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지주 2금융 계열사, 인니·베트남·싱가포르 '중간지주' 전초기지로
2026-04-30 06:00:00 2026-04-30 06:00:00
[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국내 4대 금융지주가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 시킨 2금융 계열사를 중간지주사(IHC) 체제로 재편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 기조에 대응하는 동시에 카드·캐피탈·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를 한 지붕 아래 묶어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인니 감독청, 지주사 설립 의무화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등 동남아 핵심 거점을 중심으로 중간지주사 설립 또는 이에 준하는 체제 전환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은행 단독 진출에 머무르지 않고 카드·캐피탈·증권·자산운용 등 비은행 계열사를 유기적으로 결합해 수익원을 다변화하려는 포석입니다.
 
KB금융(105560)은 2027년 출범을 목표로 인도네시아 중간지주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재 KB뱅크(옛 부코핀)를 비롯해 증권·카드·캐피탈 등 7개 계열사가 진출해 있는 가운데, 정보통신(IT) 계열사인 KB데이타시스템(KBDS)을 중간지주사로 활용하는 수정안을 현지 당국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융사가 아닌 디지털 플랫폼 계열사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차별화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신한금융지주(신한지주(055550)) 역시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의 지배구조 재편을 마무리 단계에 두고 있습니다. 신한카드와 신한투자증권 현지 법인을 자회사 체계로 편입하는 등 현지 당국 규제에 대응하는 통합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하나금융지주(086790)는 하나은행·하나증권 싱가포르 거점을 활용해 동남아 투자금융(IB)과 자산관리(WM)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습니다. 아직 공식적인 지역 통할 체계는 아니지만, 싱가포르를 동남아 사업 확장의 교두보로 삼아 은행·증권 연계 전략을 강화하는 것으로 비춰집니다. 
 
#우리금융지주(316140)의 경우 베트남우리은행을 중심으로 카드 등 비은행 계열사 진출을 확대하며 복합 금융 기반을 구축하고 있는데요. 향후 IHC 체제로 전환할 수 있는 토대를 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베트남이나 싱가포르는 아직 의무화 단계는 아니지만, 인니는 진출한 해외 금융사들에 지주사 설립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동남아에 진출해 현지 기반을 다진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현지 중간지주사 체계로 재편하는 움직임이 시작되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중간지주사 체제는 이미 보편화한 흐름입니다. 미국은 도드-프랭크법에 따라 자국 내 자산 규모가 큰 외국 금융회사에 IHC 설립을 의무화했으며, 유럽연합(EU) 역시 역외 금융그룹에 중간 모기업(IPU) 지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최근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이 금융복합기업 규정을 통해 IHC 설립을 압박하는 것도 이 같은 국제 규제 흐름과 궤를 같이합니다. 아시아 각국도 금융복합그룹 감독 체계를 강화하는 추세여서 국내 금융사들의 현지 지주화 전략은 더욱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KIF) 선임연구위원은 '중간지주회사제도를 활용한 국내 은행그룹의 경쟁력 제고 방안' 보고서에서 중간지주사를 "그룹 내 은행 부문의 지속 성장을 담보하면서도 새로운 성장엔진인 투자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구분계리를 통해 영업의 독립성을 확보함으로써 책임경영 구현에 기여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분리 운영으로 책임경영 구현"
 
은행 중심 사업과 고위험·고수익 성격의 투자금융(IB)·자본시장 사업을 분리 운영함으로써 리스크 전이를 차단하고 자본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실제로 해외 대형 금융사들은 소매금융과 자본시장 부문을 분리 운영하며 사업 특성에 맞는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위기 발생 시 특정 사업 부문의 손실이 그룹 전체로 확산되는 것을 막는 방화벽 기능도 중간지주의 장점으로 꼽힙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글로벌 금융회사의 혁신랩(Innovation Lab) 운영' 보고서도 동남아 시장에서 디지털 전환과 기술 내재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금융회사가 현지 혁신기업과 협업해 지역 수요에 맞는 서비스를 빠르게 내놓으려면 의사결정 권한이 집중된 지역 거점 조직이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KB금융이 IT 계열사 KBDS를 중간지주 전면에 세운 것도 이런 전략의 연장선으로 풀이됩니다.
 
국내 금융지주가 동남아에서 중간지주를 세우는 것은 단순 영업 거점 확보를 넘어 현지 금융 시스템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겠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은행·카드·캐피탈·증권을 동시에 운영해야 하는 복합 금융시장에서는 지점 체계보다 현지 지주 체제가 훨씬 효율적이라는 판단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해외사업 전략의 질적 전환으로 보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지점이나 소규모 법인을 세워 현지 영업을 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지역별 지주회사를 통해 자본 배분·리스크 관리·인수합병(M&A)·디지털 투자까지 총괄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향후 현지 금융사 인수나 핀테크 제휴가 늘어날수록 이러한 지역 지주 체제의 필요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금융사들이 동남아에서 IHC를 세우는 것은 단순히 해외 점포를 늘리는 개념이 아니라 현지 금융 생태계의 핵심 플레이어가 되겠다는 선언"이라며 "앞으로 글로벌 경쟁력은 점포 수보다 얼마나 선진적인 거버넌스를 갖췄느냐에 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4대 금융지주 간판(왼쪽)과 금융사 건물 외경. (사진=연합뉴스, 픽사베이, ChatGPT 합성)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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