관리사무소가 법의 테두리 밖에서 횡포를 부리고 있다"며 "구청 차원의 조례를 통해 문제점을 처리하다 보면 그것이 밑거름이 돼 법 개정까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치열하게 싸워봤다…잘해야 한다는 책임감 크다"
'구의원이 돼 단 하나의 성과를 남긴다면 무엇이 있겠느냐'는 질문에 안 후보는 1인 가구 커뮤니티 공간을 거론했습니다.
안 후보는 "피해자 중엔 1인 가구가 많더라"며 "1인 가구가 사회로 나올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어 "같은 맥락에서 반려견 정책도 중요하다. 반려견 때문에 그나마 버틴다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말을 많이 들었다"며 "시민과 반려견이 공존할 수 있는 미추홀구를 만들어나가겠다"고 했습니다.
'미추홀구민이 안상미를 뽑아야 하는 단 하나의 이유는 무엇이냐'는 물음엔 "나는 일단 아파봤고, 그 아픔에 머물지 않고 해결을 찾기 위해 치열하게 싸워봤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세사기 피해자들 중엔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누구라도 죽어야 이슈가 되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이제 그런 말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크다"라고 했습니다.
◆안상미 민주당 인천 미추홀구의원 후보 약력
△1978년생 △목포과학대학 행정학과 졸업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현 민주당 동·미추홀을 지역위원회 주거복지특별위원장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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