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자 허용' 선 긋지만…사실상 '토허제 원칙' 훼손
대통령 '억까' 반박에도 "정책 일관성 상실…수요 폭발"
2026-05-12 17:29:15 2026-05-12 17:39:56
[뉴스토마토 한동인·윤금주 기자]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실거주 의무 유예 대상을 '세입자 있는 모든 주택'까지 확대하면서 정책 의도와 달리 사실상 갭투자를 허용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결과적으로 최장 2년까지 '실거주 의무'가 사실상 사라진 만큼, 실거주를 전제로 한 '토지거래허가제'의 기본 원칙마저 '무용지물'이 됐고 최장 2년간 갭투자가 가능해졌다는 겁니다. 
 
20일 서울 노원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매 매물 광고가 게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갭투자 재확대 우려 '여전'
 
청와대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임대 중인 주택을 거래할 때 임대차계약 종료 일시까지 매수자의 입주를 유예하는 내용을 담은 '부동산거래신고법 시행령' 개정안을 13일 입법 예고합니다.
 
12일 발표한 정부의 이번 조치는 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 매물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인데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 매입의 원칙은 허가 후 4개월 내 입주해 2년간 실거주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번 정책에 따라 임대차 계약 종료일까지 실거주를 최장 2년까지 미룰 수 있게 됐고, 길게는 2028년 5월 11일까지 입주가 유예되는 셈입니다. 
 
다만 매수자 요건은 발표일인 이날부터 무주택자여야 하며, 이날 이후 집을 팔아 무주택이 된 경우에는 예외로 적용됩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갭투자 불허 원칙을 유지한 채 시행하며, 매도자 간 형평성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문제는 정부의 이번 조치가 의도와 달리 결국 갭투자를 허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토허구역 제도의 기본 취지는 실거주 중심 거래를 유도하는 데 있습니다. 하지만 실거주가 유예되면서 전세를 낀 주택 거래가 허용되는 만큼 갭투자의 재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여기에 토허구역 제도 기본 취지도 상실된 셈입니다. 갭투자를 막기 위해 이어져온 정부의 정책이 갭투자를 사실상 허용하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연평균 상승 12%…임대차 긴 집 노릴 것"
 
이재명 대통령은 사실상 갭투자 허용이라는 시장의 우려에 '억까'라고 반박합니다. 이 대통령은 전날 엑스(옛 트위터)에서 갭투자 허용이 우려된다는 기사를 공유하며 "잔여 임대 기간, 그것도 최대 2년 이내에 보증금 포함 매매대금 전액을 지급해야 하는데, 이걸 가지고 갭투자를 허용하는 것이라고 하는 건 과해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럼에도 시장의 우려는 여전합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KB국민은행 시계열을 바탕으로 팬데믹 전 30년 이상 (부동산 가격의) 연평균 상승률을 보면 5.6% 정도"라며 "2년이면 12%"라고 짚었습니다. 이어 "무주택자가 최대한 유리하게 집을 매입하려 할 때, 임대차가 많이 남은 집을 골라 매입하는 경우도 있다"면서도 "2년 유예를 갭투자로 보는 것은 정의하기 나름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교수는 토허제 제도 자체의 한계가 드러났다고도 말했습니다. 그는 "1주택자든 다주택자든 실거주에만 무게중심을 둔다면 주택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을 해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희생하면서 무주택자가 매입한 주택의 실거주를 압박하는 상황이 된다. 이 제도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게 아닌가"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번 정책을 시행한 이유로는 "이 대통령이 생각하는 갭투자는 매매한 집에 전혀 들어갈 생각이 없는 사람을 말한 것"이라며 "전세를 끼고 집을 사서 팔 때까지 안 들어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업계 전문가는 "갭투자가 집값 불안의 온상이기 때문에 정부가 방지해온 것인데, 갑자기 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 간 형평성이라는 의제를 꺼낸 건 정책의 일관성을 상실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토허구역 제도 자체도 무용지물이 됐다"며 "이번 조치로 매물을 늘리겠다는 건데, 오히려 갭투자 기회가 살아나 수요가 폭발하게 될 것이다. 굉장히 위험한 처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권대중 한성대학교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비거주 1주택자를 압박해서 집을 팔게 하면 무주택자가 된다"며 "기준부터 세워야 한다. 정말 투기로 판단될 경우는 팔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부자들이 사준 아들 집 며느리 집은 투기다. 팔아야 한다"면서도 "다만 서민들이 갖고 있는 20평, 30평 아파트는 전부 실거주로 서민 주택까지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정부의 준비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강훈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겸 변호사는 "현재 선거 시기라 민감하다 보니 토허제를 임시로 시행하고 있는 상태에서 부작용 줄이기 위한 정책 수단을 꺼낸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다만 토허제 자체를 걷어내고도 시장이 부작용 없이 돌아가도록 준비를 했는지 보면 그렇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이번 정책으로) 투자만 한 뒤 실거주를 하지 않을 때 어떤 제재가 이뤄지는지 중요하다"면서도 "토허제는 시장 안정을 위한 긴급한 수단이다. 세제 보완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윤금주 기자 nodrin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