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달 초 김범석 의장의 쿠팡 동일인(총수) 지정 여부를 결정하는 가운데 금융 계열사인 쿠팡페이와 쿠팡파이낸셜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사익편취와 내부거래, 특수관계인 거래, 대주주 지분 제한 등의 규제를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김범석 쿠팡 의장이 미국 법인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쿠팡)
공정위, 김범석 동일인 지정 검토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의 동일인 변경 여부와 기업집단 범위를 막바지 검토 중입니다. 법정 지정 시한은 내달 1일인데, 내달 초 최종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매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과정에서 동일인 판단은 단순 형식 절차를 넘어 그룹 지배구조와 규제 범위를 확정하는 핵심 절차로 꼽힙니다. 해외 상장 지주회사 체제를 갖춘 국내 대표 플랫폼 쿠팡이 동일인 체제 아래 대기업집단으로 인정돼 공시 의무와 사익편취 규제, 계열사 범위 확정 등 공정거래법상 책임을 지게 될 수 있어 업계 안팎에서도 공정위의 결정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통상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보지만, 쿠팡은 일정한 예외 요건을 충족해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받은 예외 사례입니다. 쿠팡은 2021년 처음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이후 줄곧 미국 상장사 쿠팡Inc가 동일인으로 지정돼 왔습니다. 김 의장이 쿠팡Inc를 통해 그룹 전반을 지배하지만, 국내 계열사에 직접 출자하지 않았고 친족의 국내 경영 참여도 없다는 점이 예외 적용의 근거가 됐습니다. 공정위도 외국 국적 창업자를 자연인 동일인으로 지정한 전례가 없다는 점을 고려해 법인을 동일인으로 삼아왔습니다.
그러나 올해 들어 기류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공정위는 지난 1월 쿠팡 현장조사 과정에서 김 의장의 친동생 김유석 부사장이 국내 계열사 경영에 관여한 정황을 들여다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주요 임원 인사와 물류 사업 관련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기존 예외 요건이 흔들릴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의 특수관계인이 국내 계열사 경영에 참여했다면 자연인 동일인 지정의 근거가 됩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지난 23일 성명을 내고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실련은 "동일인 지정이 단순 행정절차가 아니라 내부거래 감시와 사익편취 규제의 출발점"이라며 "창업자이자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김 의장이 실질 지배자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쿠팡처럼 산업자본이 금융 계열사를 거느린 구조일수록 실질 지배자에 대한 책임 부과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더해집니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판단이 향후 외국 국적 창업자나 해외 지주회사 체제를 둔 대기업집단 전반에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단순히 쿠팡 한 곳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자본시장에 상장한 국내 플랫폼 기업을 어떤 기준으로 규율할 것인지에 대한 공식적인 첫 시험대로 지목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금감원 제재 불투명 쿠팡페이·쿠팡파이낸셜도 영향권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가장 직접적인 영향권에 드는 곳은 금융계열사인 쿠팡페이와 쿠팡파이낸셜로 예상됩니다.
현재 쿠팡 지배구조는 김 의장이 70% 이상 지배력을 행사하는 쿠팡Inc 아래 한국법인 쿠팡㈜이 있고, 산하에 100% 자회사 쿠팡페이와 쿠팡파이낸셜이 있는 형태입니다. 플랫폼 본업 아래 결제와 여신 기능을 수직계열화한 전형적인 빅테크 모델로 평가됩니다.
쿠팡페이는 간편결제와 선불충전을, 쿠팡파이낸셜은 입점 판매자 대상 대출을 맡고 있습니다. 양사는 쿠팡 플랫폼의 고객 데이터와 판매자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성장해 계열사 간 거래 의존도가 높습니다. 쇼핑이 결제로, 다시 판매자 금융으로 이어지는 폐쇄형 생태계가 경쟁력으로 꼽혀왔습니다.
하지만 동일인 지정 이후에는 총수와 친족이 일정 지분을 보유한 국내외 계열사와 쿠팡페이·쿠팡파이낸셜 간 거래가 공정위 감시 대상에 오르게 됩니다. 지금까지 플랫폼 경쟁력 강화로 평가받던 계열사 협업이 앞으로는 총수 지배력 확대를 위한 내부 지원인지까지 따져보는 구조로 바뀌는 것입니다.
쿠팡과의 마케팅 제휴, 결제 연동, 시스템 사용료, 브랜드 사용, 데이터 제공 등도 거래 조건의 적정성을 검증받을 수 있습니다. 과거 내부 효율화로 설명되던 거래도 정상가격 여부와 경쟁 제한성 관점에서 재평가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쿠팡이 보유한 소비자·판매자 데이터를 쿠팡파이낸셜에 우선 제공해 대출 심사 경쟁력을 높였다면 무형자산 지원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경쟁 금융사에는 제공하지 않고 계열사만 활용했다면 공정경쟁 저해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입점 판매자 대출과 플랫폼 혜택의 연계 여부도 주목됩니다. 쿠팡파이낸셜 대출 이용 판매자에게 광고 노출, 로켓배송 입점, 검색 순위 우대가 있었다면 끼워팔기나 부당지원 논란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미이용 판매자에게 불이익이 있었다면 거래상 지위 남용 문제로 번질 여지도 있습니다.
통합 로그인 서비스 원아이디 역시 점검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쇼핑·결제 데이터를 결합해 쿠팡페이 이용을 유도하거나 경쟁 간편결제 사업자 진입을 막았다면 배타적 거래 여부가 문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부터 쿠팡페이와 쿠팡파이낸셜 현장점검과 검사를 진행해 왔습니다. 금리 산정, 내부통제, 개인정보 관리 등 금융 규제에 더해 공정위가 내부거래와 지배력 남용까지 들여다보면 하나의 사업모델을 두고 금융법과 공정거래법이 동시에 작동하는 복합 규제 환경에 놓일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경실련 관계자는 "김범석 의장이 미국 국적이라는 이유만으로 동일인 지정 대상에서 제외될 사안은 아니다"라며 "실질적으로 그룹 지배력을 행사해 동일인 요건을 충족했다면 지금이라도 동일인으로 지정해 사익편취나 내부거래 등 문제를 예방·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미국 본사를 직접 조사하는 문제와 동일인 지정은 별개의 사안"이라며 "공정위가 쿠팡을 대규모기업집단으로 인정하고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면, 이를 중심으로 한 부당 내부거래나 사익편취 가능성에 대해 국내법상 규제를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쿠팡 사옥(왼쪽)과 김범석 의장. (사진=뉴시스, 쿠팡, 챗GPT 합성)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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