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적인 메시지가 전달되는 과정은 마치 누군가에게 정성스레 준비한 선물을 건네는 일과 같다. 오랫동안 글을 써오며 수많은 기사와 보고서, 보도자료를 다뤄보니 결국 글의 성패는 ‘무엇을 담았느냐’가 아니라 ‘받는 사람이 누구냐’에서 갈렸다. 공적인 소통의 핵심은 공급자의 권위가 아니라 수용자의 마음가짐, 즉 ‘독자 마인드’에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우리는 흔히 글을 쓸 때 자기 생각에 매몰되는 실수를 범한다. 내가 많이 알고 있다는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읽는 사람도 당연히 알 것이라 착각하며 어려운 용어를 늘어놓기 일쑤다. 이를 ‘지식의 저주’라고 부르는데, 이 표현은 1989년 경제학자 콜린 카메러, 조지 로웬스타인, 마틴 웨버가 논문에서 처음 언급한 이후 공적 소통을 이야기할 때마다 중요한 개념으로 쓰이고 있다.
글쓰기는 근본적으로 서비스업이다. 특히 공공의 이익을 다루는 메시지라면 더더욱 그렇다. 초등학생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설명하면서 반도체 공정을 늘어놓는다면 그게 과연 소통일까? 그저 소음일 뿐이다. 스마트폰을 ‘어디든 연결되는 마법의 거울’ 정도로 비유해 설명해야 비로소 수용자의 눈높이에 닿을 수 있다.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관공서에서 흔히 쓰는 ‘차주(次週)’, ‘금일(今日)’ 같은 단어들이다. 공급자 입장에서는 익숙하고 격식 있어 보일지 모르지만, 요즘 세대에게 ‘금일’은 ‘금요일’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이런 낡은 언어가 수용자와의 거리를 벌린다. 언어는 생명체와 같아서 쓰이지 않는 말은 자연스레 도태되기 마련인데 굳이 공급자의 편의를 위해 죽어가는 언어를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차주’ 대신 ‘다음 주’라고 쓰고, ‘금일’ 대신 ‘오늘’이라고 쓰는 것. 이 작은 변화가 바로 수용자 중심 설계의 시작이다.
글을 쓰기 전에 글을 읽을 수요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공공기관이 매일 생산하는 보도자료를 보면 여전히 공급자 마인드를 버리지 못하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미지=챗GPT)
내용의 구성 역시 마찬가지다. 비즈니스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구성’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순서대로 적는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이 궁금해할 순서로 재배치해야 한다. 마치 맛집에서 메인 요리가 나오기 전 입맛을 돋우는 전채 요리가 나오듯 서론에서는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후킹(Hooking)’ 전략이 필요하다. 질문을 하나 던져보자. 당신은 자신의 지식을 뽐내기 위해 글을 쓰는가, 아니면 상대방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 쓰는가? 후자라면 철저히 수용자가 얻어갈 유용'에 집중해야 한다.
물론 AI가 글을 대신 써주는 시대가 왔다. 하지만 AI가 내놓는 글은 언제나 평균값에 수렴한다. 인간의 지문이 묻어나는 글, 즉 개인의 경험과 통찰이 담긴 글만이 진정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공적인 메시지는 차갑고 딱딱해야 한다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오히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조곤조곤 조언해 주듯 다정한 문체로 다가갈 때 수용자는 비로소 마음의 문을 연다.
결국 글쓰기는 ‘역지사지’의 작업이다. “내가 이 글을 처음 읽는 사람이라면 이해가 될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야 한다. 공급자 중심의 오만한 태도를 내려놓고 수용자의 자리에 앉아 내 글을 다시 읽어보자. 화려한 수식어보다 명확한 일상 언어가, 권위적인 마침표보다 유연한 물음표가 더 큰 울림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공적인 메시지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공동체성을 유지하는 힘은 바로 이 ‘독자 서비스 마인드'에서 나온다.
백승권 비즈라이팅 강사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