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스라인)알고도 방치한 오염, 엇박자 행정…무안참사 유족만 속앓이
카드뮴 경고 표지판에도 계속된 수색…경찰 “추가 조사 필요"
“현장 보존 우선” 정화 미뤘는데…돌연 중단에 유가족만 혼란
'오염지역 표시·분리' 작업 진행됐지만 기관별 대응은 엇갈려
2026-05-12 17:04:35 2026-05-12 17:17:28
[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의 유해 발굴 작업이 토양 오염 우려로 두 달간 잠정 중단됐습니다. 문제는 항공유 유출과 토양 오염이 이미 지난해부터 예견됐다는 점입니다. 별다른 대책 없이 작업을 진행하다 뒤늦게 중단 결정을 내린 당국의 무책임한 행정에 유가족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입니다.
 
관계기관 회의서 무안공항 유해 발굴 '2개월 잠정 중단' 결정
 
12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와 경찰·소방·군·국토교통부·한국공항공사 등 관계기관은 전일(11일) 무안공항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유해 발굴 작업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1시간30분 동안 진행된 회의에선 앞으로 약 두 달간은 정밀 토양 조사와 안전성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고 결론을 내린 겁니다.
 
이번 유해 발굴 작업은 지난달부터 본격화됐습니다. 지난 2024년 12월29일 참사가 발생한 후, 수거된 기체 잔해에서 유해 추정 물질이 잇따라 발견되면서입니다. 사고 발생 1년이 넘도록 유해와 유류품 수습이 마무리되지 않자, 유가족들은 직접 무안공항 참사 현장에 나가 유해와 유류품을 수색하는 데 참여하게 됐습니다. 
 
지난 7일 무안공항 참사 유해 발굴 현장 각 구역마다 유해성분이 표시되어 있다. 해당 내용은 유해 발굴 초기 구획 설정 당시부터 표시돼 있었다. (사진=뉴스토마토)
 
현장의 작업 중단 조짐은 지난 7일부터 있었습니다. 당시 현장 수색에 투입됐던 경찰 작업조가 작업 도중 갑자기 철수한 겁니다. 사고 여객기가 충돌한 둔덕(로컬라이저) 뒤편엔 '토양에서 카드뮴이 검출됐다'라는 내용의 경고 표지판이 설치됐고, 수색 인력들 사이에서 안전 우려와 불만이 쏟아졌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현장에 투입됐던 경찰과 군인, 유가족 등은 이번주 중으로 단체 건강검진을 받을 예정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토양 오염 사실이 갑작스럽고 새로운 일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항철위는 이번 유해 발굴 작업을 진행할 당시 '방위각 시설 후방 발굴 작업 시, 항공유 유출로 인한 무안군의 토양오염 정화 명령 해결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보고서 초안에 명시한 바 있습니다. 다만 사고 현장 보존을 최우선으로 생각한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 요청으로 보고서 최종안에서 해당 내용이 삭제됐을 뿐입니다. 사실상 토양 오염의 위험성은 이미 대부분이 인지한 상태였다는 말입니다. 
 
유가족 협의회 측은 "유해 수색 시작 전 토양 정화 작업에 대해 언급할 당시는 사고 현장을 보존하는 게 우선이었다"며 "현재 둔덕 조사할 때도 유해 발굴 계획안에 '토양을 오염 정화하겠다'는 말이 있었던 것으로 알지만, 토양 정화 작업을 진행하려는 이유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해 발암물질이나 카드뮴 등이 나왔다는 것은 이번 발굴 작업을 시작하며 알게 됐다"고 했습니다.
 
보호장구 없이도 투입된 유족들…국토부는 "위험 수준 아냐" 
 
보호장비 없이 현장에 투입돼 유해 발굴을 했던 유가족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습니다. 일부 유가족들은 사고 직후 오염 위험성을 제대로 안내받지 못한 채 마스크나 장갑 없이 작업하다 피부 이상 증세로 병원 치료를 받았을 정도입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당시 실시한 유해성 검사 결과 위험 수준은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국토부 12·29 여객기 참사 피해자 지원단 관계자는 "지난해 2분기쯤 토양 유해성 검사를 실시했고, 카드뮴은 기준치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검출됐다"며 "당시 항철위는 해당 결과를 토대로 수색 작업을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현장에는 오염 구역을 알리는 노란선과 주황선이 쳐졌고, 말뚝에는 ‘카드뮴’, ‘토양 내 석유계 총 탄화수소(TPH)’ 등의 문구가 적힌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오염된 흙을 마대에 따로 담아 관리하는 지침도 있었으나, 수색 인력이 매주 교체되는 과정에서 현장 위험에 대한 체감도와 안전 인식이 공유되지 않아 결국 혼선이 빚어졌습니다.
 
"당국, 알고도 대책 안 세웠나"…행정 혼선에 유가족만 속앓이
 
현재 경찰은 '카드뮴 검출이 확인된 만큼 다른 위험 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추가 조사를 철저히 해달라'라는 입장인 걸로 전해집니다. 또 오염 지역 상층 토양 30㎝ 제거, 추가 굴착 및 23개 항목 시료 검사까지 완료돼야 재투입이 가능하다는 방침입니다. 해당 작업은 민간 전문 업체 용역으로 진행될 걸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미 오염 문제가 예견됐음에도 관계기관들이 대책 없이 수색을 강행하다 뒤늦게 작업을 중단하면서 현장의 혼란은 가중되는 모양새입니다. 유가족 협의회 관계자는 "이미 가족을 잃은 처지에 다른 사람들까지 위험하게 만들며 수색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모두가 알고 있던 사안인데 왜 그동안 제대로 된 안전 대책을 세우지 않았느냐"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난달 20일 경찰이 무안공항 참사 현장에서 유해 발굴을 하는 모습. (사진=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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