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05월 14일 09:3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은행권 투자상품 판매 지형이 바뀌고 있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 이후 고난도 파생결합상품 판매는 위축된 반면, 증시 활황을 타고 상장지수펀드(ETF)와 신탁·퇴직연금 채널을 통한 자산관리 수수료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자이익 성장 둔화와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맞물린 상황에서 은행권이 비이자수익 확대의 돌파구를 투자상품 판매에서 찾는 모습이다. 다만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투자상품 판매가 늘어나는 만큼 불완전판매 리스크 관리도 함께 시험대에 올랐다. <IB토마토>는 이자이익 성장이 정책 압박으로 제약받는 상황에서 은행이 투자상품 판매를 강화할 수밖에 없는 배경을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은행권이 비이자수익으로 포트폴리오 채우기에 성공한 모양새다. 고질적 과제로 남았던 비이자수익 확대를 주식 활황을 발판 삼아 해결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상품판매 수수료나 계열사와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사진=은행연합회)
만년 과제, 수수료로 뚫었다
14일 각 사에 따르면 4대 은행의 1분기 수수료이익은 1조3688억원이다. 각 사 별로 큰 폭의 성장을 기록하면서 비이자이익 증대를 이끌었다. 펀드·방카슈랑스·신탁수수료 부문이 급격한 성장을 주도하며 비이자이익을 끌어올렸다.
은행권 투자상품의 중심축도 파생상품으로 이동하고 있다. 파생상품이란 주식과 환율, 금리, 원자재 등 기초자산의 변동에 따라 가치가 변동되는 상품이다. 은행이 판매하는 예금이나 적금 대비 고위험 고수익 상품으로 분류되는 것이 특징이다.
은행은 자금을 예금이나 적금, 은행채로 조달해 대출을 내어주고 이 차액을 얻는 구조다. 예대마진을 남겨 은행을 운영하게 되는데, 금리 인상기를 맞으면서 한계에 봉착했다. 이자 이익 규모 자체는 불어났으나 지난 정부부터 강도 높은 비난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재명 정부도 은행에 대한 가계부채 축소 압박을 지속하면서 은행이 가계대출 확대는 사실상 어렵게 됐다. 은행의 영업이익 중 약 90%는 은행의 이자 부분 이익에서 창출된다. 특히 은행의 대출 절반가량은 가계대출로, 신규 대출이 어려워질 경우 성장은 둔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은행이 비이자이익을 늘려야하는 이유도 1분기 원화대출 잔액에서 드러나고 있다. 1분기 각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성장률이 감소세로 돌아서면서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가계대출 규모를 각각 0.6%와 0.3% 감소한 규모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수료이익의 반등이 돋보인다. 국민은행의 경우 1분기 이자이익은 1년 새 6.6% 증가에 그쳤으나, 같은 기간 순수수료이익은 38% 늘며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신한·하나·우리은행도 이자이익 증가율을 웃도는 수수료이익 성장세를 나란히 보여줬다.
ETF, ELS 빈자리를 채우다
4대 시중은행의 수수료이익이 증대될 수 있었던 데는 펀드와 방카슈랑스, 신탁수수료로 벌어들인 이익의 급격한 성장 덕분이다. 은행은 수수료이익을 펀드·방카슈랑스·신탁수수료 부문과 투자금융수수료 기타 부문으로 나눈다.
1분기 은행의 수수료이익 증대를 견인한 것은 단연 상품 판매 수수료다. 신한은행의 경우 해당 수수료의 1년간 성장률은 53.7%에 달하기도 했다. 수수료이익 성장을 이끈 핵심 상품은 ETF다. 과거 은행 비이자이익의 주축이었던 ELS가 홍콩H지수 사태 이후 판매 위축을 겪는 동안, ETF가 그 빈자리를 빠르게 채우고 있다.
ETF는 특정 지수의 움직임에 연동해 수익률이 결정되는 펀드를 주식처럼 매매할 수 있게 만든 상품이다. 주가지수·금·원유 등 원자재부터 기술주·국채까지 투자 대상이 다양하고 분산투자도 가능해, 증시 활황과 함께 판매량이 늘고 있다.
은행은 파생상품을 직접 거래하기보다는, 파생상품이 결합된 구조화 상품을 판매한다. 파생상품 성격을 띤 ETF의 경우에도 신탁을 통해 이뤄진다. 대부분은 ETF다. 신탁형 ISA나 유원대용신탁 등을 판매하고 있으나, 현재 판매 상품 대부분은 ETF라는 설명이다.
4대 시중은행이 판매할 수 있는 파생상품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은행들은 자금이 지주 외부로 유출되지 않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춘 모양새다. 대출을 주요 수익원으로 두되, 투자자들의 금융 소비 니즈도 충족시켰다. 은행의 퇴직연금을 통해 ETF를 판매해 보수를 챙기는 한편, 그룹사와의 시너지도 살려 지주 비이자이익도 확대했다.
실제로 KB금융그룹의 경우 1분기 그룹 비이자이익 1조650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7.8% 증가율로, 역대 최대 규모를 달성했다. 그룹의 수수료 수익만 1조35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5% 증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ETF 수익이 확대되고 있어 비이자이익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