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유정복이 띄운 국제학교 '위컴애비'는 브랜드 장사?…'자격미달' 제3업체 논란
위컴 애비 아시아 분교, 본교 아닌 라이선스 계약 맺은 민간기업이 운영
자격 안되는 BE에듀케이션, 사업제안서앤 자본조달 주체로 버젓이 명시
인천경제청, 선정 후 뒤늦게 "영국서 비영리법인 설립" 우회안 제시 논란
2026-05-13 14:02:19 2026-05-13 14:55:43
[뉴스토마토 김현철 기자] 유정복 인천시장이 1호 공약인 '뉴홍콩시티' 핵심 사업으로 추진한 영종 국제학교는 '영국 명문 학교 본교 직영'이 아닌 민간 교육업체 운영 구조인 걸로 확인됐습니다. 유 시장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인천경제청)은 그간 영종도에 영국 명문 기숙학교 '위컴 애비(Wycombe Abbey)'가 유치되는 것처럼 내세워 왔지만, 실제로는 제3의 업체가 위컴 애비 이름만 빌려 학교를 설립·운영하는 방식인 겁니다. 이는 영종 국제학교 사업 공모 지침 위반이기도 합니다. 
 
지난 2월24일(현지시간) 유정복 인천시장이 영국 위컴 애비 스쿨(Wycombe Abbey School)을 방문해 피터 워렌 이사장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인천시청)
 
BE에듀케이션, 이름만 '위컴 애비'…실체는 민간기업
 
13일 인천경제청이 위컴 애비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사업제안서를 입수해 확인한 결과, '분교 설립 주체의 자기자본 규모' 항목엔 "아시아 지역 위컴 애비 국제학교 독점 운영 파트너 기관 BE에듀케이션이 초기 자기자본을 제공합니다"라고 적힌 걸로 확인됐습니다. '설립준비금 및 운영자금 조달계획'에도 "위컴 애비 국제학교에서 제공하는 투자와 대출, 그리고 아시아 지역 독점 파트너인 BE에듀케이션이 조달한 자금에서 조달됩니다"라고 명시됐습니다. 초기 자본 총액은 2500만달러(약 360억원)로 추산됩니다.
 
위컴 애비는 영국 버킹엄셔에 있는 명문 사립 기숙학교입니다. 그런데 위컴 애비는 홍콩·중국 등 아시아 쪽에선 본교가 직영으로 분교를 운영하지 않습니다. 위컴 애비와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실제 계약은 위컴 애비 측 영리법인인 위컴 애비 인터내셔널을 통해 체결)을 맺은 민간 교육업체 BE에듀케이션이 자본을 투입해 학교를 설립·운영합니다. 
 
실제로 <뉴스토마토>가 확인한 BE에듀케이션의 케이만제도 법인등기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는 위컴 애비 본교와 출자 관계가 없는 별개의 민간 교육기업입니다. 위컴 애비 브랜드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홍콩과 중국 창저우·항저우·난징 등에서 국제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BE에듀케이션은 위컴 애비라는 이름과 교육 프로그램을 빌려 해외에서 학교를 운영하고, 위컴 애비는 수수료만 받는, 사실상 브랜드 장사인 셈입니다.  
 
그런데도 유정복 시장과 인천경제청은 그동안 영종 국제학교 사업을 홍보하면서 '위컴 애비 유치'를 강조해 왔습니다. 유 시장은 지난 2월24일(현지시간) 직접 영국 위컴 애비 본교를 방문해 피터 워렌 이사장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인천시청 역시 보도자료 등을 통해 영국 명문 학교 본교 유치 성격으로 사업을 홍보했습니다.
 
인천경제청이 위컴 애비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사업제안서를 보더라도 영종 국제학교 운영의 핵심엔 BE에듀케이션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우선 윌리엄 반버겐 BE에듀케이션 회장이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지역 독점 파트너로서 위컴 애비 인천 학교의 설립·운영에 필요한 재정 지원을 약속한다"라고 쓴 투자의향서(LOI)가 첨부됐습니다. 그가 서명란에 적은 직함은 'BE에듀케이션 회장'과 '위컴 애비 국제자문위원회 디렉터' 두 가지입니다.
 
사업제안서엔 '분교 운영위원회 구성안'도 들어 있는데, 반버겐 회장은 위컴 애비 인천 이사회 집행위원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또 다른 집행위원인 데즈 유안 역시 BE에듀케이션 부사장 직함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제안된 집행위원 2명 모두 위컴 애비 본교 인사가 아닌 BE에듀케이션 소속인 겁니다.

공모지침 정면 위배됐지만…인천경제청은 문제없다?
 
문제는 '위컴 애비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BE에듀케이션이 위컴 애비 분교를 설립하는 구조'는 인천경제청의 국제학교 사업 공모 지침과 충돌된다는 점입니다
 
인천경제청은 공모 지침서에서 사업 참여 자격을 "외국의 법령에 따라 그 외국에서 교육기관을 설립·운영하는 비영리법인"으로 정의했습니다. 또 공모 당시 '분교 설립 주체의 자기자본은 외국학교법인을 의미하는 것이냐'라는 공식 질의엔 "외국학교법인을 의미함"이라고 답했습니다. 자기자본은 분교를 설립하는 주체의 자본 규모를 뜻한다는 점도 명확히 했습니다.  
 
앞서 설명한 대로 BE에듀케이션은 라이선스만 받는 영리법인이지, 외국학교법인이 아닙니다. 인천경제청이 위컴 애비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사업제안서엔 영종 국제학교 사업의 자본을 BE에듀케이션이 제공하는 걸로 명시됐습니다. 애초부터 사업 참여 자격이 안 되는 겁니다. 
 
그럼에도 인천경제청은 이를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지난달 29일 박성진 인천경제청 투자유치본부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위컴 애비 측에) 영국 현지에 별도 비영리법인을 세운 후 그 법인이 국내에 학교를 설립하는 방법을 안내했다"고 말했습니다. 외국 법인에 자격 논란이 생기자 우리나라 행정기관이 직접 국내법을 회피하는 방안까지 제시한 꼴입니다.
 
이에 대해 영종 국제학교 공모 과정을 잘 아는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공모 지침을 위반한 학교에 면피를 주는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인천경제청에 △BE에듀케이션의 자기자본 제공 내용을 심사위원회가 어떻게 검토했는지 △이 내용이 공모 기준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인천경제청의 판단 △기초서류심사 통과 경위를 질의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한편, 영종 국제학교는 유정복 시장이 지난 8회 지방선거에서 내건 1호 공약인 뉴홍콩시티의 핵심 사업입니다. <뉴스토마토>는 지난 3월31일 <(단독) 유정복 MOU의 족쇄…인천경제청, 영종국제학교 '특정학교 맞춤 특혜' 의혹>을 보도하며, 공모 과정에서 위컴 애비에 맞춰 기준이 완화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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